요즘 일본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한국 남자'가 인기다. 요즘 인기높은 '미남이시네요' 드라마 영향이나 동방신기를 필두로 하는 케이팝 보이그룹들의 영향이 크지만, 단순히 연예인을 동경하는 것에 넘어서 평범한 한국남자에 대한 관심까지 높아졌다.
요즘 도쿄 주변만 보더라도 한일커플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유학생들도 일본인 여자친구를 사귀거나 친하게 지내는 일은 평범한 일. 한류 여성팬 중에서는 "한국 남성과 교제경험이 있다"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고, 도쿄 속 작은 코리아인 신오쿠보에서 마주치는 남성들도 일본인 여자친구와 교제중이라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한국 보이그룹을 좋아한다는 10대, 20대 여성들은 한국 남성의 매력으로 '남자다움'을 꼽는다. 일본 남성들이 점점 초식남 경향이 짙어지는 데 비해, 한국 남성은 여성을 리드할 줄 알고 보호할 줄 안다는 것. 게다가 일본에는 병역의무가 없기 때문에 군대에 다녀온 남자에 대한 환상도 더해진다.
일본 매거진하우스에서 발행하는 인기주간지 앙앙 4월 20일 호에서는 '한국남성과 사귀어보고 싶어' 특집을 5페이지에 걸쳐 다루었다. 한국 남성의 특성부터 진짜 한국남성에게 물어본 연애심리, 실제 한국남성과 교제한 경험이 있는 일본여성의 경험담 등이 게재되었다.
우선, 잡지에서 보고하고 있는 연애에 관한 한국 남성의 특징은
"좋아하는 여자가 있으면 자신이 먼저 고백하는 육식형 스타일", "여자를 볼 때 우선시하는 것은 성격보다 스타일", "남자 셋 중 하나는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차여도 열 번 찍는 끈질김", "그러나 남자친구나 애인이 있는 사람에게는 대개 고백하지 않는 보수적 성향", "좋아하는 여성스타일은 섹시스타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일본에서 거주하는 30세 이하 한국남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한국 남성은 일본에 비해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더욱 적극적'이지만 보수적인 경향이 있으며 이성을 볼 때 섹시함이나 스타일 등 겉모습을 보지만, 내면적으로는 '일반적인 상식'과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일본 여성들이 한국 남성과 사귀게 되면, 깜짝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커플룩이다. 한국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비슷한 스타일의 옷이나 신발, 소품 등을 맞추어 입고 다니는 커플룩이 많지만, 남의 눈을 신경쓰는 일본인은 살짝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그만큼 애정을 느낄 수 있어 일본 여성들에게 신선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잡지가 자문을 구한 호세대학 경제학부 박천현 교수는
"(한국인에게) 커플룩이란 자신의 사랑을 모두에게 알리기 위한 의미가 있다. 한국인은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독점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일심동체를 표현하기 위해 휴대폰 화면을 상대방의 사진으로 하는 것도 일반적이다. 일본인에게는 조금 오버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지만 남자친구를 정말 좋아한다면 따라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 하나, 일본 여성이 놀라는 점이라면 애정표현이 많다는 점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일본 남성들이 무뚝뚝한 데 반해, 한국 남성들은 여자친구에게 다정다감하고 낯간지러운 '사랑한다'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한다. 그런 면에서 일본 여성들은 한국 남성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동갑내기 한국 남학생과 사귀었다는 21세 일본여성은 "사귀고 나서 한달만에 귀걸이, 목걸이, 옷 등 많은 선물을 받고 백일 기념일엔 백송이 장미와 유럽여행을 제안받았다. 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이라는 남자친구였다"는 행복한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아무리 남녀사이라도 더치페이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여성들이 데이트 비용이며, 선물까지 알아서 척척 내주는 한국 남성은 놀라운 존재이자 감동이라는 것이다.
반면, 한국 남성과 사귀어 보았지만 '더 이상은 사귀지 않겠다'고 다짐한 케이스도 있었다.
28세 영업직 여성은 "음식을 해주면 맛있게 다 먹어주는 것은 고맙지만, 맛도 안 보고 음식에 고추장을 바르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냉장고에 김치를 항상 넣어두어 다른 음식에도 김치 냄새가 밴다고 한마디 했다가 남자친구가 너무 화를 냈다. 이것을 계기로 헤어졌다"는 생활, 음식습관에 따른 차이가 있었다.
27세 기획직 여성은 "사귀고 나서 처음으로 남자친구와 온천에 가기로 했다. 둘이 처음가는 여행이라 단단히 준비하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집에서 전화가 와서 어머니가 부르자 여행을 취소하고 한국으로 가버렸다.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가족을 중시하는 효자(?) 한국남성에게 질린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또 다른 하나는 너무 구속한다는 점. 일본인은 사귀어도 개인생활을 어느 정도 존중하는 것에 비해 몇 시에 밥 먹고, 몇 시에 퇴근하는 것까지 꼬박꼬박 챙기는 한국 남성 스타일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젊은 여성도, 한국의 젊은 남성들도 서로에게 관심있는 비율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실제 사귀어 본 커플의 경험담을 보면 생활과 문화의 차는 여전히 존재하고 이것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관계가 지속될 수도 끊어질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본 여성지에서 "한국남성 공략법"에 "한국남성에게 대쉬하기 위한 한국어 강좌"까지 다루는 것을 보면, 요즘 일본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남자가 대세인 것만은 분명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