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토요일, 후쿠시마현에 다녀왔다.
일본에 거대한 지진과 쓰나미가 할퀴고 간 3개월 째 되는 날이었다. 이 날 도쿄에서는 대규모 반원전, 탈원전 시위가 있었다고 들었다. 원래는 반원전 시위를 취재하고 싶었지만, 조금 생각을 바꿨다. 뉴스에서 봤던 앵두가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3주 전 미야기현에 갔을 때, 마침 이명박 대통령이 방일하여 내가 방문한 다가조시 문화센터에 피해자 위문을 다녀갔다. 그 후 대통령은 후쿠시마현에 가서 후쿠시마산 앵두, 오이, 미니토마토 등을 먹었다. 그것이 사전에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에 후에 국제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다.
후쿠시마시는 앵두, 복숭아, 사과 등 관광농원이 수 없이 많아, 연간 13만 명이상이 방문하는 관광도시다. 그러나 후쿠시마시 관광농원협회사에 가입한 21개의 농원은 이번 원전사고의 영향으로 시즌을 맞은 앵두따기 여행이 전부 취소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나는 현재 세계가 일본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테마로 일본포털사이트 '서치나'라는 곳에서 뉴스를 쓰고 있다. 주는 한국미디어에서 보는 일본에 대해 쓰는 것이지만 대지진 이후 경제나 정치 기사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대해 접하지 않는 날이 없다.
기사를 매일 쓰고 있는데, 현장을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있지 않을까. 가서 직접 보더라도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얼마 없을지 모르지만, 후쿠시마에 가고 싶다는 충동을 참을 수 없었다.
우리 어머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얘는 정신이 없어', '말해도 안 듣는다니까'라고 언제나 나에게 주의를 주었다. 이번에도 후쿠시마에 간다면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 뻔하지만 어쩔 수 없다. 누군가는 앵두 먹으러 가는 것 아니냐고 핀잔을 주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던 중 친구에게 jr(일본철도) 동일본이 재해부흥방법의 하나로 신칸센을 포함해 1일 몇 번이나 타고 내릴 수 있는 성인티켓을 1만엔에 판매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사는 오사카는 jr 서일본 구역이기 때문에 구입할 수 없었지만, 도쿄에 사는 친구에게 부탁해 당일 아침 도쿄에서 티켓을 받기로 하고 드디어, 후쿠시마로 출발했다.
처음 가 본 후쿠시마역은 일본의 어디에서도 볼 수 있을 듯한 평범한 지방도시였다. 역 안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앵두농원 장소를 물으니 스텝이 버스 승차장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어디서 오셨어요?"라고 묻길래 "오사카에서요"라고 대답하니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금세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역전에서 타카유온천에 가는 버스를 타고 관광농원이 늘어선 지역으로 들어섰다. 당일 오전중에는 비가 와서 평소라면 붐볐을 주차장에 관광버스 등은 보이지 않았다. 농원을 거의 통째로 빌린 것 같은 상태였다. 농원에는 싱싱한 열매를 맺은 앵두나무가 늘어서 있었다.
사토니시키나 코카니시키 등 대표적인 품종을 따 먹어보았다. 그저 달고 맛있었다.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타카유 온천에 다녀왔다. 버스 운전수가 추천한 후쿠시마 시내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소에도 가 보았다. 거기서는 3.11 대지진이 발생했던 오후 2시 46분이 되었기 때문에 잠시 눈을 감아보았다.
버스 운전수는 재해전에 비해 버스 이용자가 줄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 노선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후쿠시마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말을 하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죠), 너무 걱정마세요" 운전수는 말했다.
그 후 아즈마산 깊은 곳에 있는 근방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공동목욕탕에 갔다. 그 날도 주민들이 몇 명 있었다. 노천온천에는 후쿠시마 사투리가 간간히 들려오면서 모두들 느긋하게 온천에 몸을 담구고 있었다.
그 후 후쿠시마역 앞에 돌아와 잠깐이었지만 시내에 사는 친구와 만났다. 친구는 나보다 조금 나이는 어리지만 오사카 출신이다. 인연이 있었는지 후쿠시마에서 결혼해 아이도 낳고 생활하고 있다.
나는 그녀에게 "방사능에 대해 여러가지로 보도되고 있는데 오사카에 돌아오지 않을거야?"라고 물어보았으나, 그녀는 "스노보드를 좋아하니까 후쿠시마 산에서 떨어져 살 수 없어. 계속 후쿠시마에 있을 거야. 좋은 곳이야"라고 그저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반나절정도 후쿠시마에 있었고 내가 본 것은 후쿠시마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바다가 아닌 산에 방문했기 때문인지, 그 곳에는 대지진 3개월이라는 재난의 모습은 없고 보통의 일상이 있을 뿐이었다.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문에 평범한 일상을 잃은 사람도 있다.
나는 이제까지 반원전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평범하게 전기를 잘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야 돌연 반원전, 탈원전을 주장하는 것은 위화감이 느껴졌다.
일본은(한국에서도) 재일한국인 문제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이 많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원전문제에 대해 무관심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나도 원전문제의 가해자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돌아가는 신칸센을 탔다. 사쿠란보는 달고 맛있었지만 마음 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남았다.
원전문제는 어렵지만, 계속 공부하고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내년에도 다시 후쿠시마의 맛있는 앵두를 먹고 싶다.
(사진/글- 재일동포 프리저널리스트 이신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