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열린 "동아시아에서 야스쿠니를 본다! - 야스쿠니의 어둠에! 촛불행동" 콘서트에서 가장 많은 박수갈채를 받은 이는 탤런트 권해효(43)였다.
마치 한류스타 공연장에서나 볼법한 "오빠!"라는 외침도 군데군데서 터져 나왔을 정도다.
아니다. 그러고 보니 권해효도 처음에는 '한류스타'라는 명목으로 일본땅을 밟았었다.
"아마 2005년이라고 기억하는데, 그때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히트를 쳐서 한류붐이 불었었잖아요? 저도 비록 조그만 역이었지만, <겨울연가>에 출연했다는 것 때문에 일본에 올 수 있었던 거죠. 하하"
▲ 8월만 되면 일본을 찾는 권해효. '한류스타'였던 그가 '실천하는 연예인'이 된 이유는? © 이승열 / jpnews | |
2003년 nhk를 통해 방영되어 일본의 중장년 여성팬이 빠져들었던 '후유소나' 붐. '후유소나'는 '겨울연가'의 일본식 제목 '후유노소나타(冬のソナタ)'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권해효는 '겨울연가'에서 '욘사마' 배용준의 직장동료 김차장으로 출연해, 물론 한번 보면 잊지 못하는 개성적인 마스크도 한몫을 했겠지만, 일본인들에게도 꽤나 알려져 있는 존재다.
그런데 정작 '한류스타' 권해효는 2005년 방일당시 한류이벤트는 뒷전으로 제쳐두고 '북녘어린이 영양빵보내기 운동'(이하 '영양빵 운동')을 홍보하느라 바빴다. 영양빵 운동은 '북녘어린이 영양빵공장 사업본부'(이하 '사업본부')에서 벌이고 있는, 영양실조에 빠진 북한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2004년부터 시작된 민간운동이다.
권해효는 배우 오지혜와 함께 04년 12월 사업본부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후 2005년부터 지금까지 오사카, 도쿄에서 열리는 통일마당에 참가해 영양빵 운동을 홍보해 왔다.
이번에는 야스쿠니 촛불행동(8일)과 통일마당 도쿄(9일)이 연일 열리는 바람에 스케쥴이 기가 막히게 맞았다면서 환하게 웃는 권해효.
8일 콘서트에서도 가수못지 않는 가창력으로 '임진강', '92년 장마, 종로에서', '아침이슬'을 열창한 그는 스테이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자리에는 일본은 물론, 한국과 대만, 그리고 중국에서 오신 분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야스쿠니 신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또 한나라 북한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북쪽에 계신 분들도 이 자리에 참가해 진정한 동아시아의 평화를 기원하는 자리가 되길 기원합니다." 또 권해효는 사회적 현안에 스스럼없이 생각을 털어놓는 '실천하는 연예인'답게 보수화 경향을 현저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역사는 진보한다고 합니다만, 요즘 한국의 현실을 보면 과연 그런 것인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분들과 함께 비록 조금씩이지만 힘을 합쳐 한걸음씩 나아가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스테이지에서 물러난 그를 따라가 미니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권해효와의 일문일답이다.
▲ 무대에 선 권해효. 원래는 두곡만 부를 예정이었는데, 앵콜요청을 받고 모두가 아는 노래를 부르겠다며 "아침이슬"을 불렀다. © 이승열 / jpnews | |
- 오늘 야스쿠니 촛불행동 콘서트, 노래 3곡이나 부르셨습니다. 또 내일은 통일마당도 참가하는데요. 힘드시지 않습니까?"처음에는 2005년에 겨울연가와 관련된 nhk 토크쇼에 참가했다가, 그때 재일동포들의 통일행사등을 알게 됐죠. 그 이후부터 매년 찾아왔으니까 이제 5년째가 되는군요. 그렇게 힘들지는 않습니다. 적응됐다고 해야 하나?(웃음)"
- 딱 봐도 적응된 것처럼 보입니다."그래요. 정말 5년간 매년 오다보니, 그동안 한해 한해 지나면서 많은 분들을 알게 된거죠. 처음에는 누가 누군지 몰라서 실수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저분은 누구, 이분은 어디서 뭐하시는 분, 동포사회에 대해 많이 알고 그러니까, 간혹 그런 생각이 들어요. 홋카이도 가서도 그런 얘기 했는데, 기후나 도요하시에서도 비슷한 말을 하고 했는데..."
- 무슨 말씀 하셨나요?"제가 조금만 더 열심히 해서 자주 여기 와서 열심히 동포분들과 지내다 보면, 그러니까 10년이나 15년정도 지나서 나이도 이제 60살 넘고 그러면 규슈에서 홋카이도까지 최소한 먹여주고 재워주시는 분들은 많이 있겠구나 라고."
- 몸만 오자?"그렇죠. 아내하고 둘이서 딱 몸만 와서 오늘은 이집가서 자고 내일은 저집가고(웃음). 물론 마음같아서는 10년, 15년이 아니라 더 빨리 보다 많은 여러 관계들이 더 좋아졌으면 하네요"
- 아까 공연장에서도 북측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네. 저는 그냥 다음에... 다음에 또 이런 행사가 있다면, 솔직히 이런 행사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야스쿠니 합사에 대해서 반대하는 공동연대 행사가 도대체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하는가라는 거죠. 이거 정말 가슴아픈 일이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한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 진정한 변화라는 건 어떻게 하면 올 수 있을까요?"어려운 문제라고 봐요. 하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건 지난 수십년간 변하지 않고 있던 일본의 정치구조가 최근에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겁니다. 변하는 일본정치가 향후 동북아 구조에 어떤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조금은 기대하고 있지요. 2001년도에 고이즈미 총리가 방북한 이후에 뭔가 될 뻔했다가 02년도에 핵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원점으로 되돌아 갔으니까요. 이번엔 다시한번 제대로 해서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 정상화라면, 한국이 변수가 되겠군요."아무래도 그게 좀 그렇죠. 하하하"
- 바쁘실텐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팬들께 한마디 해주세요."이번의 야스쿠니 촛불행동에 의미가 있었던 건, 작년 베이징 올림픽 때문에 참가하지 못했던 중국과 대만이 공동으로 왔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중국과 대만은 물론 동북아시아가 앞으로 진정한 관계로 다시 태어나, 웃는 낯으로 봤으면 하네요. 근데 역시 저는 이런 것보단 드라마나 영화같은, 좀 재미있는 걸로 만나뵙는게 좋아요.(웃음)"
(끝. 본문 경칭생략)
▲ 9일 '통일마당 도쿄'의 구체적인 일정을 위해 통일마당 도표 실행위원회의 관계자(오른쪽 세분)들과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권해효 © 이승열 / jpnews | |
▲ 인터뷰 내내 권해효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 이승열 / jpnews | |
▲ 물론 진지한 발언을 할 때는 진지한 표정도... © 이승열 / jpnew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