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FTA와 일본의 TPP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체결과 일본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 참가 표명이 거의 동시에 진행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TPP 협상 참가를 표명한 일본을 인용하며 "세계가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만 뒤처지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고 밝히고 국회에서의 조기 비준을 요구했다. 이에 여당은 강행 처리 방침을 세우고 비준을 통과시킨다. 한국이 EU(유럽연합)와의 FTA에 이어 한미 FTA마저 체결한다면, 한국은 세계시장의 40%와 관세 없는 무역을 하게 된다. 일본은 이에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 관세없는 한국과의 수출경쟁에서 크게 고전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수출경쟁에서 불리하다며, TPP가입을 위해 시동을 걸었다.
▶ EU와의 FTA
EU의 경제규모는 미국의 2배이며 중국에 이어 2번째로 큰 경제시장이다. 한국은 그런 EU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FTA를 체결했다. 한국은 07년 5월에 협의를 시작해 겨우 2년 반 만에 합의하고 국회에서의 비준을 거쳐 올해 7월에 발효했다. EU는 미국과 비교해 공업제품의 수입 관세가 대체로 높다. 초박형(薄型)TV는 14%이고 자동차는 10%이다. FTA 발효로 공업제품의 90%는 관세가 철폐되지만 EU는 5년 이내, 한국은 7년 이내에 공업제품과 농산품의 수입 관세를 완전히 철폐하기로 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한국의 자동차 부품에 가해졌던 2.7~19%의 관세가 발효와 동시에 철폐됐지만, 배기량 1,500cc를 넘는 자동차의 10% 관세는 5년의 유효기간을 두고 철폐하기로 했다. FTA 발효 이후 4개월이 경과했지만, 한국의 대EU 수출은 5.5% 감소했고 오히려 수입은 22.0% 증가해 무역수지가 큰 폭으로 악화됐다고 한다. 한국관세청이 11월 3일 공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EU 간 FTA가 7월에 발효된 후 10월까지 약 4개월간, 한국의 대 EU 수출은 168억 8,000만 달러(약 1조 3,200억 엔), 수입은 158억 1,000만 달러로 10억 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그 무역 규모는 전년도동기 대비 1/4로 크게 떨어졌다. 자동차만을 본다면, 7월 EU의 자동차 판매 총수는 101만 2,910대로 작년에 비해 2% 감소했고, 8월과 9월도 각각 7.7%, 0.6% 감소했다. FTA를 추진한 외교통상부는 11월 4일, 무역수지 악화는 FTA가 원인이 아니라, 대 EU 선박 수출이 감소한 반면 항공기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난 점과 EU 각국의 소비가 감소한 점 등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FTA를 통해 관세 감면을 받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석유제품 등의 수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 미국과의 FTA
미국과의 FTA는 2010년 12월에 합의, 미 국회가 올해 10월, 법안을 가결했으며 한국 국회도 11월에 통과시켰다.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된다. 한미 FTA는 체결부터 비준까지 4년 7개월이 걸렸다. 한미 쌍방은 앞으로 10년간 거의 모든 공산품에 대해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해 간다. 그 수는, 한국이 8,433품목, 미국이 7,094품목이다. 이 중, 즉시 철폐가 예정된 것은 섬유와 농산품을 제외하고 한국이 7,218 품목(85.6%)과 미국이 6,768 품목(87.6%)이다. 발효부터 5년 이내에는 각각 95.5%, 96.9%로 확대할 계획이다. 승용차는 4년 후 관세를 상호 철폐한다(미국은 한국차에 대한 수입 관세 2.5%를 4년간 유지한 후 철폐. 한국은 발효일에 미국차에 대한 8%의 수입 관세를 4%로 인하하고 이를 4년간 유지한 후 철폐). 전기자동차는 한국(4%)과 미국(2.5%)이 4년에 걸쳐 관세를 균등하게 철폐하기로 했다. ▶ 한미 FTA의 찬반양론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문에 따르면, 미국의 대 한국 수출이 연간 최대 110억 달러, 고용이 최소 7만 건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금융 서비스 시장(5,600억 달러)에 참여할 기회도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한국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한미 FTA의 발효로 앞으로 15년간 연평균 무역 흑자액이 27억 7,000만 달러(약 2,130억 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한, 35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제조업 1.2%, 서비스업 1.0%의 생산성 향상을 전망하는 외에도, 한국의 실질국내총생산(GDP)이 앞으로 10년간 최대 5.7%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FTA 발효로 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는 자동차 부품・기계(73.5%), 섬유・의류(84.6%) 관련 기업은 FTA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동차업계와 가전업계는 자동차와 가전 등의 대미 수출(2009년)이 한국 총수출의 10%를 점하고 있어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업계뿐만 아니라 섬유업계에서도 평균 13.1%의 관세가 철폐돼 가격 경쟁력이 향상돼 일본이나 중국, 인도와 비교해 우위에 설 수 있다며 환영 무드이다. 게다가, 수출입을 하는 중소기업도 68%가 한미 FTA의 비준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반면, 타격이 예상되는 농축산물 관련 기업에서는 모두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미 FTA에서 쌀과 쌀과 관련된 제품은 관세 철폐 대상에서 빠져 있다. 또한, 오렌지와 식용콩 등 한국산과 가격 차가 큰 품목에 관해서는 현재의 관세율이 유지된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산 식료품에 관해서는 품목 수 기준으로 37.9%, 수입액 기준으로 55.8%의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와인(15%), 미국산 체리(24%)와 건포도(21%) 등의 관세가 즉시 철폐의 대상이다. 쇠소기와 돼지고기 등의 수입 관세도 2년 후부터 단계적으로 철폐하지 않으면 안된다.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관세는, 최종적으로 각각 15년, 10년에 걸쳐 철폐된다. 한국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의 농어업 생산액은 한미 FTA 발효 후 5년간 7,026억 원(약 470억 엔), 15년간 1조 2,758억 원(약 856억 엔)이 감소하고 농어업분야에서는 15년간 12조 6,683억 원(약 8,222억 엔)의 누계 피해가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는 2007년 11월 농축산분야에 대한 FTA 대책 예산으로 21조 1,000억 원(약 1조 4,800억 엔)을 계상하고, 올 8월에는 지원대책에 또다시 1조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제까지 사용된 대책비는 약 6조 원에 이르며, 농업과 축산업분야의 시설개선 등에 사용되었지만, 업계의 불안을 불식하지 못했다. 먹거리 이외에서는 법률 사무소와 회계 사무소 시장도 미국에 개방하게 된다. FTA 발효 후, 미국의 변호사자격 소유자는 한국에서도 국제공판과 미국법에 관한 고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세무 사무소와 회계 사무소도 발효와 함께, 미국 또는 국제세법 또는 회계에 관한 컨설팅 사무가 가능하게 된다. 또한, 제약업계에는 특허권 관리가 강화되기 때문에 복제약을 제조, 판매하는 한국기업에 있어 불리한 입장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 최대 야당 민주당은, 한미 FTA 발효로 관세가 철폐되는 자동차 등은 수출에 유리해 지지만, 농업 등 수입제품과의 가격경쟁에서 불리한 산업에 대한 지원 조치가 불충분한 점과 FTA 조항에 한국에 불리한 조건이 있다는 점으로 쇠고기 등 농축산물 관세철폐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투자자가 투자국의 재판소가 아닌 제3의 중재기관에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국가소송제도(IDS)의 파기 등 미국과의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 TPP 반대파와 마찬가지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FTA 비준안의 국회처리에 대해, “내년 4월의 총선거에서 국민의 의견을 묻고 심판을 받자”며 요구하고 있지만, 여당인 한나라당은 11월 22일, FTA 비준을 강행 처리해버렸다. ▶ 한미 FTA가 일본에 미치는 영향
한미 FTA 발효가 일본에 주는 영향에 관해, 경제산업성은 2020년까지 자동차・가전・기계 등 일본의 대미 수출 기회가 1조 5,000억 엔분, 관련 일본 국내산업의 기회가 3조 7,000억 엔분 빼앗길 것으로 계산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의 영향이 커서 세계 최대시장의 절반에 상당하는 3,000만 대의 시장에서 일본은 경쟁에서 불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일본자동차공업회에 따르면, 한국과의 FTA나 EPA가 발효, 합의한 나라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3,510만 대. 일본의 570만 대를 크게 웃도는 숫자이다. 또한, 경제산업성에서는 EU, 중국과의 FTA도 맺지 않고 TPP에도 참가하지 않고, 한국이 미국, 유럽, 중국과 FTA를 맺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일 경우, 일본의 실질국내총생산(GDP)은 10.5조 엔 감소하고 81만 명의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 관계의 싱크탱크 11개사의 공동 분석에 의하면, 한미 FTA에 의한 대미 수출은 연평균 14억 달러 정도의 증가에 그친다고 한다. 또한, 한국이 EU, 미국에 이어 중국과 FTA를 비준했다고 하더라도 수출은 412억 달러 증가하지만, 그래도 일본의 이 지역 수출 감소액은 112억 달러(1조 엔) 정도로 일본이 예상하는 데미지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다. ▶ 진전하지 못하는 한일 FTA
이명박 대통령은 11월 19일, 방한한 일본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회담을 하고 한일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의의 조기재개에 합의했다. 이것과 함께 한국의 기획재정부의 박재원 장관은 11월 27일, 방한한 후루카와 모토히사 경제재정담당상과 회담하고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한일 경제연대협정(EPA)의 즉시 협의재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일치를 보았다. 되짚어보면, 한일은 2003년 12월에 EPA 협상을 개시했지만, 04년 11월 제6차 회담을 마지막으로 농수산품 관세 철폐를 두고 대립해 결렬됐다. 08~09년에 걸친 협상재개를 위한 4번의 실무자 회담이 실시됐고, 현재는 실무협의 수준을 심의관급으로 격하시키고 좀처럼 진척이 없다. 진전되지 못하는 이유는 한국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의 농수산품 관세 철폐율이 불충분하며, 관세가 철폐되면 대일 무역적자가 더욱 악화되는 점, 더욱이 한국 시장을 일본기업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어 소극적이다. 실제로 현재, 일본의 자동차와 기계 등에 8%의 관세를 가하고 있지만, 이것이 사라지면 일본의 고품질 완성차와 부품이 한국에 싼 가격에 들어오게 된다고 걱정하고 있다.
한일무역에서는 일본의 흑자와 한국의 적자가 점점 격차를 벌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일 무역액은 700억에서 800억 달러 사이이지만,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06년 234억 달러, 07년 290억 달러, 그리고 08년에는 300억 달러를 돌파해 327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08년에 한국은 대중 무역액에서 벌어들인 234억 달러를 대일 무역적자로 날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의 원인은 전자, 전기기구, 기계류, 자동차, 선박 등 한일 산업구조가 닮아 있는 것에 있다. 한국의 대일 수입품은 1. 기계류 26% 2. 전자제품 25% 3. 철강금속제품 20% 4. 화학품 19%이지만,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평면 디스플레이 등의 생산을 위해 중간재(부품과 소재)나 자본재(제조기계) 등은 일본에 의존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한국의 수출이 늘면 늘수록 일본의 흑자가 자동적으로 증대하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한국이 일본과의 FTA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수출 원동력인 자동차의 대일 수출을 기대할 수 없어서이기도 하다. 한국의 자동차는 가격 면에서는 확실히 일본차에 비해 싸지만 싸면 쌀수록 팔린다고는 할 수 없다. 한국의 현대 자동차 ‘아반테’와 ‘소나타’가 2000년 일본에 상륙했지만 약 10년간 1만 5천 대밖에 팔리지 않았다. 현대자동차는 09년에 철수했고 그 후 대우자동차가 ‘라세티’, ‘마티스’를 일본에 수출했지만 1,400대밖에 팔리지 않았다. 또한 삼성도 프랑스의 르노와 제휴하고 재작년 SUV ‘QM 5’를 판매했지만, 이것 또한, 실적부진으로 철수하게 됐다. 이것과 함께 경시할 수 없는 것이, 한국에 있어 일본과의 무역액도 투자액도 중국에 비해 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중국과의 국교를 맺은 1992년의 한일 무역액은 310억 달러, 09년이 711억 달러로 17년간 단 2.2배의 증가에 그쳤다. 이에 비해 중국과는 63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로 비약적으로 급증했다. 또한 일본의 대 한국 투자도 04년 22.5억 달러를 마지막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고, 07년에는 04년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9.9억 달러였다. 이게 비해 중국의 대 한국 투자는 07년 시점에서 이미 17억 달러로 일본의 투자액을 크게 웃돌고 있다.
얼마 전,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플러스3(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노다 요시히코 총리,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와 함께 회담하고(11월 17일), 3개국 FTA의 조기 실현에 노력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만약 추진된다면, 한국의 우선순위로 볼 때 한일 FTA는 한중 FTA 체결 후가 될 것이다. (※ 변진일 칼럼은, 그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을 본인 허락 하에 번역해 게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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