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광역지자체 총 47곳 중 15곳에서 혐한시위 등 민족차별 시위(헤이트 스피치)가 확인됐다. 또한 지자체 90% 이상이 이 같은 민족차별 시위를 문제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이달, 도쿄 23구를 비롯한 전국 각 단위 지자체 90곳을 대상으로 혐한시위 등 민족차별 시위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국 광역지자체 47곳 가운데 최소한 광역지자체 15곳에서 민족차별 시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민족차별시위를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지자체가 94%, '모른다'가 4%였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변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민족차별시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필요하다'가 41%, '필요하지 않다'가 2%, '알 수 없다'가 53%, '어느쪽도 아니다'가 3%였다.
▲ 2012년도 도쿄 긴자 혐한 시위 ©JPNews | |
각각 답변의 이유를 물은 결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자체로부터는 "인권침해이면서, 범죄로 연결될 우려가 있어 막아야할 필요가 있다"거나 "차별을 조장하는 듯한 발언은 방치해서는 안 된다"등의 견해가 나왔다.
한편, 규제가 필요한지 알 수 없다는 지자체로부터는 "규제는 정부에서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거나 "표현의 자유가 걸려있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다"라는 견해가 나왔다.
더불어, 민족차별시위에 나라와 지자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를 물은 결과, 나라가 통일된 방침을 결정해 대응해야 한다는 견해나 규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인권의식의 계몽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나왔다.
◆ 일본에서 헤이트스피치 규제 움직임 일본에서는 최근 헤이트스피치(증오표현·hate speech)'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다니가키 전 법무상의 참의원 법무위원회 답변에 따르면, 헤이트 스피치란, 인종이나 국적, 성별 등 특정 속성을 가진 집단을 위협하거나 차별 및 폭력행위를 부추기는 언동, 또는 소수자 집단에 대한 모욕, 명예훼손, 증오, 배척, 차별 등을 내용으로 하는 표현행위다.
일본에서는 주로 혐한 시위, 혐중 시위 등 민족차별 시위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일본에서 헤이트스피치로 여겨지는 과격시위는 대부분 민족차별 시위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5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 "일부 국가, 민족을 배제하려는 언동이 있는 것은 극히 유감이다"라고 답변한 적이 있다.
또한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도지사는 지난달,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 "올림픽 개최도시에서 이런 언론이 허용되는 것은 매우 창피하다"고 밝히며 어떤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규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자민당 내부에서는 지난달부터 헤이트스피치 대책 마련을 위한 작업팀이 법률 규제가 필요한지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우익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오사카 시의 하시모토 도루 시장도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밝히며 시내에서의 시위를 제한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나섰다.
해외에서도 헤이트스피치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엔 인종차별 철폐위원회는 지난달, 일본에서의 재일한국인·조선인들에 대한 차별적인 언동에 대해 법률로 규제하도록 일본 정부에 권고했다.
이처럼 일본안팎으로, 좌우할 것 없이 헤이트스피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그 대응책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재일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모임, 약칭 재특회를 포함해 일본내 배외주의 단체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7월에는, 오사카 고법이 교토 조선학교에 대한 민족차별적 시위를 한 재특회 측에, 학교 측에 대한 배상 및 향후 학교 부근에서의 가두선전 활동 금지를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특회는 최고재판소(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