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무지하게 쌉니다!"25일 오전 일본의 모 아침방송 프로그램에서 송이버섯 소매상인이 이렇게 대답했다.
가을이 오면 어김없이 풍겨오는 송이버섯의 향을, 올해는 싼 맛에 맡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tv를 본 후 접속한 한국의 포털사이트에서 '송이값이 금값'이라는 소식을 접하게 된 것이다. 전국 최대의 송이버섯 생산지 중 하나인 울진군은 아예 송이 채취량이 없어서 공판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 날 한 시에, 일본에서는 송이버섯의 과다공급으로 가격이 '반값'으로 떨어져 하하호호 하는데, 바다건너 한국에서는 물량이 부족해 송이버섯이 1kg당 100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까운 나라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 한국, 왜 송이버섯 흉년인가? 일일 송이버섯 채취량은 강원도 양양지역의 경우 평균 약30kg으로, 작년에 비해 30%선에 불과하며 대형 백화점에서 하루 평균 거래되는 자연 송이버섯은 10~15kg 정도라고 한다.
작년 같은 시기 kg당 60~70만원대였던 송이버섯은 지금 kg당 최고 100만원을 넘어선 상태이며, 1등품 양양 송이버섯의 경우 kg당 공판가격이 26일 현재, 최고 126만원을 기록했다.
4~7만원선이었던 등외품은 예년의 1등품보다 높은 가격인 25만 ~ 30만원에 팔리고 있다. 또한 향내가 부족해 가을송이만큼 대접을 못 받았던 여름 송이도 올해는 kg당 1등품이 14~16만원으로 예년 가을송이 수준으로 몸값이 올랐다.
■ 과연 송이버섯은 실제 금값과 같을까?흔히 물건값이 급등하는 경우, 물건값을 '금값'에 비유하곤 한다. 송이버섯이 이렇게 비싼 줄 꿈에도 몰랐던 나는 정말 송이값이 금값과 비슷한지 갑자기 궁금해져 금값시세와 비교해 보기로 했다.
알아보니 1등급 송이버섯 1kg 한 박스에는 송이버섯이 11~12개가 들어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송이 1개가 10~11만원 정도 한다는 말이 된다. 29일 현재 한국의 금 18k 한돈(3.75g) 시세는 10만 4천 2원. 와우! 정말 '송이값은 금값'이었다. 물론 순금이 아닌 18k지만.
송이값이 이렇게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유는 바로 '날씨' 때문이라고 한다.
서늘하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라는 버섯의 특성상 낮은 기온과 비는 필수요소인데 올해 한국의 경우 여름 내내 강수량이 적고, 바람도 잘 불지 않았다.
즉 자연송이가 제대로 자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는 바람에 송이버섯의 물량이 예년에 비해 대폭 감소된 것이다.
■ 일본의 송이 가격이 반 값이 된 이유는?
▲일본의 한 편의점 신상품 '송이버섯 주먹밥 '. 이외에도 요즘 일본 식품에서는 유부초밥 등 송이버섯으로 만든 신상품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구지은 / jpnews | |
9월 셋째주 일본산 송이버섯의 가격은 2008년도 3만3600엔(400g) 에 비해 45% 하락한 1만 8550엔으로 형성되었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송이의 가격은 일본산 송이의 10~20%에 불과하다. 현재 일본시장에서는 한 박스(3~4송이)당 3,675엔(한화 48,650원), 캐나다산은 2,940엔(한화 38,92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일본산 송이버섯 가격이 폭락한 원인은 먼저 기상조건이 아주 좋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올해 일본의 여름기온은 서늘했고, 장마가 자주 찾아왔다. 특히 주생산지인 홋카이도, 이와테, 나가노현의 경우 여름 일조량이 부족해 송이버섯이 금세 자라 여름송이의 출하가 빨랐던 것도 가격 하락을 도왔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일본농업신문' 의 한 관계자에 의하면 "(일본의) 국산 송이버섯 수요대상은 일반소비자보다는 업무용 수요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요즘은 경기불황으로 인해 기호품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고급요리점에서 팔리지 못한 송이버섯이 재래시장등에 나돌고 있기 때문에 시중에 공급량이 늘어났다. 또한 중국산 송이버섯 수입이 재개되면서 올 7, 8월 수입량이 늘어났다"고 한다.
즉, 송이버섯의 공급과다로 인해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또 올해는 송이버섯의 풍년이 예상돼 여차하면 가격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