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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빚은 '첫 송편' 맛 좀 볼래요?
[추석 풍경] 도쿄 에비스 떡카페에서 일본여성들의 '첫 송편' 도전
 
안민정 기자
"스고이~(대단해요)"

갓 찐 송편을 눈 앞에서 본 일본인들의 입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을 금방 꺼내 참기름을 살살 바르자 금세 고소한 깨 냄새가 퍼져나온다.

갓 찐 송편을 받아들고 한입 깨무는 순간, 송편 안의 달콤한 꿀이 퍼져나오고 사람들의 얼굴에 행복함이 드리운다.

▲ 송편을 만들면서 환한 웃음을 보여준 그녀들     ©이승열/jpnews

5일 오후 도쿄 에비스의 한국 떡카페. 태풍의 영향으로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린 이 날은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의 에비스 거리를 촉촉히 적시고 있었고, 오후 3시가 조금 넘자 한산한 거리에 일본 여성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 날은 떡카페에서 한국의 명절 추석을 기념해서 그동안 한국음식에 관심을 가져주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추석 파티를 여는 날. 그 해 가을에 갓 수확한 재료들로 요리를 만들어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여 나누어 먹는 한국의 명절 풍습을 알리고 싶다는 사장님의 취지로 마련된 자리였다.

테이블 위에는 추석의 대표음식 '송편'을 비롯해, 동태전, 호박전, 파부침, 우엉잡채, 무나물, 콩나물, 파나물, 배추김치, 총각김치, 깍두기에 궁중요리 탕평채까지 호화로운 음식들이 차려져있어 '눈으로 보기만 해도 배부른 명절'을 느낄 수 있었다.

▲ 하나하나 예쁘고 정성이 들어간 음식들, 예쁜 것 좋아하는 일본 여성들은 만족의 표정을 지었다     ©jpnews

어느새 자리가 꽉 차고, 핑크색 한복을 차려입은 조선옥 요리연구가가 추석의 의미와 음식의 유래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탕평채는 궁중요리로 조선시대 영조가 각 붕당의 인재를 평등하게 등용하는 정책 '탕평책'에서 유래했다는 조금 어려운 설명에도 주의를 기울이며 열심히 듣고 있는 사람들.

한국음식은 맵고 짜고 빨간 음식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추석 제사 음식에는 마늘과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 올라간다는 설명에는 음식을 다시 한번 쳐다보며 감탄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호응도가 높았던 음식은 김을 넣어 한층 깊은 맛을 낸 오이냉국이었다.

일본인들이 한국 여행을 가서 사오거나, 한국인들에게 선물을 많이 받는 것 중 하나가 '김'인데, 김은 금방 눅눅해져 골칫덩어리. 이럴때 눅눅한 김을 이용하여 냉국이나 뜨거운 국물을 만들어 내면 단 5분만에 맛도 좋고, 절약도 되는 레시피를 만들 수 있다고. 어떤 이들은 메모를 해가며 조선옥 요리연구가의 설명을 경청했다.

▲ 처음 송편빚기에 도전하는 여성들, 찰흙놀이 하는 아이들처럼 표정이 천진하다     ©이승열/jpnews

이윽고 송편을 빚어보는 시간, 미리 준비된 흰색, 분홍색, 녹색 반죽 한웅큼이 일본 여성들에게 돌아갔다. 녹색은 쑥을 넣었고, 분홍색은 딸기를 넣어 색깔을 냈다고 한다. 분홍색 반죽을 들고 코에 가까이 대보니 아련히 딸기향이 난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일본인들은 모두 송편 만들기가 처음인 사람들, 그 중에는 한국의 '떡'에 대해서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선생님의 시범을 봐가며 처음 만지는 반죽을 동글게 동글게 굴린 다음 한쪽 면을 파서 꿀을 넣고 입을 닫아 모양내기에 도전한다. 우선 첫번째 도전한 송편 모양은 서울식 흰색 송편으로 갸름하면서도 통통한 모양을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손재주가 좋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싸하게 모양을 내는데 성공했고, 뭔가 서툰 한 명은 애벌레 한 마리를 빚은 듯 길쭉하게 늘어뜨려 놓아 모두에게 웃음을 주었다. 다음은 녹색 반죽을 이용하여 나뭇잎 모양 송편 만들기. 꿀을 넣은 반죽을 동그랗게 굴려 나뭇잎 결을 꾹꾹 눌러주면 손쉽게 완성되어 첫번째 서울 송편보다 훨씬 모양이 좋다.

분홍 반죽으로는 다섯개의 선을 넣고 노랑과 녹색 잎으로 장식하여 매화를 만들었다. 맛도 좋지만, 보기도 좋은 송편이 이렇게 금방 만들어졌다. 처음 송편을 빚어본 사람들은 마치 예술작품이라도 빚듯이 신중한 모습이었고, 자신의 손으로 만든 송편을 먹어볼 수 있다는 데 감격한 모습이었다.

▲ 자신이 빚은 송편을 내려놓으며 부끄러워하는 여성     ©이승열/jpnews

도쿄 시나가와에서 찾아온 한 여성은 "떡을 만들어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집에서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녀는 한국 요리를 좋아해서, 뉴욕에 있을 때도 코리아타운을 찾았지만,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아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나는 이 곳 음식을 먹고 '새로운 한국음식을 발견한 느낌'이라며 자신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맛있는 것을 먹이기 위해 한국요리강습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고베에서 출장길에 들렀다는 오가닉 와인 소믈리에 시게요 씨는 "가장 인상깊었던 음식은 고구마와 유자를 배합하여 만든 떡"이라며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재료로 마치 서양의 고급 과자와 같은 맛을 내는 것이 놀랍다고 밝혔다.

소믈리에라는 직업 특성상 출장이 많고, 외식할 일이 많은 시게요 씨는 까다로운 입맛 때문에 출장갈 때마다 병에 걸릴 정도였다고 한다. 맛이 진하거나 향신료로 범벅한 요리는 입에도 못 대는 데,  외식을 하는 곳이 이렇게 강한 맛을 내는 곳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개월 전 우연히 들른 이 곳에서 자신도 모르게 밥 한 그릇을 다 비운 것을 보고 조미료를 넣지 않은 정성이 들어간 음식인 것을 알게되어 자신의 블로그에 이 곳의 정보를 업데이트 하게 되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오늘 이 자리에도 참석하게 되었다고 했다.
 

▲ 만들어진 송편과 함께 포즈를 취해주었다. 음식과 함께 모두가 함께가 된 풍요로운 가을날.   ©이승열/jpnews

직접 만들고, 먹고, 한국 문화를 체험한 그녀들은 저녁이 되자 만족한 표정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어느 누구하나 그냥 돌아가는 이 없이 조선옥 요리연구가에게 말 한마디를 건네고 간다. '맛있었어요' ' 좋은 것 배우고 가요' 등 한국의 명절에 대한 이번 공부로 한층 한국과 한국인들에게 가까워졌다는 느낌이었다.
 
'가깝지만 먼 나라'라고 표현되는 일본, 그러나 입 안 가득 따뜻한 온기로 감싸주는 송편 하나로도 이렇게 한발짝 가까워질 수 있었다.

  
[photo] 송편 이렇게 만들었어요 

▲ 서툰 솜씨로 빚은 송편은 꿀이 터지기도 했지만  방금 쪄내 따끈따끈 꿀맛!   ©이승열/jpnews
 
▲ 분홍은 매화꽃, 녹색은 나뭇잎 눈이 즐거운 송편만들기    ©이승열/jpnews
 
▲ 전문가의 손놀림을 일본 여성들은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었다     © jpnews
 
▲ 송편 찌는 것도 일본인들에게는 첫 경험. 모두가 관심있게 바라보았다   ©이승열/jpnews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넉넉한 인심베푸신 조선옥 요리연구가     ©이승열/jpnews

▲ 모두들 떡만들기 삼매경?     ©이승열/jpnews
 
▲ 송편 맛있어요 ~~ ©이승열/jpnews

 
[조선옥 요리연구가가 가르쳐준 송편찌기 tip!]
 
15~20분 뜨거운 증기로 쪄낸 송편에 마지막으로 찬물을 한번 끼얹어 주면 식감이 더욱 쫄깃쫄깃한 탄력 송편을 만들 수 있다고. 송편은 바로 꺼내 참기름과 식용유를 섞은 기름을 발라주면 반질반질 먹음직스러운 송편탄생!

요리하고 남은 채소로 떡 만들기는
여기에서 http://jpnews.kr/sub_read.html?uid=1601&section=sc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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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0/05 [18:50]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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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도 떡은 있지 않나요? 너구리 09/10/20 [12:32]
송편과 비슷한 모찌가 있는걸로 아는데 송편을 신기해 한다니.. 오히려 신기하네요.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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