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27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의 원폭 피해지 히로시마를 방문한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전후 처음있는 일이다.
아베 수상은 10일 밤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27일 히로시마의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그 방문에는 아베 수상 자신도 동행해 함께 희생자들을 추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이 그토록 기대하던 오바마 대통령의 사과 발언 내용은 일체 없었다. 그것은 이미 미국정부가 히로시마 원폭에 대한 사과 발언은 없을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정부는 10일,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1945년의 원폭투하에 대한 사죄의 의미가 결코 아니다. 핵병기가 없는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추구하기 위한 미국의 대처를 강조하기 위해서 가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제 2차 세계대전 말기의 원폭사용의 결정을 재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공유하는 미래에 초점을 맞춘 긍정적인 전망을 그릴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일본정부의 내심 기대하는 사과에 쇄기를 박은 것이다.
사실 히로시마는 대미외교의 아킬레스건 과도 같은 양날의 칼이었다. 태평양전쟁(제2차세계대전)을 먼저 야기 시킨 것은 일본이었고, 그 전쟁에 대한 응징으로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와 9일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것은 미국이었다. 이로 인해 당시 32만 명의 히로시마 인구 중 절반에 가까운 주민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고, 나가사키는 약 9만 여명의 주민이 사망했다.
말하자면 히로시마와 가와사키의 원폭피해는 일본의 인과응보의 결정체나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태평양전쟁 당시 진주만 공격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바 있는 미국은 원폭 피해를 입은 일본에 대해 사과를 할 의향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아베 수상으로서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일. 그는 "대통령이 실제로 피폭지에 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큰 결심을 했다고 생각한다. 히로시마는 70년 전, 원폭투하에 의해 많은 주민들이 무참하게 희생되었다. 그래서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히로시마를 방문해서 모든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회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피폭현지인 히로시마 주민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히로시마의 마츠이 시장도 "오바마 대통령의 이성과 양심에 따라 영단을 내린 것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환영한다. 평화공원에서 피폭실상을 접하고 피폭자의 체험과 평화를 염원하는 '히로시마의 마음'을 공유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한, 11일 마이니치 신문이 보도한 히로시마 현지 주민들의 반응도 그리 나쁘지 않다.
"실제로 눈으로 보고 실제로 느낀 것을 대통령의 입으로 직접 전해주면 기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자폭탄이 떨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사죄의 말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위령비 앞에서 헌화하거나 혹은 머리를 숙인다면 나는 그것으로 좋다. 오바마 선언이라든가 하는 것은 필요없다. 사죄의 말이 없어도 좋다. 히로시마에 오는 것만으로도 강한 의지가 없다면 올 수가 없는 것이다."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핵병기 폐기를 위해서 계속 이끌어 갔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환영했습니다(일본피폭단체 대표)."
이렇듯 이달 27일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앞두고 아베 정부는 한껏 고무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미일외교의 성과라고 치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자민당의 대다수 중진 의원들도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오는 7월에 있을 참의원 선거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발언을 서슴치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