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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텔레비전을 장악한 두 여성 정치인
[유재순의 도쿄라이프]
 
유재순 기자

요즘 일본 텔레비전을 켜면 지겨울 정도로 등장하는 두 여성이 있다. 썰렁한 분위기에, 평소와는 어울리지 않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 성명을 발표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짙게 화장한 얼굴로 대여섯 명의 수행원을 거느리고, 늘 어디론가 바쁘게 걸어가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도지사가 바로 두 주인공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된 사실로 역시 일본에서도 날마다 특집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고, 고이케 지사는 소속 정당인 자민당의 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도쿄 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화제의 인물이다.

 

박 대통령은 일본에 사는 한인들이 자국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한없이 부끄러워 얼굴을 못 들게 한 장본인이고, 고이케 지사는 텔레비전 앵커를 거쳐 중의원, 방위청 장관을 역임한 바 있는 커리어 우먼이다.

 

박 대통령은 요 며칠 일본에서도 톱뉴스 대상이다. 각 민방 텔레비전에서는 매일같이 도표를 만들어가며 일국의 대통령이 어떻게 한 여성에게 어처구니없이 질질 끌려다녔는지, 그 이유와 심리 분석을 하느라 신바람이 났다. 처음에는 사실 보도만 하더니, 지금은 아예 대놓고 서울발 생방송으로 ‘근거 없는 소문’까지 일일이 전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이라는 국격과 위상은 아예 없다.

 

고이케 지사의 경우에는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 경기장 건설에 따른 과다 상정 예산 문제와 이시하라 신타로·마스조에 요이치 등 전임 도지사가 벌여놓고 마무리하지 못한 정책을 수습하느라,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기도 하다.

 

덕분에 그동안 일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던 아베 신조 총리가 뜻하지 않게 찬밥 신세가 됐다. 언론에 노출되는 정도가 아베 총리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박 대통령과 고이케 지사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두 여성이 일본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데도 그다지 호감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야 자국 지도자도 아니고 한 나라를 대혼란에 빠뜨린 장본인이니 호감은커녕 비판을 받아 마땅하지만, 고이케 지사는 실책보다는 그간의 행적 때문에 일본 여성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차기 총리 후보군에 늘 이름을 올리면서도 일본의 젊은 여성들에게 롤모델이 되지 못하는 것은, 그녀의 정치적 행보가 늘 권력자의 언저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이 쇠락했지만, 과거 최고의 책사로 손꼽히던 오자와 이치로에 의해 여성 정치인으로 주목을 받은 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아베 신조 총리 등 당대 최고 권력자의 곁에는 어김없이 그녀가 있었다.

 

탤런트 정치인으로 인기가 높아 화보까지 낸 고이즈미 전 총리와의 결혼 얘기가 시사주간지에 보도될 만큼 고이즈미와는 밀착 관계에 있었다. 또한 아베 총리에게는 의상 코디를 해준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랬던 고이케 지사가 지금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조직의 유대 관계와 의리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은 유리코라는 정치인이 대세임을 인정하면서도 인간적 롤모델로서는 거부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의 렌호 대표는 일본 젊은 여성들로부터 의외로 호감도가 높다. 아버지가 대만인, 어머니가 일본인인 그녀 역시 몇 년간 텔레비전 뉴스 프로그램의 앵커를 지낸 바 있다. 국회에 진출한 뒤에는 정부를 상대로 똑 부러지는 질의를 해 일본 열도를 열광케 하고, 마침내 제1야당 대표 자리를 차지했다.

 

요즘은 세계가 여성파워 시대를 맞고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등이 뛰어난 능력으로 자국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긍정적인 세계적 여성파워 군단과는 달리 비호감 쪽으로 역행하고 있다.

 

아마도 그 이유는 박 대통령이나 고이케 지사 모두 자신의 순수한 ‘실력’으로 현재의 지위를 획득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배경에 힘입은 것이기에 자국민들에게 외면받는 것인지도 모른다.

 

* 본 기사는 한겨레신문 11월 10일 S9 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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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2/14 [22:10]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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