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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동일본대지진
[조은주의 東京視線] 3월 12일의 기억
 
조은주 기자
▲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발행된 도쿄 신문 1면. / 사진 = 조은주  © JPNews

 

세월 빠르다. 벌써 6년의 세월이 흘렀다. 대재앙으로 지옥을 맛본 이들에게도, 새로 태어나 영상으로만 대지진을 본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시계는 돌았고 6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래도 기억은 생생하다. 방송사 카메라에 담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쓰나미의 모습, 정말 지금봐도 무시무시하다.

 

3.11 대지진 기사를 정신없이 쓰다 갑자기 떨어진 취재 명령. 다음날 도쿄로 향하던 비행기 안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다. 당시 비행기 안 승객은 전날 비행기 결항으로 본국으로 향하지 못한 일본인과 몇몇 기자를 비롯한 한국인뿐이었다.

 

▲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직후 도쿄 하네다 공항의 모습. 비행기 결함 사태가 속출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항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 사진 = 조은주   © JPNews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던 당시 저 멀리 치바의 정유 공장이 불타오르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안테나 상단이 구부러진 ‘도쿄의 상징’ 도쿄타워의 처참한 모습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전후 처음 있었던 JR 철도의 중단 사태도 기억이 생생하다. 철로를 따라 4시간 걸어서 집에 갔다는 인터뷰이도 있었다. 집에 도착해보니 한국에서 무려 70통 이상의 부재중 전화(인터넷 전화)가 와 있었다고. 대지진 이후 가스, 수도, 전기는 끊겼지만 인터넷 통신망은 끊기지 않았었다고 한다.

 

신주쿠 역 전광판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던 아주머니의 모습, 마음이 아팠다. 여진으로 심하게 흔들리던 호텔 방 안. 기사 쓰다 테이블 밑으로 대피하다의 반복이었다. 평일 대낮에 굳게 닫힌 백화점 정문, 이 역시 처음 목격한 장면이었다.

 

▲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후 몇몇 전철 노선들은 축소 또는 단축 운행됐다. / 사진 = 조은주    © JPNews


대지진 피해자를 돕자며 즉석에서 모금운동을 벌이던 일본인들의 모습에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취재에 응했던 한국인, 일본인은 한결같이 "죽는 줄 알았다" "죽다 살아났다"란 말만 반복했다. 수화기 너머의 일본인 친구 마코는 "왜 일본에 왔냐"며 "일이고 뭐고 빨리 돌아가라"고 울먹였다.

 

비행기 결항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하네다 공항의 모습도 기억난다. 그야말로 일본 탈출 러시였다. 자연의 커다란 재앙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였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기자에게는 311 대지진의 기억은 없다. 다음날 일본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여진만으로도 밤잠을 설쳤으니 대지진 당시는 어땠을까. 상상 이상이었으리라.

 

후쿠시마에 갔던 기억도 없다. 렌트카뿐 아니라 대지진 및 원전 피해가 가장 컸던 도호쿠 지역으로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모 방송사 기자처럼 방사능에 피폭되지 않았고, 일본 방송 코디네이터인 지인처럼 끔찍한 환영으로 1년 이상 악몽에 시달렸던 기억도 없다. 도호쿠 지역 출신 친구가 직접적으로 없어서 실제 운명을 달리한 친구도 없다.
 
그리고 매해 이맘 때 쯤이면 꼭 하는 기자만의 신고식이 있다. 바로 도쿄 취재 당시 찍었던 사진을 찾아보는 일. 외장하드의 사진 폴더에서 ‘2011-03-Japan' 파일을 찾아냈다. 한장 한장 열어가며 ’아 이때, 이랬지‘하고 그날을 되새겨보곤 한다.

 

▲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철도가 마비되면서 많은 일본인들이 불편을 겪었다. 사진은 도쿄 신주쿠 역에서 시민들이  줄을 선 모습. / 사진 = 조은주  © JPNews

 

언제나처럼 기억에 가장 남는 사진은 바로 이 사진이다. 대지진 르뽀 취재를 마치고 한국으로 복귀하던 날 하네다 공항에서 만난 소녀의 모습이다. 사망자 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기약없이 항공편을 기다리는 사람들 속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 종이접기를 하던 꼬마 숙녀다.

 

그런 긴박한 순간에도 자신의 세계에 빠질 수 있다는 건 그 또래만의 특권일 것이다. 6년이 지난 지금, 이 소녀도 대지진에 대해 잘 알고 있으리라. 지난 6년간 이 소녀에게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준 걸까. 과연 이 소녀에게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그리고 지진같은 자연 재해를 대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을까.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취재 당시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만난 소녀의 모습. / 사진 = 조은주    © J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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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3/17 [03:59]  최종편집: 1999/11/30 [00:00]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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