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중국법인이 중국에서 열린 신형 스마트폰 발표회에서 세계적 패션브랜드 '슈프림'을 따라한 가짜 브랜드와 협업을 발표해 전세계적인 비판과 비난에 직면했다. 일본에서도 다수 언론을 통해 보도된 데 이어 관련 기사가 각종 포탈사이트의 많이 읽은 기사 순위권에 올라가는 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10일, 베이징에서 열린 신형 스마트폰 발표회에서 인기 패션 브랜드 '슈프림' 측과 협업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회에는 해당 패션브랜드 대표 두 사람이 연단에 올랐고, 내년 베이징에 브랜드 가맹점을 열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미국 뉴욕에 본사가 있는 '슈프림' 측이 "이번 발표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며, 가짜 회사가 선언한 것"이라며 협업을 부인했다.
알고보니, 삼성전자가 협업을 하기로 한 브랜드는 로고만 같은 이탈리아의 동명 브랜드였던 것. 이 회사는 일반명사나 형용사로 상표권을 등록하지 못하는 이탈리아 법을 악용해 진짜 슈프림 브랜드와 소송전을 벌여 승소했고, '슈프림'이라는 브랜드명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는 슈프림과 똑같은 로고를 사용해 이탈리아를 비롯한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법적으로 인정을 받았다한들 남의 창작물로 영업을 하는 악질적인 업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가짜 회사와 협업을 발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세계로부터 비판과 비난의 폭풍이 몰아닥쳤다. 더구나, '슈프림'은 전세계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각광받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로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대단하다. 직영점은 영국, 미국에만 있어 희소성도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슈프림' 브랜드의 옷은 부르는 게 값이다. 그런 만큼, 원조 '슈프림'이 아닌 그들의 창작물을 도용한 '슈프림 이탈리아'와의 협업을 선언한 삼성에 실망감의 목소리가 거셀 수밖에 없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이 업체가 '슈프림 뉴욕'이 아닌 '슈프림 이탈리아'라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중국법인 디지털 마케팅 매니저인 레오 라우(Leo Lau)가 본인의 SNS(웨이보) 계정 등을 통해 '슈프림 이탈리아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판매가 이미 허가되었기 때문에 삼성은 슈프림 이탈리아와 합작을 결정한 것'이라 밝혔던 것. 해당글은 금세 지워졌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삼성전자는 '슈프림'이라는 세계적 브랜드와 협업을 한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얻고자 슈프림 이탈리아와의 협업을 발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일본에서도 일본 공영방송 NHK를 비롯한 유력 언론뿐만 아니라 각종 온라인 매체에서 이 소식을 전했다. 일본의 양대 포탈사이트 '야후'와 '라이브도어'에서는 관련 기사가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0위권내에 진입하기도 했다.
기사를 접한 일본 트위터 사용자들은 "민망하다. 민망해", "짝퉁인데 합법이라 복잡하구만", "창피해 얼굴 붉히는 수준에서 끝날 일이 아니네...", "갤럭시 브랜드를 이렇게 망가뜨리면 어떡하냐...세계 판매대수 1위 업체가 뭐하는 거냐", "슈프림 비싼 가격 치고는 브랜드 관리가 엉성하네...", "삼성아 대기업이 할 짓이냐" 등 비판적인 목소리가 쇄도했다.
한편, 삼성 측은 결국 13일, '슈프림 이탈리아' 측과의 협업을 재검토한다며 사죄와 함께 협업 중단을 발표했다. 이번 협업은 삼성전자 한국 본사가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과 같은 브랜드 이미지의 실추를 피하기 위해서도 향후 리스크 관리 대응 체계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