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에서는 기내 대원들이 'FC계열(사격통제용 레이더 전파) 나오고 있다', 'fc콘택트' 등 레이더에 조준 당했다고 보고하는 내용의 음성이 수록됐다.
또한 영상에서 "사격통제용 레이더 안테나가 자위대기를 가리키고 있는 걸 확인했다. 목적은 무언인가?"라며 초계기에서 영어로 3종류 주파수를 사용해 반복해 묻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은 동영상 공개 전인 이날 오전 각료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영상 정보를 통해 한국 측이 주장하는 저공비행 등의 위험행위는 없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언급했다. 이 영상 중간에 국제법과 일본 국내 법령에 규정된 고도와 거리 이상으로 비행하고 있다는 자막이 삽입되어 있다. 그러나 정확한 거리나 고도는 적시되지 않았다.
이와야 방위상은 영상 공개 이유에 대해 "한일관계 회복은 최종적으로 필요하지만, 자위대 측에 문제가 있는 듯한 한국측의 발언은 유감스럽다. 국민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제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국방부 "일본의 영상 공개, 유감스럽다"
한편, 한국 국방부는 일본 정부의 영상 공개에 대해 유감 입장을 표명했다.
국방부는 이날 "한일 당사자간 조속한 협의를 통해 상호 오해를 불식시키고 국방분야 협력관계 발전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실무화상회의를 개최한지 불과 하루만에 일측이 영상자료를 공개한 데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거듭 강조한 바와 같이, 광개토대왕함은 정상적인 구조활동 중이었으며 ‘우리 군이 일본 초계기에 대해 추적레이더(STIR)를 운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면서 "오히려 인도주의적 구조활동에 집중하고 있던 우리 함정에 일본 초계기가 저공 위협비행을 한 것은 우방국으로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서 "일측이 공개한 영상자료는 단순히 일 초계기가 해상에서 선회하는 장면과 조종사의 대화장면만이 담긴 것으로 일반 상식적인 측면에서 추적레이더를 조사했다는 일측 주장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로 볼 수 없다"며 영상이 레이더 조준의 증거라는 일본의 주장을 반박했다.
"우리군은 어제 실시된 화상회의에서 우리 군함이 추적레이더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분석결과를 충분히 설명했으며 일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일측은 국제법과 무기체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협의해 나가야함에도 일방적인 내용을 담은 영상을 공개해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유감을 표한다"
◆ "아베 총리가 직접 영상 공개 지시했다"
실무자 회의를 열어 서로 오해를 풀어보려는 상황이었는데, 왜 일본 정부는 일방적으로 영상을 공개했을까?
여기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시가 있었다는 일본 보도가 나왔다. 일본 지지통신은 이날, 방위성이 주저함에도 아베 총리가 영상공개를 밀어붙였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와야 방위상과 방위성 실무진들은 영상공개가 국방당국간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한국에 불편한 심중을 보이는' 아베 총리가 직접 영상을 공개하라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급작스레 영상 공개가 결정됐다.
한 자민당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해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올라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 정부의 위안부 '화해 치유 재단' 해산 결정과 일본 기업에 대한 대법원의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 등 여러 한일 현안 때문이라는 것. 이러한 총리의 '감정적 문제'가 이번 사안에서도 그대로 드러났고, 레이더 조준을 부인하는 한국 측에 불만을 표출하며 직접 영상 공개를 지시했다.
지지통신은 "일본의 정당성을 여론에 호소하려는 노림수이지만, 진흙탕 싸움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