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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을 죽인 범인은 이 교실에 있습니다
미나토 가나에 소설 '고백'을 통해 보는 14세 미만 범죄 문제
 
김봉석 (문화평론가)

얼마 전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를 경찰에 밀고했다는 이유로, 15세와 13세 소녀가 친구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들은 지난 5월 특수절도죄로 감호시설에 들어갔다가 9월에 탈출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으로 15세 소녀는 구속이 되었지만, 13세 소녀는 다시 소년분류심사원으로 넘어갔다. 14세 미만의 청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법원에서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14세 미만의 청소년들에 의한 폭력, 강간, 살인 등 중범죄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사회적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에서도 미성년자의 범죄 처벌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일본의 형법 41조에는 '14세 미만인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다. 14세 미만인 경우에는 형사책임능력이 없는 것으로 인정되어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다.

이름과 얼굴이 공개되지 않고, 아동상담소가 조사를 하여 교화시설로 보내거나 가정재판소에 송치하게 된다. 그리고 교화 과정을 거치면 아이들은 전과 기록이 남지 않은 채, 사회로 돌아오게 된다. 아직 현실을 제대로 판단할 능력이 없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교화와 갱생의 과정을 중시하고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첫 번째 논점은 14세 미만의 아이에게 정말로 형사책임능력이 있는가, 이다. 이를테면 심신미약의 경우처럼,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책임은 면제되거나 경감되어야 하는 것일까? 백 번 양보해서 책임능력이 없다고 인정한다고 해도, 피해자와 그 가족의 문제가 있다.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야쿠마루 가쿠의 <천사의 나이프>란 소설이 있다. 미성년자들의 범행 때문에 억울하게 부인이 죽었지만, 정작 피해자의 가족은 범인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떻게 살인을 저질렀는지도 알 수 없다. 재판을 방청할 수조차 없다.

세월이 흘러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은 보호받고 교화되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사회로 돌아오지만, 피해자의 가족에게 남은 것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은 고통과 상처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 역시 14세는 넘었지만 미성년자인 범인들의 악행에서 비롯된 비극을 그리고 있다.

▲ 미나토 가나에 '고백'     
최근 국내에 출간된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도 14세 미만 미성년자의 살인으로 벌어지는 사건의 이면을 그리고 있다. 미나토 가나에는 단편 <성직자>를 발표하여 소설추리 신인상을 수상했고, <성직자>의 뒷이야기를 엮어 첫 장편 <고백>을 완성했다. <고백>은 2008년 각종 미스터리 랭킹10위에 들었고, 2009년 서점대상까지 수상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신인 작가의 데뷔작이 그토록 화제가 되고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독특한 형식에도 있었지만 <고백>의 내용이 지금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교사의 딸이 교정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사고사로 알려지긴 하지만, 딸을 잃은 교사는 비통한 심정으로 담임을 맡은 학급에서 토로한다. '내 딸을 죽인 사람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라고. 교사는 그 사건이 어떻게 벌어진 것인지를 '고백'하듯이 아이들에게 말한다. 그리고 학교를 떠난다.

<고백>은 성직자, 순교자, 자애자, 구도자, 신봉자, 전도자라는 제목의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교사의 입장에서 본 살인사건의 전모이고, 다음 장은 교사가 학교를 떠난 후 그 학급에서 벌어지는 폭력적인 상황을 지켜본 반장의 고백이다. 그리고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와 그 가족의 고백으로 이어진다.

'고백'은 단지 사건을 전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건을 진술하는 이들의 마음속까지 그대로 전해주는 효과가 있다.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그 사건을 일으킨 이유가 무엇인지 그들의 마음이 대체 무엇인지까지 절실하게 들려준다. 때로는 반성 없는 가해자에게 분노하게 만들고, 너무나도 어리석고 유치한 범죄의 이유 때문에 허탈하게도 만든다. <고백>은 대단히 울림이 강한 소설이다.

<고백>에서 아이를 잃은 여교사는 개인적인 복수를 감행한다. 경찰에서, 법원에서 불가능했던 처벌을 직접 내리려 하는 것이다. <천사의 나이프>와 <방황하는 칼날>이 제도의 문제를 파고드는 것에 집중했다면, <고백>은 그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가해자들의 마음에는 대체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를 '고백'이라는 형식을 통해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그 고백들을 다 읽고 나면, 교사의 복수에도 공감이 간다.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개인적 복수를 절대 금지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벌어지는 잔혹한 범죄를 보고 있으면 과연 국가와 법이 제대로 '가해자'들을 처벌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간다.

개인적 복수를 절대적으로 긍정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그들이 왜 복수를 하는지에 대해서만은 <고백>을 읽다 보면 공감이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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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0/27 [10:08]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_ 광이 09/12/30 [21:46]
흥미진진한데요.
예전에도 추천받은 적 있는데, 당장 내일 읽어봐야 되겠네요. 고백. 수정 삭제
정말 추천하는 작품 노란 돌고래 10/05/10 [10:03]
독특한 형식에 충격적인 결말까지 너무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고백이 너무 강렬한 탓인지 같은 작가의 작품인 속죄는 고백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추천하고 싶네요.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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