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전용기로 13일 오후 하네다로 입국, 수상관저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에서 최대 현안인 주일미군의 '후텐마' 기지 이전문제는 결론을 내지 않고, 아프가니스탄 지원 및 환경, 핵군축 등을 논의한다.
일본언론은 이번 미일정상회담이 '중층적인 미일동맹'을 심화시켜,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안정과 번영에 미일 리더쉽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나, 미일동맹의 근간이 되는 주일미군 '후텐마 기지' 이전 논의가 생략될 예정이어서 알맹이가 빠진 회담을 될 것이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토야마 수상은 '동아시아공동체' '대등한 미일동맹'등을 주창하며 전후 자민당이 구축해온 '친미,경제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하는 가운데, 보수언론은 '미일동맹'이 흔들리고 있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는 실정이다.
오바마 대통령 방일을 앞두고 현재 미국과 일본간의 핵심적인 외교 현안이 무엇인지 짚어보았다.
◆ 미일 최대현안은 오키나와현 '후텐마 기지' 이전이번 정상회담에서 언급하지 않기로 했지만, 역시 미일간의 최대 현안은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다.
후텐마 기지가 있는 기노완시는 오키나와의 중심도시 나하(那覇)시로부터 10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미군기지가 시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시가지 중심부에 위치한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었다.
후텐마 기지는 미국이 태평양전쟁말기 오키나와 점령 후 기노완시의 일부를 기지로 건설하면서 만들어졌다. 원래 육군 소관이었으나, 1960년 해병대로 이관되었고, 이때 류큐정부는 주민으로부터 일괄적으로 토지를 빌려서 미군측에 제공했다. 기지 전체의 9/10는 사유지로 연간 61억엔이 넘는 임대료가 발생, 이것을 주민에게 분배하는 식으로 류큐정부는 주둔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그러나, 14년전 미군에 의한 오키나와 소녀 집단폭행사건이 발생하면서 후텐마기지 이전문제가 본격적으로 일어난다.
1995년 9월 4일 미 해병대원 3명이 12살이 초등학교 여학생을 납치, 집단간강함으로써 강간치상혐의로 체포된다. 그러나 주일미군이 일본에서 사고를 일으켜도 미국이 1차적 재판권을 갖는다는 미일지위협정으로 인해 '기소까지 이르지 않는다면, 관여가 확실해도 미군의 신변을 일본측에 넘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결정되자, 오키나와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게 된다. 이때부터 지위협정의 재검토뿐 아니라, 미군기지 축소 및 철폐 운동으로 확산된다.
▲ 오키나와와 미일양국 사이의 쟁점을 낳고 있는 후텐마 기지 (2007년 6월 21일 촬영) © 박철현 / jpnews | |
후텐마기지는 이로써 96년 4월 대체시설건설을 조건으로 일본에 반환하기로 미일간 합의를 본 뒤, 2002년 같은 현 나고시의 매립지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올해 9월 대등한 미일관계를 주창하는 하토야마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민주당정권이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기지이전의 재검토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자민당시절 미일간에 합의한 후텐마기지를 나고시의 캠프 슈와브 연안부로 옮기는 것은 환경파괴 및 기지 고정화로 이어진다고 보고 오키나와현이 아닌 일본의 다른 현이나 국외로 옮길 것을 주장해왔다.
민주당이 선거전에 발표한 매니페스토(정책공약집)에도 '미군재편의 재검토에 임할 것'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으며, 하토야마 수상은 올해 7월 오키나와현 집회에서 '최소한 오키나와현 외 지역으로 이전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기존의 미일합의를 깨고 오키나와현 외 지역으로 후텐마 기지를 옮기는 것이 쉬워보이지 않는다. 오키나와 현 외 지역의 대체지가 마땅하게 없을 뿐더러, 후텐마기지의 일본 외 지역 이전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전체의 주일미군 재배치에도 심각한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권을 잡은 뒤 내각내에서 후텐마 기지에 대해 입장이 통일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기타자와 방위상은 현행계획을 용인하는 입장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반면, 오카다 외무상은 가데나 기지와의 통합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려야할 하토야마 수상은 나고시 시장선거(내년 1월 24일) 이후로 결론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 후텐만기지의 이전안. 미일 합의안은 헤노코 앞바다로 이전하는 것이지만, 오카다 외상은 후텐만기지 옆 가데나 기지(파란색부분)로 통합하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니혼 tv | |
민주당 정권이 갈팡질팡하자, 오키나와현 주민들은 지난 8일 2만명 규모의 집회를 열고, 오키나와현 밖으로 기지이전을 촉구했다. 이 대회에서 주최측은 "하토야마 신정권은 미국의 압력에 굴하지 말고, 대등한 교섭으로 오키나와 현민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주장해야한다"는 결의를 채택했다.
후텐마 기지가 있는 기노완시 시장은 "대회를 연 것은 현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고, 전후 64년 동안 계속된 기지 부담과 슬픔에 종지부를 찍는 영단을 신정권에 요구하기 위해서"라며, "기지 이전은 최소한 오키나와현 외 지역이라고 말한 하토야마 수상에게 이 이상의 미군기지는 필요없다는 오키나와인들의 생각을 오바마 미 대통령에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런 일본측 움직임에 미국은 당황한 상태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정부에 올해 내 기지이전 문제의 결정을 내려야할 것이라며 압박을 하면서도, 외교마찰을 우려해 이번 미일정상회담에서는 후텐마기지 문제를 언급하지 않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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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 급유지원 대신에 아프간 민생지원
한국이 아프가니스탄 의료지원단 및 지방재건팀을 포함, 파병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하토야마 수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앞으로 5년간 50억달러(약 4천5백억엔)가 넘는 금액을 아프가니스탄민생지원책에 쓰겠다고 밝힐 예정이다.
일본은 2001년 9.11테러 이후에도 미국,영국에 이은 세번째로 많은 20억달러 민생지원을 실시,표명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제시한 50억달러는 이전의 지원했던 금액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일본이 이런 거액을 아프간에 지원하겠다는 것은 해상자위대의 인도양 미군함에 대한 급유지원이 법적으로 내년 1월에 끝나기 때문에 그것을 대신해서 미국측에 국제 공헌에 대한 어필을 하겠다는 것이다.
아프간 지원문제는 미일정상회담에서 후텐마기지 이전문제 대해 결론을 내지 않기로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토야마 수상도 '오바마 대통령의 관심은 후텐마보다 아프간'이라는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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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핵폐기' '환경,온난화' 문제 이번 미일정상회담에서는 '핵 없는 세계를 향한 미일 공동 이니셔티브'(가제)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일본측이 논의를 주도할 몇 안되는 의제중 하나로 환경문제에 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양정상은 오는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제 15회 유엔기후협약 당사국 총회(cop15)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조강화를 천명할 예정이다.
그러나, 교토의정서를 대신할 새로운 의정서를 채택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하토야마식 대등외교 실현가능할까 하토야마 수상은 그동안 '긴밀하면서도 대등한 미일관계'를 주장해왔다. 지금까지도 일본정부는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유지에 노력해왔으나 여기에 '대등'한 관계를 추가한 것이다.
하토야마 수상은 지난 10월 26일 소신표명연설에서 '대등'이라는 말의 의미를 '미일양국의 동맹관계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다할 수 있는 역할이나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일본측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제안해, 협력해갈 수 있는 관계'라고 규정했다. 즉, 그동안 자민당 정권의 미일관계는 '대미 추종'이었다는 말로 이것을 되돌려놓겠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은 이런 하토야마의 구상이 마찬가지로 대등한 한미관계를 주창한 한국의 노무현대통령과 닮았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미국측은 이런 하토야마 수상의 "대등한 미일관계" 및 "동아시아공동체구상" 발언에 대해 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을 제외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후 일본에서 처음 열리는 미일정상회담.
하토야마 수상이 말한 '긴밀'하면서도 '대등'한 대미외교가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전후 아시아 태평양 지역 안보의 중심축으로 작동해온 미일동맹이 향후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