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관계, 일본과 정반대" 보수우익지로 알려진 <산케이 신문>이 19일 있었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극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신문은 20일자 조간판 3면 거의 대부분을 할애해 한미정상회담 이모저모와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지국장의 분석칼럼 '최상의 관계, 일본과 정반대(最上の関係、日本と逆転)'를 실었다.
'북핵 일괄타결 추진'이라는 제목을 단 스트레이트 보도에서는 "양 정상은 북핵해결에 대해 일괄타결 방안에 동의했으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했다"라며, 일괄타결에 대해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북미국교정상화, 경제적 지원등을 적극적으로 행한다"라는 내용임을 분명히 했다.
▲ 산케이신문은 11월 20일자 3면 거의 대부분을 할애해 한미정상회담을 다루었다. "최상의 관계, 일본과 정반대(직역하면 역전이지만, 문맥상 정반대가 무난함-기자주)"로 제목을 단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지국장의 칼럼과 사진이 인상적이다. ©박철현/jpnews | |
<산케이 신문>은 일본 하토야마 정권의 외교통상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내용도 실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한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재파병 결의를 환영했으며 미국내의 반대로 아직 비준되지 않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산케이신문 11월 20일자, '북핵 일괄타결 추진' 기사 중에서) 하토야마 정권은 지난 10월초 인도양 급유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아프가니스탄 부흥지원에 나설 수는 있다"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11월 4일 저녁 "아프가니스탄에 자위대 파견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다른 방법의 지원을 생각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하토야마 총리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론'을 주창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산케이 신문>은 이러한 민주당의 외교정책을 미일동맹의 균열을 가져오는 행위라며 줄곧 비판적으로 보도해 왔다. '한국의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결의로 인해 한미간 공조가 굳건해졌다'는 내용을 강조한 것도 일본 민주당 정권에 대한 비판적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기사 바로 옆에 실린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구로다 가쓰히로(黒田勝弘) 씨의 칼럼이다.
"하토야마 정권, 노무현화(化) 되고 있어"... 구로다 씨 한국에 배워라?! 구로다 씨의 이 칼럼은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들은 지금 최상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강조했으며, 오바마 대통령도 '한국은 미국에 있어 가깝고도 중요한 친구(友人)이자 우방'이라고 말했다"로 시작된다.
그는 19일자 <동아일보> 보도를 인용해 "한국 매스컴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외교에 대해 '중국에 밀착, 일본과는 균열, 한국에서는 편해'라고 보도하고 있으며 서울에서도 반미보다 친미집회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또 구로다 씨는 "이런 변화는 이전 노무현 정권시절과 정반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명박 정권하의 한미관계는 노무현 전(前) 정권 시대와 다르다. 좌파・혁신계의 노무현 전 정권은 '아무리 미국이라도 할 말은 하겠다'라며 미군기지 문제를 시작으로 대미관계의 재검토를 실시했다. (노무현 정권은) '동아시아의 균형자'를 자임하면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흔들리게 했다. 반일외교도 두드러졌다.
하지만 작년에 출범한 보수파의 이명박 정권은 한미관계 수복에 전력을 다함과 동시에 한미일 3개국 협력제체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바람에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엔 '하토야마 정권의 노무현화'가 진행되고 있다."
▲ 칼럼 왼쪽부분에 "하토야마 정권의 노무현화"가 보인다. ©박철현/jpnews | |
그는 '하토야마 정권의 노무현화'에 대한 근거로 대북관계, 아프가니스탄 파병, 인도양 급유지원 중단등을 들었다. 특히 그는 아프간 파병이 최근 한일 양국의 대미외교에 대한 스탠스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둘러싼 최근의 한일 양국의 차이는 아프간 문제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미국의 기대에 일본은 인도양에서의 자위대 철수로 '노(no)'의 뜻을 명확히 나타냈지만, 한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파병을 결정했다.
한국은 약 150명에 이르는 지역진흥팀과 경비치안부대 500명을 아프간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헬리콥터 부대도 포함될 전망이다. 아시아에서는 최대의 인적지원.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정부의) 결단을 환영한다. 우리의 목적달성에 중요한 기여가 될 것'이라는 감사를 표명했다." 구로다 씨는 이러한 한국의 적극적인 대미외교책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미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미국내에서 한국과의 무역불균형에의 불만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미군사협력을 통해 이 불만을 회피하려고자 하는 계산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칼럼을 마무리했다.
<산케이 신문>은, 아니 구로다 씨는 부산 사격장 화재 사건에서 보여준 한국정부의 모습에 대해서도 "한국정부 극진한 대응"이라며 칭찬한 바 있다.
구로다 씨는 노무현 정권시절에 격주간지 <사피오>에 "한국 어린이들은 반일(反日) 파블로프의 개가 되고 있다"(2005년 9월 28일자)는 칼럼을 기고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는 한국정부의 외교정책을 높이 평가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산케이 신문>의 '한국사랑'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하다.
▲ 노무현 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을 비교한 부분. 구로다 씨는 이명박 정권을 높게 평가했다. ©박철현/jpnew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