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연말풍경으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홍백가합전.
12월 31일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기 전까지 저녁시간 전부를 사용해서 방송하는 홍백가합전은 일본인들에게 연말기분을 나게하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무려 50팀에 달하는 일본의 톱가수들이 총출동하여 호화로운 무대를 선보이는만큼 홍백가합전은 볼거리, 들을거리가 풍부한 무대임에 틀림없다.
한 때는 시청률 80% 이상을 자랑하며 일본인들에게
'12월 31일= 홍백가합전 보는 날'로 정해져 있었지만, 채널도 많아지고 컴퓨터, 게임 등 놀거리가 많아진 요즘은 40% 넘기기 어려운 수준으로 대폭 하락했다.
홍백가합전은 여자가수들이 홍팀, 남자가수들이 백팀이 되어 번갈아 노래를 하면서 대결한다. 남녀비율을 맞추다보니 때로는
'이 가수는 왜 뽑혔지?'라고 평가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정말 인기가 많았는 데도 선정되지 않은 가수도 있다.
한국가수로서는 87년부터 90년까지 연속 4회 출전한 조용필을 비롯하여 계은숙, 김연자, 패티김이 있고, 16살 때 일본 데뷔 이후 5년 연속 출전한 보아, 지난해부터 연속 2회 출전하는 동방신기, 그 밖에 한류붐을 타고 이정현, 류 등이 홍백가합전에 출전, 한국 가수들의 위상을 알렸다.
60회 홍백가합전, 올해도 화려하게 1951년부터 시작하여 올해로 60회를 맞은 홍백가합전은 올해 연말에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제로년대(00년부터 09년)의 마지막해, 마지막날에 개최되는 홍백가합전은 더욱 화려해지고 강력한 모습이다.
일단 스마프, 토키오 외에도 아라시, nyc boys, 스노우 프린스 합창단 등 쟈니스 아이돌이 대폭 늘었다. 스마프, 토키오 두 그룹이 언제나 홍백가합전에 출전했지만, 이들은 아이돌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나이. 데뷔 10주년을 맞이하여 인기 피크를 맞고 있는 아라시가 홍백가합전의 고정 멤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남성미 넘치는 그룹 에그자일과 동방신기도 출석한다. 지난해에 이어 일본레코드대상 2연패를 달성한 에그자일(exile)도 올 한해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고, 도쿄돔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일본에서 완벽하게 인정받은 동방신기도 소속사 트러블만 없었다면 최고의 인기가수 그룹으로 인정받을만한 한 해였다.
여기에 신이 내린 목소리, 2009년 전세계를 놀라게 한 그녀, 수잔 보일도 생방송 출연이 결정됐다. 이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무대, 그것이 제 60회 nhk 홍백가합전인 것이다.
▲ 60회 사회를 맡은 나카마 유키에와 아역스타들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nhk 홍백가합전은 11월에 올해의 출전자가 발표된다. nhk가 선정하고 가수들에게 통보하는 방식으로, 간혹 출전을 거부하는 가수도 있긴 하지만, 연말 전국방송인 만큼 대부분의 가수들은 출전자체를 영광으로 여긴다. 출전이 정해지면 곡 선정에 들어가고 무대를 꾸미게 된다. 상당히 호화로운 무대인만큼 준비하는 기간이 상당히 길다.
쟈니스는 특별하니까... 기획사 횡포홍백가합전은 리허설도 3일에 걸쳐 실시한다. 29일부터 시작되는 리허설에는 첫 출전을 앞둔 아라시, nyc boys 등의 기자회견이 있었고, 30일 리허설에는 홍백가합전 후반부분 출전팀, 31일에는 전반부분 출전팀 리허설이 있었다.
30일 리허설에는 스마프, 토키오, 아라시 등 인기그룹 가수들이 나왔다. 하지만 리허설 모습은 일반 기자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이유는 가수들의 소속사에서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쟈니스 기획사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게다가 인터넷뉴스사는 쟈니스 아이돌의 사진을 사용하면 안되고, 만약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다시는 쟈니스 취재를 못하도록 거부를 하기도 한다.
거대 기획사의 영향력은 점점 더 심해지는 현상으로, 쟈니스 뿐만 아니라 에이벡스도 까다롭다. 특히나 올해 해체설이 나도는 동방신기는 소속사의 철저한 마크로, 인터뷰는 물론 리허설 모습이나 촬영 등 아예 취재 자체가 금지가 되기도 했다. 일본 기자들 사이에서도 동방신기는 취재하기 어렵다는 소문이 퍼져, 동방신기가 리허설을 할 때는 기자들이 배로 몰리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 akb48도 언젠가는 촬영금지의 날이 올까?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기자들에게 공개가 되는 리허설 현장에서도 사진을 찍으면 안되는 가수 리스트가 있다. 대부분 톱클래스급의 스타들은 사진 거부, 리허설 거부로 만약 몰래 사진을 찍다가 걸리면 된통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한다.
31일 리허설에서는 멋모르고 휴대폰을 꺼내 리허설 현장을 찍었던 기자가 현장 스탭으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스탭은 기자에게
"지금 휴대폰으로 사진 찍으셨습니까?" "그런 짓 하지 말아주세요" "제대로 된 카메라가 없습니까?" 라는 등 한참동안 설교를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한편, 31일 nhk 홀 밖에는 방청을 희망하는 일반인들의 줄이 길게 늘어 서 있었다. nhk 방송국을 한바퀴 둘러싸고 요요기 공원을 향해 뻗어나갈만큼 긴 줄로, 특히 가장 맨 앞에 서있는 줄은 전날부터 밤을 새고 기다린 사람들이라고 했다.
▲ nhk 홀을 둘러싸듯이 자리를 펴고 기다리는 사람들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nhk 홀의 수용인원은 3500명. 홍백가합전의 방청객은 미리 신청한 사람들 중에 추첨을 통해서 선발된다. 그러나 방청권을 획득하고도 밤을 새서 기다리는 이유는 한시라도 빨리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싶어서란다.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 할아버지도 꼬박 줄을 서는 모습에는 취재하는 기자도 혀를 내두를 정도.
또 하나 독특한 풍경은 방청권 추첨에서 떨어진 사람들의 자리 구걸(?)이다. 31일 홍백가합전 당일에 새벽부터
"제발 저를 같이 데려가 주세요" "빈자리 남는 분의 양도를 기다립니다" 라는 글의 팻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nhk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렇다고 방청객들을 잡고 늘어지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저 간절한 소망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누군가가 구해(?)주기만을 바랄뿐이다. 이런 수고까지해서 들어가고 싶은 것은 역시 홍백가합전이 일본 최고의 가요대제전이기 때문이다.
▲ nhk 앞에서 자리 좀 주세요 팻말을 들고 서있는 사람들 ©jpnews / 야마모토 히로키 | |
이렇듯 홍백가합전이 예전에 비해 영향력이 많이 줄었다고 평가되고 있는 요즘이지만, 역시 일본인들에게 있어 홍백가합전은 곧 연말이고 가장 큰 이벤트임에 틀림없다.
▲ 60회 홍백가합전 피날레를 연습중인 코다쿠미 ©jpnews | |
▲ 첫출전을 한 레미오로멘- 1리터의 눈물 주제가를 불렀다- ©jpnews / 야마모토 히로키 | |
▲ 연속 2회 출전중인 이키모노가카리 ©jpnews / 야마모토 히로키 | |
▲ 성우, 애니송 가수로 첫 출전하게 된 미즈키 나나 ©jpnews / 야마모토 히로키 | |
▲ 홍백가합전에 출전한 동방신기- nhk 화면캡쳐 모습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