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구로다 가쓰히로 씨가 비빔밤 칼럼 2탄을 내 놨다.
구로다 씨는 작년 12월 26일 칼럼코너 '서울에서 여보세요 - 비빔밥은 괴롭다?'를 통해 '비빔밥은 양두구육의 음식'이라고 소개해 물의를 빚었었다.
<제이피뉴스>가 최초로 인용보도한 이 뉴스를 통해 구로다 씨는 복수의 미디어에 출연해 "진의는 그게 아니다. 양두구육은 일본에서 흔히 쓰는 말"이라고 반박하면서 "다음에 비빔밥 2탄을 쓰겠다"고 선언했다.
그 2탄에 해당하는 기사가 <산케이신문> 1월 9일자에 실렸다. 제목은 '비빔밥 테러?'.
구로다 씨는 이번 칼럼을 통해 한국인들로부터 '죽여버린다'라는 협박을 받았다고 털어놓으며 비빔밤 칼럼의 오해는 한국어와 일본어 단어의 의미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 주장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런 의미 차이에서 비롯된 예전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 시대에 썼던 일화를 먼저 소개했다.
"김영삼 대통령 시대에 그의 반일외교를 비판하면서 '당돌하다'라고 쓴 적이 있다. 그러자 당국이 나를 불러 '국가원수에게 실례다!'라고 항의했다. '당돌'(唐突)이라는 표현이 안된다는 말이다. 호오라. 한국어로 '당돌'은 '자신의 처지를 모르는 건방진 자세'를 의미하며 상대방을 바보로 취급한다는 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어에는 '돌연히', '급히'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일본신문의 기사이기 때문에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항의를 거부했다." 구로다 씨는 '당돌'이라는 표현이 일본어에서는 '돌연히', '급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돌'은 일본어에서도 그다지 좋은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십여년째 한일 통번역 업무에 종사하는 일본인 s 씨는 "상황에 대해서 쓴다면 모르겠는데, 사람한테 이 단어를 썼을 때는 좋은 뜻으로 썼다고 볼 수 없다. 나쁜 뉘앙스가 포함돼 있으며 중립적인 표현은 아니다"고 말한다.
구로다 씨는 이어서 전편 '비빔밥은 괴롭다?'에 얽힌 사후 에피소드와 왜 그런 글을 썼는지 전후사정을 소개했다.
"저번에 이 코너를 통해 한국이 '한국요리의 세계화'라는 취지로 관민이 뭉쳐 '비빔밤'을 해외에 pr하는 내용을 소개했다. 이 때 비빔밥은 처음에 나올 때는 아름답게 치장돼 나오지만 먹을 때는 뒤섞어버리기 때문에 외국인이 '양두구육'이라고 느낄지도 모를꺼야, 라고 유머러스(?)하게 적었는데 이게 대소동이 되고 말았다." 구로다 씨는 어디까지나 좋은 의미로 썼고, 양두구육이 유머러스한 표현이라고 주장하면서 "하지만 한국사람들의 비판은 만만치 않았다"면서 자기 선의을 못 알아듣는 게 답답하다는 투로 덧붙였다.
"'한국의 음식문화를 바보취급한다', '구로다 기자가 또 망언' 등의 비난이 쇄도했다. '죽여버린다(殺してやる)', '주소는 어디야!' 등 협박전화도 걸려와 경찰이 "경호해드릴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판적인 인터뷰도 진행돼 내가 "세계화라고 하니까 외국인의 관점을 소개한 것 뿐"이라고 설명해도 좀처럼 납득이 안가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그는 칼럼 마지막 부분에 문제가 된 '양두구육'에 대한 한일간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여전히 비빔밥을 즐기고 있다고 마무리했다.
"특히 '양두구육'이 마음에 안드는 모양이다. 한국에서는 '사기'라는 표현에 가까운 꽤 심한 악담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직접 눈으로 본 것과 실제 모습이 다르다는 의미로 쉽게 자주 쓰는, 그렇게 심각한 말이 아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저 자신은 비빔밥을 좋아해요'라며, 요즘도 자주 즐겨 먹고 있다." 이번 비빔밥 2탄을 통해 구로다 씨는 자신의 취지가 왜곡됐다는 설명과 함께 한국어와 일본어 간에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제이피뉴스>가 이미 보도했듯이 양두구육은 일상생활에서 쓰이지 않는 단어다. (관련기사 "
양두구육 日 생활에서 안 쓰인다"). 구로다 씨가 칼럼 마지막에 주장한 "양두구육은 쉽게 자주 쓰는 말"은 거짓말이다.
연말연시에 만난 다양한 연령층의 일본인들은 양두구육의 뜻은커녕 들어본 적이 한번도 없다고 답한 이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구로다 씨와 비슷한 연령대의 6, 70대들도 마찬가지다.
70대 중반의 남성은 "양두구육이라는 말을 일상생활에 쓴 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어는 들어봤지만 (써 본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30대 중반의 와세다대학 제1문학부 출신의 남성도 "고사성어로 알고 있다. 자주? 한번도 사용해 본 적 없다"고 말했다.
도쿄대학을 나와 벤처기업의 대표이사 겸 공인회계사인 30대 남성도 "수험시험 볼 때나 한번씩 들어보는 단어. 사용해 본 적도 없고 이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 본 적도 없다"고 한다. 이 외에도 기자가 만난 수십명의 일본인들은 '쉽게 자주 쓰는' 말이 아니라고 했다. 도대체 어딜 가면 '양두구육'이라는 말을 자주, 그리고 쉽게 들을 수 있을까.
비빔밥을 자주 먹던 안먹던 상관할 바 아니지만 '듣보잡' 일본어를, 자주 쓰는 일본어라고 버젓이 신문지상에 대놓고 주장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