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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헤드> 암울한 종말의 묵시록
아이티 지진을 보고 떠오른 일본 만화
 
김봉석 (문화평론가)
카리브해의 소국 아이티에서 지진이 일어나 엄청난 참상이 벌어졌다. 아이티는 물론 중국, 파키스탄, 일본 등의 대지진이 연이어 일어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한국 역시 지진의 안전지대는 아니란 말도 나오고,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지구 전체의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말도 나온다. 기나긴 지구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천재지변으로 인간이 모두 사라진다 해도 그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다만 그런 종말 같은 것이 온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 것인가는 궁금하다. 아마도 얼마 전 개봉한 <더 로드>처럼 지극히 암울하고 비관적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모치즈키 미네타로의 <드래곤 헤드>가 떠올랐다.

고도(古都) 교토로 수학여행을 다녀오던 테루는 신칸센 차창 밖으로 거대한 불기둥을 본다. 친구에게 저것을 보라고 말하지만 이미 기차는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 
깨어난 테루의 눈앞에는 죽음과 어둠뿐이다. 열차 안을 헤매던 테루는 늘 왕따를 당하던 노부오를 만난다. 시체들 사이에서 신음하던 세토도 구해낸다. 알콜도수가 높은 양주로 횃불을 만들어 앞뒤를 살피지만 터널이 무너져내려 고립된 상태다. 그들은 구조대를 기다리지만, 차츰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졌음을 짐작한다.

단지 열차 사고가 나서 터널이 막혀버린 것이 아니라, 거대한 무엇인가가 일본을 덮친 것이고 구조대는 결코 오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을. 희망이 사라지면서 노부오는 어둠에 굴복한다. 광기에 사로잡혀 테루를, 세토를 위협한다.

인간이 아직 짐승과 다르지 않던 시절. 인간의 능력은 무엇이었을까. 하늘을 나는 날개도 없고, 날카로운 이빨이나 억센 턱도 없고, 사방에서 덤벼드는 맹수를 피할 수 있는 빠른 걸음도 없고, 청력과 후각이 뛰어나지도 않은 인간. 맹수와 추위를 피해 어두운 동굴 안으로 숨어드는 인간들은 어떤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을까.

▲ 드래곤 헤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절대적인 암흑 속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인간은 공포를, 어둠을 극복하기 위해 불을 생활 속으로 끌어들였다. 불을 들고 동굴을 나와 평지에 집을 짓고, 도시와 국가를 이루었다. 도구를, 기계를 만들어 가면서 인간은 무서운 것들, 공포의 존재들을 조금씩 굴복시켜왔다.

"그 결과로 얻어진 쾌적한 사회는 인간을 공포로부터 거의 완벽하게 차단했지만 그 안에서 생활하게 됨으로써 인간은 더욱 공포에 민감하게 된 셈이지"라고 한 남자가 말한다.

그는 폐허가 된 도쿄의 지하에서, 공포 중독자들을 이끌고 마치 사이비 종교의 교주처럼 존재한다. 그의 말처럼 인간은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고 살고 있다. 공포는 인간을 자극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평온한 생활에 길들여지면서, 절대적인 안전 신화에 세뇌당하면서 인간은 공포의 감각을 잃어버렸다. 일본인들에게는, 그리고 현대인에게 죽음이란 더 이상 생활의 일부분이 아니게 되었다. 그로 인해 우리들은 진정한 죽음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삶의 의미까지도 둔감해진 것이 아닐까.

<드래곤 헤드>는 암울한 종말의 묵시록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일본이 멸망한다. 용암이 분출하고,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고, 해일이 밀어닥친다. 지반은 뒤틀리고, 거대한 재구름이 하늘을 뒤덮는다. 이유는 모른다. 단순한 천재지변일 수도 있고, 혹은 핵폭발이 야기한 인재일 수도 있다.

<드래곤 헤드>는 정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왜 종말이 일어났는가, 는 모치즈키 미네타로가 원하는 답이 아니다. 사이토 다카오의 <생존 게임>이나 <브레이크 다운>처럼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를 거부한 인간이 종말 이후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서바이벌의 과정에 관심 있는 것도 아니다. 모치즈키 미네타로는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드래곤 헤드>가 그려내는 종말의 끔찍한 형상은,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그 어둠을 그려낸 것이다. 호쿠사이가 그려낸 '드래곤 헤드'처럼.

테루와 세토는 터널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바깥세상은 더 끔찍한 지옥이다. 모든 것은 사라지고, 폐허만이 남았다. 부대에서 이탈한 자위대 군인의 헬기를 만나고,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가족들을 모두 죽이고 자결하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사회 지도층'도 만난다. 그들의 공통점은 공포에 사로잡혔다는 것이다. 어둠에 굴복한 것이다. 그러나 테루와 세토는 결코 무릎꿇지 않는다. 한때 흔들리기도 하지만, 끝내 일어선다.

"터널에 있었을 때 그 어둠은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침식해버렸다. 정말로 무서운 것은 무서우니까...두려우니까...하고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하지 않은 내 마음이야말로...저 어둠 따위보다 훨씬 더 무서운 거야!!"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똑같은 잘못을 저지른다. 테루는 "어째서 그런 실패와 바보짓을 반복하지 않으면 알 수 없었던 걸까!?"라고 되뇌이고, 테루와 세토를 구해준 이즈 반도의 아줌마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이란 건 무서운 체험을 하고 한번 공포에 사로잡혀 버리면 그걸 머리속으로 이해한다 해도...정말로 그걸 수용할 때까진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게 마련이야. 아줌마는 공포에 떨며 비참하게 살고 있는 자신을 인정하고 지금 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그렇게 생각해."

라고 답해준다. 그 답은 훌륭하지만,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드래곤 헤드 movie   
테루와 세토는 가족이 있었던 도쿄로 향한다. 도쿄에서 테루는, 인간의 이미지가 만들어낸 공포를 발견한다. '인간은 머리속에 무시무시한 힘을 지니고 있다. 어둠 속에서 악마를 보면 세상은 그런 세계로 바뀌고 만다'는 말처럼, 인간이 상상하는 가장 끔찍한 미래. 그 악몽의 미래 속에서는 방관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그 안에 휩싸여도 반항하지 않은 채 방관하며 살아왔지. 그런데 이게 뭐야? 어느새 나 자신도 그 왜곡된 세상 속에 갇혀버리고 말았어! 방관자로서의 입장도 무너져 버려 불안정한 상태가 돼버렸다고!!"

오시이 마모루는 <패트레이버 2>를 만들면서 '안전 신화에 젖어있는 일본인들, 우리는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믿는 일본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쟁이란 먼 나라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끔직한 범죄나 천재지변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닥쳐오는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러나 <드래곤 헤드>의 종말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누구도 벗어나지 못하고, 누구도 바라볼 수만은 없다. 직접 종말을 겪고, 공포를 체험해야만 한다. 하지만 누구는 그런 미래를 결코 믿지 않는다. 공포를 겪지 않아 본 사람은, 자신은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드래곤 헤드>는 그들의 근거없는 신념을 처참하게 박살내버린다. <드래곤 헤드>는 그 사상만으로도 독자를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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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2/04 [11:07]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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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해드 애독자 옵빠달려 10/02/23 [02:08]
한동안 빠져 있던 만화 입니다.
철학적 해석의 기사는 다시금 드래곤 해드를 보고 싶게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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