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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日 소개하는 씨네콰논 이봉우 대표
[인터뷰]명동 CQN, 한국영화 포기 안해
 
안민정 기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일본 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했던 영화관  명동 '씨네콰논'이 문을 닫은지 벌써 1년여. 요즘같이 정보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1년이라는 시간은 사람들 머릿속에서는 벌써 잊혀지고도 남을 시간이지만, 일본 영화에 대한 갈증을 해갈시켜 주었던 유일한 창구였던만큼 영화팬들 사이에서 아직도 아쉬움의 원성이 크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폐관에 가장 아쉬웠던 사람은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던 '씨네콰논'의 이봉우 대표가 아니었을까? 일본에 있는 '씨네콰논' 만으로도 충분히 능력을 발휘했던 그였지만 한일 양국의 문화 가교 뜻을 품고 시작했던 '씨네콰논' 한국지사를 3년만에 문을 내리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뿌렸을까? 

 
명동 씨네콰논 폐관으로부터 1년, 이봉우 대표를 도쿄 시부야에서 만났다.

사족일 수 도 있겠지만 이봉우 대표 이름을 보고 '누구더라?'하는 독자에게 잠깐 소개해보자면, 2005년 영화 <박치기>, 2006년 <훌라걸스> 등 작품성과 흥행면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히트메이커' 영화 제작자이자 <쉬리> 를 처음 일본에 배급해 원조 한류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며, 일본 내에서는 긴자, 시부야 등 금싸라기 땅에 '씨네콰논' 영화관을 다섯개나 운영하는 경영인이기도 하다.
 
▲ 박치기, 훌라걸즈, 유레루 등 씨네콰논 대표작     © 씨네콰논 홈페이지
 
성공한 사람들은 뭔가 다르다고, 맨 주먹에서 이 정도로 사업을 일으킨 대표에, 그 사업이 '영화'라고 하니 사람이 별나거나 좀 모난 구석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것도 사실. 그러나 저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이 왠지 낯 익다.
 
▲ 씨네콰논 사무실에서 이봉우 대표  © jpnews
적당히 물빠진 청바지에 스니커즈, 아디다스 저지 트레이닝 자켓을 손에 들고 나타나 빙긋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는 이봉우 대표는 그야말로 인상좋은 중년의 신사
. 고생의 흔적이 보이지도, 욕심이나 피로가 묻어나지 않는 선한 인상이 '왠지 따르는 사람 많을 것 같은, 삼국지로 치자면 '유비' (?)일 것 같은 인상이다.

시부야 중심가에서 만나 씨네콰논 사무실로 이봉우 대표를 따라 걷다보니 조용한 주택가가 시작됐다. 번쩍이는 쇼핑몰, 형형색색 머리를 물들인 '갸르'들의 활동지로만 생각했던 '시부야에 이런 곳이 있었나'.. 감탄하면서 고급 주택들을 두리번거리니 이 대표가 말한다. '여기가 (현 일본 수상) 아소 타로 수상 자택이예요' 그러고보니 집 앞에 무장한 경찰들이 보인다.
 
안내받은 곳은 한적한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서양풍의 한 주택. 큰 간판도 없고 주변에 표시가 될 만한 건물이랄 것도 없는 조용한 주택가라 모르는 사람은 절대 찾아올 수 없을 것 같은 요새 분위기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제야 씨네콰논의 로고가 보이고 따뜻하고 푹신해 보이는 크림색 카페트가 펼쳐졌다. 원래 몽골 영사관이었다는 이 사무실은 전체적으로 밝고 아늑한 느낌으로 이런 데서 '박치기 같은 따뜻한 영화가 만들어 지는구나' 싶었다.

  
1960년 일본에서 나고 자란 이봉우 대표는 잘 알려진 대로 재일동포 3세.

그러나 이번 만남에서는 그의 국적이나 개인사보다는 성공한 경영인으로서, 글로벌한 인생을 살아가는 현역 영화 관계자로서, 영화산업을 동경하는 젊은이들이 궁금한 이야기를 물어보고 싶었고, 되도록이면 '영화인'으로서의 삶에 대해서 들어보려 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요즘 젊은이들은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공유 사이트를 통한 다운로드는 여전하다는 점을 이야기하자 이 대표는 '그거 불법인데..'라며 사람 좋게 웃는다.
 
재일동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질문에 심도있는 대답을 할 만큼 한국어 능력이 뛰어났고,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인터뷰를 해 왔음에도 한 질문, 한 질문에  깊게 생각하고 신중하게 대답하는 모습이었다. 
 
아래부터는 씨네콰논 이봉우 대표와의 일문일(?)답.
약간의 편집을 거치긴 했으나 1시간 여의 인터뷰 전부를 전하려고 한다. 
 
24시간 영화에 둘러싸인 생활.. 시나리오 작업이 가장 신나..
 
▲ 이봉우 대표     ©jpnews
- 하시는 일이 참 많으신데 하루의 일과는 보통 어떠세요?
아침..음.. 저녁부터 이야기 해야겠네요. 스텝, 감독들과 식사를 하면서 영화이야기를 해요. 오늘도 9시 30분부터 있는데, 사무실 근처에서 술도 한 잔 하면서 회의 겸 이야기를 하다보면 새벽 3시가 넘을 때도 있어요. 그리고 8시나 9시쯤 일어나서 10시나 11시쯤 출근하고... 오후에는 지금 하고 있는 영화제작, 배급, 극장경영 등에 대해서 회의를 합니다. 그리고 또 저녁..


- 다른 업종의 사람들에게 꿈 같아 보이는 '영화일'을 하시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요?
자극적이예요. 여러사람을 만날 수 있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할 수도 있고.. 영화라는 것이 돈도 많이 필요하고 사람도 많이 필요하죠.. 지금까지는 너무 바쁘게 산 것 같은데, 한국나이로 50이 된 요즘은 여유가 생겼는지 '이 직업도 괜찮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 영화제작은 물론 배급, 영화관 경영까지 영화의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계시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본인에게 맞는 일이 있나요?
맨 처음 영화일에 발을 딛었을 때, 영화 현장에서 스텝으로 3년 정도 있었어요.. 그러다 pd 보조가 되었고, 이후 영화 배급, 홍보, 영업일을 하다가 극장을 경영하게 되었죠. 처음 10년 정도는 정말 가난하고 불안하고 바쁘고 여유없는 생활이었던 것 같아요. 열심히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솔직하게 제일 잘 맞는다고 생각되는 것은 시나리오 작업이예요. 지금도 하고 있고. 
 
▲ 시네콰논 시부야 사무실에서     © jpnews
-시나리오? 현재 작성중인 시나리오는 어떤 내용인가요?
코메디 드라마예요. 한국에서 통하는 코메디 드라마랑은 다른 드라마 장르이죠. 한국에서는 오락영화라고 하면 경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일본만 해도 오락영화를 잘 만드는 것이 정말 능력있고 프로라고 인정받는 데 말이죠. 제가 추구하는 코메디 드라마는 웃음과 눈물과 감동이 있는 좋은 영화, 우수한 영화, 인상깊은 영화죠.

워낭소리 신선해.. 송강호, 최민식 나오는 영화 일본에 소개
 
-그럼 최근에 한국 영화 중에 인상깊게 본 영화가 있나요?
작년에는 '크로싱'이라는 영화를 인상깊게 봤고, 요즘은 좀 다른 영화지만.. '워낭소리'를 신선한 느낌으로 봤어요.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영화..그 pd가 '우리학교'를 제작했던 pd 잖아요? 참 재능있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고흐나 피카소 같은 대가들은 누가 발굴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되요. 재능을 발굴해내는 능력, 기획에 알맞은 사람을 선정하는 능력.. 사람마다 좋아하는 영화는 다 다르지만 공유할 수 있는 감각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그 최대공약수를 뽑아낼 줄 아는 pd가 성공하는 것 같아요.
 
-그럼 일본에 소개할 한국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드라마라면 한국에서 시청률이 높았고, 재미있고, 인기배우들이 나오면  좋겠지만, 영화는 영화적으로 우수한 작품, 드라마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송강호나 최민식이 나오는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송강호나 최민식이 출연할 정도면 어느 정도 시나리오가 괜찮은 영화이기도 하고.. 한국 사람들이 잘 만들 수 있는 소재의 영화를 선택하죠.
 
-그럼 일본에서 인기있는 한류스타보다는 연기파 배우들을 선호하시는 건가요?
글쎄요..그런데 배용준, 이병헌, 장동건의 영화를 처음으로 일본에 소개한 것도 저예요. 스캔들, jsa, 친구.. 그런데 이 영화들은 결과적으로 보면 한류 스타 영화인 거고, 작품이 좋았기 때문에 들여온 거였어요.
 
-영화가 좋다는 건 어떤건가요?
어려운 데.. 우리는 '강한 영화'라고 해요. 5년 후에 10년 후에도 볼 수 있는 영화, 다른 나라 사람도 즐길 수 있는 영화,  감동이라는 말이 느끼고 움직인다는 거 잖아요. 관객들이 이렇게 살아야겠다.. 움직이게 하는 영화가 좋은 영화인 거 같아요.

영화를 보면 가격이 나와.. 취미 영화감상 안돼..

-그럼 본인에게는 인생의 영화랄까? 영향을 준 작품이 있나요?
질문 받을때마다 어려운데요.. 정말 많죠.. 벌써 22년간 각종 깐느, 베를린 등 영화제에 다니고 있는데 '대단하다'고 생각한 영화들은 개봉이 안되더라구요. 이건 사실 저의 딜레마인데.. 저는 보통 취미로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일로 하는 거니까 영화를 보는 두 시간 동안 '흥행은 얼마나 될까?'  'dvd는 얼마나 팔릴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영화가 끝나면 '살 수 있는 영화인지 아닌지' 결론이 나요. 영화보기라는 취미가 없어진거 같아 '살살 그만둬야 되나?' 요즘 그런 생각해요.
 
-영화는 취미로만 남았다면 지금쯤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여러개가 있었는데.. 아마도 건축? 건축디자인이요. 지금도 취미가 있어서 영화관 설계라든가 화면, 음향 배치 등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요. 건축디자이너로 성공했을 것 같냐구요? 아뇨.. 영화말고 다른 거 했으면 하나도 성공 못 했을 거 같아요. 
 

연속 세번 실패는 없는 마이더스의 손

-그럼 지금의 성공비결은 무엇인가요?
성공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비결이라면 성공할 때까지 집요하게 했으니까요. 이제까지 약 160여편의 영화를 했는데 그 중에 20편 정도가 잘 됐고, 4~50편 정도는 그럭저럭.. 나머지는 잘 안 됐어요. 그런데..이상하게도 연속해서 세 번 이상 실패해 본 적이 없어요. 실패하더라도 좋은 실패랄까..그런 쪽이었고.. 감이 좋은거 아니냐구요? 계속 하다보면 감이 생기긴 생기죠. 감이 변하기도 하고.. 근데..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좋은 사람을 만나는 운이 있는 거 같아요.
 

▲ 일본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영화사 씨네콰논     © 씨네콰논 홈페이지


주지훈 마약사건으로 영화개봉중지 타격.. pd 눈으로는 김재욱 괜찮아..
 
-최근 일본 시네콰논에서도 개봉한 <앤티크~서양골동양과자점>의 주인공 주지훈씨의 마약복용사건이 있었는데 타격은 어떤가요?
배우들은 영향력 있는 존재니까 잘해야 되는 것 같아요. <앤티크>도 개봉을 줄였고, 개봉예정이었던 <키친>은 당분간 개봉 중지가 되었죠. 손해는 크지만.. 영화사에 손해를 물을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앤티크에 나왔던 김재욱이 괜찮은 것 같아요. 일본어도 되고 매력도 있고.. 성공할 것 같아요.
 
▲ 씨네콰논 이봉우 대표     ©jpnews

-마지막으로 최종목표를 물어봐도 될까요?
만족할 수 있는 영화를 한 편이라도 만들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해요. 감동을 주고, 공유하고 싶은 영화, '이거 울린다~' 하는 그런 영화..<슬럼독 밀리어네어> 보셨어요? 개인적으로 참 좋았는데.. 인생에 한 번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올해 나이 쉰, 그 중 반생을 영화와 함께한 이봉우 대표는 아직도 영화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고 시나리오를 쓰며, 좋은 영화를 발굴해낸다.
 
인생 마지막까지 관객이 느끼고(感) 움직일 수 있는(動) 감동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성공한 '꿈의 영화인'이지만 여전히 '꿈꾸는 영화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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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6/01 [10:37]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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