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 패션지 '엘르' 프랑스판이 표지에 통통한 모델을 기용하여 화제가 되었다.
엘르와 더불어 패션지의 큰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이탈리아판 '보그'는 통통녀들을 위한 보그지 '보그 커비'를 발간했다.
통통녀 붐은 세계적 공통현상인지 일본에서도 지난해부터 '귀여운 통통녀 붐'이라는 기획의 신문, 잡지, tv 보도를 자주 보게 되었다.
한편, 일본 tv에서는 지난해 활발한 활동을 보인 두 명의 개그우먼이 있다. 야나기하라 가나코(24)와 와타나베 나오미(23)가 그녀들로 각각 153cm, 155cm의 신장에 74kg, 84kg의 비만(?)형 몸매를 자랑한다.
특히, 야나기하라 가나코는 체지방 48%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귀여운 외모와 도도한 개그로 대스타로 성장했다. 와타나베 나오미는 보통 뚱뚱한 개그맨이 자학 개그를 선보이는 데 비해, 비욘세 등 헐리웃 스타의 화려한 무대매너를 흉내내 폭소를 이끌어냈다.
▲ 귀여운 통통녀의 대명사, 개그우먼 야나기하라 가나코 ©jpnews | |
야나기하라의 경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보통 연예인들은 조금만 살쪄도 tv 앞에 서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야나기하라의 경우는 마치 공기를 주입한 듯 탱탱한 피부와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스타일이 '귀엽다!'라는 느낌을 준다. 패션 스타일도 최신 유행 아이템을 소화하는 뛰어난 감각을 보여주고 있어, 젊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다.
과연 그렇다면,
'통통'이라는 기준은 어떻게 볼 것인가?
이것은 일본인들도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다. 일본 최대 포털 사이트 야후 재팬에 '통통함의 기준'이라는 검색어를 넣어보면, 수십건에 달하는 게시판에서 토론이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게시판에서 오가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통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
어떤 이들은 153cm의 74kg 야나기하라 가나코를 '통통'하고 귀엽다고 보는 반면, 어떤 이들은 '뚱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섹시 스타 고다 구미와 여동생 미소노도 통통으로 봐야할 지 건강하다고 봐야할 지 논란이 되기도 했다.
▲ 고다구미, 미소노 자매는 통통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고 ©jpnews | |
3월 18일자 '주간문춘'은 최근 트렌드 코너에
"정말 남자들은 통통녀를 좋아할까?"라는 기사를 실었다. 주간지에 따르면, 일본에는 통통녀들만 일할 수 있는 룸살롱이 인기인데, 이 곳의 구인 조건은 최소 몸무게가 80kg 이상이어야 한다. 현재 직원들의 평균 몸무게는 90kg. 통통이라고 말하기에는 살짝 부담스러운 정도이다.
일본 패션주간지 'anan' 2월 17일호에는
'지금 통통녀들이 대인기'라는 특집기사를 싣기도 했다. 이 기사는 남성에게 좋아하는 여성스타일을 질문한 것으로 의외로 통통한 여성을 좋아하는 남성이 많았으며,
"정말 인기있는 사람은 체형에 관계없이 자신감 있는 여성"이라는 대답이 나왔다고 한다.
통통녀 붐은 패션경향에서도 눈에 띈다.
▲ 하라주쿠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성- 이런 넉넉한 옷차림을 즐기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jpnews | |
몇 해 전부터 일본 젊은 여성 사이에서는 '귀엽고 넉넉한 패션(일명, ゆるかわいい)'이 유행하고 있다. 타이트하고, 섹시한 의상을 선호하는 여성들도 있지만, 요즘 젊은 여성 패션 대세는 몸의 라인을 드러내지 않는 풍성한 라인. 지난해 '마치 숲 속에 있을 것만 같은 여자아이'라는 컨셉의 모리걸(
모리걸 유행? 기사참고)이 유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되지만 지난해 일본을 경악하게 만든 결혼사기 살해사건의 용의자 기지마 가나에와 우에다 미유키도 상당한 거구를 자랑했다(관련기사는
여기) 두 용의자 모두 100kg에 가까운 비만형이었지만, 6명의 남자가 결혼사기에 속아 죽음에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통통녀는 정말 일본 남성에게 인기가 있는 것일까? 도쿄의 일반 남성들에게 물어봤다.
고등학교부터 4년간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는 회사원 일본인 y씨(22)는
"어느 쪽인가 골라야 한다면, 역시 통통한 편이 좋다. 비쩍 마른 여자는 여성스러움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모델처럼 늘씬한 여자를 보면 '좋다'는 생각을 하지만, 현실감이 별로 없다. 나와는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통통과 뚱뚱의 기준은 무엇인지 묻자 그는,
"확실히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몸매의 라인이 있으면 통통, 전체적으로 둥근 모양이 되어 버리면 뚱뚱이 아닐까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최근 중학교 동창생과 재회했다는 프리랜서 일본인 k씨(30)는
"개인적으로 살찐 여자는 질색이다. 보기만 해도 갑갑하다고 할까? 그러나 내 주변의 남자들은 통통한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남자라면 누구나 날씬한 미인을 보고 좋아하지만, 금방 질린다고 할까? 통통한 여자는 은근히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 통통녀들이 인기있다고 특집방송을 하고 있다. © 니혼tv 방송화면 캡쳐 | |
주간문춘은 결혼 컨설턴트 하시모토 아키히코 씨에게 일본에서 통통한 여성들이 인기인 이유를 물었다.
하시모토 씨는
"요즘 일본에서는 냄비 요리나 b급 구루메(저렴하면서도 특색있는 요리) 등이 유행하고 있다. 이것은 금방이라도 손에 넣을 수 있는 친근한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 뛰어난 외모의 여성보다 통통한 여성이 인기인 것도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안심할 수 있는 여성이 요리나 세탁, 청소 등 가사에도 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결혼상담소 오넷의 홍보담당자는 주간문춘의 취재에
"결혼상담소에 등록하는 남성 회원들은 여성의 조건을 따지기 보다는 자신을 사랑해 줄 수 있는 여자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요즘 일본에 자신감이 없는 남성이 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한다.
▲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인기를 얻었던 가수 미소노, 그러나 그녀의 통통함을 좋아하는 남성팬들도 많다고 한다 ©jpnews | |
어쨌든 이 정도면 일본 남성들이 통통한 여성들에게 꽤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쩍 말라야 대우받는 한국 사회에 비해 일본은 통통녀들이 살기 좋은 환경일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