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일 약 4년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 도쿄, 산케이 등 일본의 종합일간지는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訪中)을 1면 탑기사로 배치하고 분석기사를 싣는 등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 위원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상세히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방중에 대해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며 "천안함 사건도 관련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은 북한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이 위치한 중국 북동부 최대도시 다렌(大連)을 방문한 후 베이징으로 이동해 후진타오 중국주석과 회담할 것으로 보이며 약 3, 4일 정도 체류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후진타오 주석과의 회담에서 데노미 실패, 춘궁기 돌입 등으로 인해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현실을 설명한 후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 일본언론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5번째 방중을 1면 탑으로 보도 ©jpnews/박철현 | |
요미우리는 이번 방중을 급히 정해졌다며 김 위원장이 방중을 서두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우선 후계체제로의 이행을 앞두고 파탄지경에 이른 북한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중국의 경제지원이 필수적이다. 또한 유엔안보리 제재로 인해 급격한 외자부족을 겪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으로서는 이번 방중을 통해 통치자금을 조달해 군 및 당 간부들을 결속시켜 체제를 강고히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이 신문은 천안함 침몰도 방중을 서두르게 한 요인이라고 봤다.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한국군과 민간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이 5월말까지 그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며 조사결과를 통해 그것이 증명될 경우 한국과 미국이 유엔안보리에 북한제재 결의안을 상정할 것이므로 그 이전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정부 역시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기 때문에 중국입장에서도 천안함 침몰 원인이 어떤 식으로든지 밝혀지기 이전에 김 위원장 방중을 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아사히는 "김정일 위원장은 취임이래 중국을 5번째 방문하는 것"이라며 역대 방문 당시의 성과를 세세히 전달하는 등 이번 방중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년간 2년에 한번꼴로 중국을 방문해 우호를 과시했지만 건강악화로 인해 06년 4월 이후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중국방문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을 북한내에 도입해 왔다. 처음 중국을 방문한 00년 5월에는 강택민 주석과 회담한 후 컴퓨터 공장을 시찰해 이후 it관련 산업에 힘을 쏟았다.
01년 1월 두번째 방문시 김 위원장은 중국의 개혁, 개방 노선을 높이 평가한 후 바로 반도체 공장, 증권거래소 등을 시찰해 북한에 개방바람을 선도하기도 했다. 개성공단과 경의선 개통 등을 구상한 때와 정확히 일치한다.
04년 4월과 06년 1월 방문에서는 핵문제와 6자회담 복귀에 대해 본격적으로 상의했다. 북한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선언한 것도 이 방중 이후에 나왔다. 역대 중국방문에서 보여지듯이 김 위원장의 중국방문은 단순한 방문이라고 보기 힘들다.
아사히도 이 점에 착목해 "대내외적으로 역경에 처해있는 북한이지만 이번 방중을 통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하면서 "2012년을 염두에 둔 방중"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2012년은 고 김일성 국가주석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젖히는 해라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북한 조선사회과학원은 연간 식량생산량 600만톤, 발전능력 600만와트라는 구체적인 목표치까지 제시했다." 실제 지난 신년초하루 로동일보,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주요일간지들은 공동사설을 통해 올해를 '총공세의 해'로 설정했다. 총공세에 걸맞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는 절대우방국 중국의 도움은 필수요소다.
건강을 거의 회복한 것으로 보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번 방중을 통해 어떤 열매를 맺을 것인지 모든 일본언론들이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