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까다로운 일본 연예인이 추천하고, 동방신기 유노윤호가 반했다는 생크림 가득 롤 케이크. 2003년 오사카 어느 호텔 로비에서 하루 32개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 도지마롤은 현재 하루 1만 개가 팔리는 오사카 명물이 되었다.
유럽처럼 '우아하게 차 한 잔에 케이크 한 조각을 즐기는 가게, 예쁜 케이크 가게 사장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만들었던 케이크 전문점 '몽슈슈'는, 이제 일본 전국 12 개 점포, 연매출 57억 엔을 올리는 명실공히 중형 명문기업으로 성장했다.
개점 7년 만에 일본인이 줄 서고 기다려서라도 맛보고 싶고, 세상에서 가장 잘 팔리는 롤케이크 기업을 만들어낸 이는 놀랍게도 서른 일곱 살 미모의 여사장님. 그것도 재일동포다. 할아버지가 경상도 출신이고, 아버지가 충청도 출신인 재일동포 3세 김미화 씨가 그 주인공이다.
도지마 롤케이크에 대해 자세히 알고싶다면?::: 세계에서 제일 잘 팔리는 롤케이크?
▲ 몽슈슈 김미화 대표 © jpnews/hiroki yamamoto | |
민족정신이 투철한 할아버지 영향으로 조총련계 조선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사가 되었던 김미화 씨는 8년 간 민족학교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쳤다.
"그때는 제가 평생 학교 선생님으로 살게 될 줄 알았어요. 적당한 나이가 되면 반드시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구요. 그래서 결혼하기 전에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유럽 여행을 갔었는데, 사람들이 카페에서 케이크를 먹으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봤어요. 그 모습이 너무 좋아보여서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케이크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돌아와서 학교를 그만뒀죠. 그리고 몽슈슈를 만들게 되었어요"
그렇게 시작하게 된 케이크 전문점 몽슈슈는 오픈을 기념하여 전품목 반값 세일을 했다. 세일 당시에는 모든 종류의 케이크가 불티나게 팔렸지만, 특히 롤케이크의 인기는 높았다. 오븐을 하루종일 돌려도 구매 속도를 따라갈 수 없게 되자, 롤케이크의 빵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크림을 가득 넣는 지금의 도지마롤 모양이 탄생했다.
당시 함께 했던 파티쉐는 '모양이 이상하다'며 말렸지만, '올 때마다 품절'이라며 불평 하는 손님의 요구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빵 가운데 생크림이 가득 들어간 독특한 모양의 롤케이크는 다행히 반응이 좋았고 인기상품이 되었다.
그러나 반값 세일이 끝나자 인기도 끝이 났다. 케이크가 팔리지 않는 날이 1년 이상 계속되었다. 정식으로 제과를 배운 것도 아니고, 사업을 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손 쓸 방법도 없었다. 그런데, 그 때 지인이 후쿠오카에서 매출이 좋은 케이크점을 소개해주었다. 무엇인가 어드바이스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였다.
처음으로 다른 케이크점 주방에 들어가서 직원들을 만난 김 대표는 깜짝 놀랐다. 그들은 하나같이
"우린 기술이 특별하지 않아요. 정말 케이크를 좋아하고, 손님에게 환영받는 모습 때문에 만들고 있는 거예요. 손님이 기뻐하는 것만 생각해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유럽 카페가 부러워서 한 번 해볼까하고 가게를 낸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잘 되는 케이크점 직원 이야기로부터 깨달음을 얻은 김 대표는 결심을 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한 번 시작해보자. 그래도 안되면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 그 때부터 대표는 아침부터 밤까지 죽자사자 몽슈슈에 매달렸다.
아침 5시 30분부터 밤 9시까지 아르바이트생과 케이크를 만들었다. 사실 이전까지 김 대표는 케이크 만드는 법을 몰랐다. 판매만 해 왔기 때문이다. 구인광고를 할 8만 엔을 아끼려고 하루 2시간 씩 근처 주택가 포스터에 아르바이트 모집 전단지를 돌리기도 했다.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는 가게에서 판매를 했고, 그 사이 저녁 8시부터 밤 12시까지는 전화 주문을 받은 곳에 자전거로 배달을 했다. 이전부터 도지마롤은 오사카 상업지역인 도지마 지역 고급 룸살롱에서 톱 클래스 손님 접대용으로 나갔다. 풍부한 우유향이 특징인 도지마롤 생크림 맛에 반한 룸살롱 마담의 입소문을 타고 주문이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전화 주문이 들어오면 김 대표는 직접 자전거를 끌고 도지마롤 배달을 했다. 가게 정리를 하고 나면 늘 새벽 1시가 넘었지만, 다음날 아침 5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케이크를 구워야했다. 아니면 수량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늦잠 자지 않으려고 오븐을 난로 삼아 주방에서 쪽잠을 자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다 결국 냄비에서 불이 나 소방차를 부르는 사태에 이르렀다.
"화재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주변 사람들이 '이건 네가 너무 무리하고 있다고 신이 말하는 것이다'라며 좀 쉴 것을 권유했어요. 그때서야 8만 엔을 들여서 구인광고를 내고 파티셰를 정식으로 채용했어요" 미친듯이 달려들었던 김 대표의 노력은 빛을 발했다. 일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도지마롤 케이크에 관심을 갖는 손님이 늘어났고, 고급 클럽에서 맛을 본 유명인사, 연예인들이 자진해서 방송에 나와 도지마롤을 소개했다. 그렇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몽슈슈 앞에는 도지마롤을 사려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도지마롤은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는 오사카 사람들이 두 시간 씩 기다리는 롤케이크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신문사, 잡지사, 방송사 가릴 것 없이 몽슈슈를 기사화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매스컴에서 너도나도 소개하자 몽슈슈 앞에 서는 줄은 더욱 길어졌다.
도지마롤의 인기비결은 롤케이크의 상식을 뒤엎는 모양과 맛이다. 돌돌 말려있다고 해서 롤케이크인데, 하지만 그 도지마롤 속에는 생크림이 가득 차 있어 '진짜 이것이 롤케이크가 맞나' 싶다. 게다가 엄청난 생크림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우유향과 산뜻한 뒷맛은 몽슈슈만의 독특한 맛이다.
"이런 사람이 왜 케이크를 시작했나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사실은 생크림을 잘 못먹었어요. 그런 저라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생크림을 만들려고 노력했죠. 홋카이도 목장에서 직접 들여오는 생크림을 사용해요. 만들기까지 몇 번이고 뒤짚어엎고 다시 만들었어요. 우리 파티쉐가 지긋지긋하다고 할 정도로"
▲ 오사카 명물 도지마롤. 얼핏 상당히 달아보이지만 느끼하지 않고 풍부한 느낌만 준다 © jpnews/hiroki yamamoto | |
이렇게 탄생한 도지마롤 생크림 맛은 일본인을 사로잡았고, 이윽고 디저트의 본고장 인 유럽까지 매료시켰다. 세계 3대 주류품평회로 손꼽히는 몽드셀렉션에서 2010년 최우수금상으로 도지마롤이 뽑혔다. 몽드셀렉션은 주류품평회인만큼, 디저트 종류가 최우수금상을 받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 대표는 몽드셀렉션 트로피 수상을 위해 지난 5월 29일 독일로 떠났다. 유럽 여행 중 우연히 목격한 풍경을 동경하여 만든 케이크점이 이제는 그 본고장인 유럽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올해 8월에는 해외 제 1호점으로 중국 상해 월드 파이낸셜 센터에서 도지마롤을 판매할 예정이다. 한국에는 내년이나 후년쯤에 서울과 부산에 지점을 내려고 구상중에 있다.
'엇, 도지마롤은 한국에서 이미 팔고 있는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꽤 고급백화점 케이크 전문점에서 '도지마롤'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것이 참 복잡하다.
"그게 말이죠. 저도 지난해 12월에 일본 손님한테 처음 이야기를 들었어요. 한국에서 팔고 있는 도지마롤을 들고 와서 '이거 몽슈슈 거 아니죠'라고 묻더라구요. 사이즈나 모양이 거의 도지마롤이랑 비슷하더라구요. 이름도 도지마롤이라고 써 있다고 그러고.본 뜨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름까지 똑같이 쓰는 것은 너무하지 않나요?"
현재 김 대표는 도지마롤 한국 상표 등록을 하고 있는 중이고, 한국에서 도지마롤을 팔고 있는 기업에게 더 이상 '도지마롤'이란 이름으로 판매하지 않을 것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기자가 5월 29일, 강남 대치동 k기업에 전화확인을 해보니, "매장에 가면 도지마롤을 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직도 여전히 한국에서 도지마롤이 팔고 있었던 것이다.
"몽슈슈가 해외진출을 아예 생각하지 않는다면 모르겠는데, 상해에 이어서 서울, 부산에도 지점을 낼 거잖아요. 만일 가짜 도지마롤을 먹고 실망한 고객이 있다면 진짜 도지마롤이 진출했을 때 고객 한 명이 사라지는 거 잖아요. 이제까지 한결같은 맛을 지켜온 스텝들한테도 면목이 없고. 더구나 상대편에 정중하게 같은 이름을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까지 했는데, 아직도 판매하고 있다면 정말 곤란한 일이네요"
한국에서 도지마롤이 아직도 판매되고 있다는 소식에 몽슈슈 직원들은 "어떻게 중국보다 한국이 먼저 베낄 수 있냐"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k기업은 원래 일본 오사카의 유명 케이크점이 한국에 진출한 회사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때문에 이번 도지마롤 카피 사건에는 일본인도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추측이다.
"도지마롤은 처음부터 현재까지 재료 하나 바꾸지 않고 한결같은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손님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생각하면서요. 한국에도 빨리 진짜 도지마롤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 몽슈슈 긴자 미쓰코시점. 외국인을 포함하여 언제나 긴 줄이 늘어선다 © jpnews/hiroki yamamoto | |
재일동포 김 대표에게 한국은 특별한 곳이다. 그리고 세계인들은 한국인의 도전 정신을 높이 사고 있다고 한다.
"제가 중국에 갔을 때,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고 한국 국적이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그렇다면 성공할 거라고 하더라구요. 일본 사람은 꼼꼼하고 잘 만들고 좋은 데 너무 주의하는 게 많아서 기회를 놓쳐버린다고. 근데 한국인이면 도전하고 만약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용기가 있을 거라고 말해주더라구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몽슈슈 외에도 롤케이크 데코레이션 전문점 베이비 몽슈슈를 도쿄역 다이마루 백화점에 오픈하고, 일본 전통 과자와 차를 판매하는 전통카페 '루리'를 오픈하는 등 김 대표자신이 쉴 새없이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어차피 결혼할 거라면 자기 시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던 것이 벌써 10년이 지나 여전히 독신인 김미화 대표.
"제가 낸 가게 한 채만 망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 것이 이렇게 커져버렸어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죠. 결혼도 늦어져버렸고(호호). 그렇지만 회사가 커지면서 좋은 점도 있어요. 해외 진출이나 전혀 달라보이는 전통 찻집을 내는 것까지 보통 체험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래서 아주 행복합니다"
난로를 껴안고 주방에서 쪽잠을 자고, 고급 룸살롱을 자전거로 돌며 배달을 하던 어려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공이 더 없이 고맙고 소중하단다. 연매출 57억 엔, 종업원 600명을 거느리는 한 그룹의 대표가 된 지금도, 여전히 그녀의 웃음에는 케이크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순수함이 오롯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 몽슈슈 대표 김미화 대표 © jpnews/hiroki yamamoto | |
▲ 몽슈슈 오사카 도지마 본점 © 몽슈슈 제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