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수많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 천국' 일본을 대표하는 두 가지 작품이 있다.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세를 떨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와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다.
이 중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에 등장하는 퍼스트 건담은 작년 여름 도쿄 오다이바 한복판에 실물 크기로 등장,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많은 인파가 실물 건담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고, 30년 전에 방송된 해당 작품을 접한 세대와 건담을 잘 모르는 세대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전시된 지 1개월 반만에 무려 415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한 실물 건담은, 현재는 제작사인 ‘반다이’ 제조공장이 위치한 시즈오카로 이동했다. 이번 달 23일부터 공개예정인 실물 건담은 전용 무기인 '빔 샤벨'까지 오른손에 쥔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해 그 위용을 뽐낼 예정이다.
이같이 실물 건담이 공개돼 큰 인기를 얻는 동안,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는 다음과 같은 의문부호가 떠올랐다.
"건담 실물판도 만들어졌는데, 에반게리온은?"
'신세기 에반게리온' 시리즈는 1995년부터 일본에서 방영되기 시작해 사회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큰 인기를 끌며 단번에 일본 애니메이션 계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작품이다. 심약한 한 소년의 성장기와 로봇물을 절묘하게 조합시킨 이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매니아를 양산시키며 재패니메이션 열풍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등장인물과 이해를 요구하는 심오한 스토리, 다른 로봇물과는 한 차원 다른 기묘하면서도 멋진 디자인의 로봇이 이 작품의 특징이며, 일본 내에서는 tv 방영판이 인기를 끈 이후 지금까지 총 5편의 극장판이 제작돼 상영된 바 있다.
이 중 가장 최근에 제작된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시리즈 '서(序)'와 '파(破)'는 tv판이 방영된 지 10년이 넘어가는 시점임에도, 일본 내에서 흥행수입 40억 엔을 기록하며 그 해 '애니메이션 오브 더 이어'를 수상하는 등 건재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저는 비록 에반게리온 세대는 아니지만, 그 인기만큼은 건담 못지않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왜 건담은 되고 에바는 안될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더군요."
테마파크 '후지큐 하이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후지큐코(富士急行)' 사장 호리우치 씨도 앞서 밝힌 '의문을 품었던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와 동시에 "실물판 에반게리온을 우리 테마파크에 세워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제작에 돌입. 제작 개시 1년 만에 드디어 그 성과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 하여 'evangelion:world 실물대 초호기 건조계획'이 그것이다.
"원작 팬들의 뜨거운 기대에 발맞춰 1년간 디테일에 신경을 썼습니다. 실물판 에반게리온 초호기 뿐만 아니라, 이번 시설물을 위해 오리지널 무비를 제작했으며, 실제 크기 등장인물 피규어까지 배치했습니다. 말 그대로 작은 '에반게리온 월드'를 후지큐 하이랜드 안에 만든 셈입니다."
여기서 원작 팬들이라면 한 가지 의문이 더 생길 수 있다. 원작의 설정 상 에반게리온 초호기의 신장은 무려 80m 에 달한다. 실물판 건담의 18m 보다 4배 이상 큰 셈이다. 호리우치 씨는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원래는 실제 크기로 만들고자 했습니다만 80m는 너무나 거대했습니다. 저희 테마파크 내 놀이기구 중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롤러코스터'였던 '후지야마'가 그 정도니 거의 하늘을 찌를 정도의 높이죠. 무리하지 않고 원작 팬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 바로 '제 7격납고' 재현입니다."
'제 7격납고'는 원작의 주인공인 이카리 신지가 에반게리온 초호기와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소다. 작품 내에서는 가슴 아랫부분이 붉은색 lcl용액(작품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액체)에 잠긴 거대한 초호기의 얼굴 부분이 등장한다. 그 모습만으로도 주인공 신지를 비롯해 관객까지 충분히 압도시킬 정도며 원작 내에서 손꼽을 정도로 유명한 장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 모습은 얼마나 정밀하게 재현되었을까. 호리우치 씨의 소개가 끝나고 드디어 공개가 이뤄졌다. 이번 달 23일 오픈을 앞두고 처음으로 언론사를 대상으로 공개한 이번 시설물에는 200명이 넘는 보도진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실물판 에반게리온'에 쏠린 관심이 어느 정도 큰 것인지 증명한 셈이다.
1,460 제곱미터의 면적에 총 1억 5천만 엔을 들여 설립한 시설물의 내부는 크게 일곱 군데로 나뉜다.
1. 실물판 에반게리온 초호기가 있는 '제 7격납고' 2. 실물 크기 '엔트리플러그(에반게리온에 탑승하기 위한 조종석)'가 전시된 방 3. 특별 제작한 오리지널 무비가 상영되는 '에바 엑스트라 씨어터' 4. 원작 내 '야시마 대작전'과 'at 필드' 등이 재현된 '스터디오 갤러리' 5. 원작 내 '제레 모노리스의 방'이 재현된 '제레 모노리스' 6. 등장인물을 작품 내 컷인 등을 전시해 소개한 '에반게리온 박물관' 7. 에반게리온 관련 물품 등을 판매하는 일본 최대급 '에반게리온 샵'
모두 원작 팬을 흥분시킬만한 장소들이지만 가장 흥미를 끄는 곳은 역시 실물판 에반게리온이 전시된 '제 7격납고'다. 기대감을 안고 입장한 '제 7격납고'에는 작품 속 음악과 에반게리온 출격 전 효과음 등이 그대로 재현되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작품 속에서 그대로 옮겨온 듯한 에반게리온 초호기 얼굴은 목 아래 lcl용액까지 충실하게 재현된 모습이었다. 작품 속에서 '에반게리온 폭주'를 알리는 숫자 카운트가 모형 오른쪽 화면에서 '0'이 되는 순간, 번쩍이는 눈과 포효하는 소리, 입에서 김이 뿜어져 나오는 것까지 실감나게 옮겨놓았다. 원작 팬들은 물론 에반게리온을 잘 모르는 기자들도 멋진 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을 들자면 질감이다. '로봇 그 자체의 질감'을 주는 건담과는 다르게 에반게리온은 '인간형 로봇'이다. 따라서 원작 애니메이션 내 에반게리온의 표면을 감싸고 있는 물질은 기계적인 질감을 준다기보다는 인간의 '피부'와도 가까운 매끄러운 느낌을 들게 한다.
물론 재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원작과는 동떨어진 딱딱한 '플라스틱' 느낌이 드는 초호기 얼굴의 표면을 본다면 혹자는 '실물보다는 장난감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 것이 사실이다.
에반게리온을 조종할 수 있는 실물판 '엔트리플러그'는 실제로 관람객이 탑승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즉석에서 스태프가 찍어주는 사진은 전용 사진대까지 첨부되어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다. 그러나 1일 이용자 수가 한정되어 있으며 1,000엔의 유료서비스인 만큼 사전예약이 필요한 것이 단점이다.
규모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기자분이 말씀하신 것같이 질감은 장난감 뻥튀기 한 것같아 보이네요. 다른 설치물들은 그냥 판자떼기에 이미지 프린트만 해 놓은 것같고. 아마도 상점에 투자를 많이 한 듯. --;
부럽네요~
나그네
10/07/16 [14:12]
간담도 그렇지만 저렇게 만화속 세상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계획되고 이루어진다는 것이... 역시 만화 강국이네요. 애니를 아이들 영상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정반대네요. 그러니 우수한 스토리라든지 다양한 연령층을 타겟으로 한 창작물이 나오는거겠죠? 이젠 둘리나 태권v가 아닌 또는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캐릭터가 아닌 다른 뚜렷한 존재를 나타내는 새로운 캐릭터가 나와야 한국만화가 설 수 있지 않나 싶네요. 역시 자본이 투입되지 않으면 안되지만...
일본스럽네요
ㅎㅎㅎ
10/07/16 [20:59]
솔직히 저 사업은 일회용일뿐... 돈이 아깝다는 생각에 한표
역시 일본은 세계적인 문화강국이군요.
jos
10/07/17 [00:08]
날이 가고 세월이 갈수록 층층이 쌓여지고 단단해져만 가는 일본 문화의 견고함과 거대함에 새삼 경외심이 듭니다.
약간 실망스러운 듯.
글쎄요
10/07/19 [02:30]
원작을 나름 재미있게 나름의 해석을 곁들이면서 본 기억이 있는데, 너무 표피적으로, 또 그 표피마저도 좀 미약하게 표현한 듯 싶네요. 기념품점은 꼭 가보고 싶긴 하지만... ^^; 원작 설정대로라면 표면의 구속구는 금속이나 특수강화재료로 강한 질감을 느낄 수 있어야하고, 반면에 안에 든 신체는 살아있는 생물의 느낌이 나야하는 건데... 판자 프린트는 일본 특유의 장삿속만 느껴지는 전시물이고, 모델 아가씨들은 등장인물과 싱크로율 제로. 그냥 가게만 열었어도 되었을 것 같은 느낌이... 초호기가 포효를 한다해도 진짜 지축을 울리고 모골을 송연하게 하는 진짜 괴성은 만들어내지 못할 듯. 특히 뻣뻣한 놀이공원 특유의 움직임이라면 차라리 움직이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