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일본언론의 북한 때리기 광풍정말이지 가관이다.
한마디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이상하게 지치지도 않는다.
무슨 말이냐고?
그것은 일본 매스미디어의 행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일본매스컴에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만약 북한에 대한 기사가 나오지 않으면 그것은 일본언론이 아니다. 그만큼 때도 시도 가리지 않고 최근에는 북한 관련 기사로 넘쳐난다.
그뿐만이 아니다.
북한 때리기에는 진보 보수성향의 언론매체 구별도 필요 없다. 그저 북한에 대한 것이라면 무조건 뉴스가 되고 특종이 된다. 설령 그것이 새빨간 거짓말인 오보라 할지라도, 다른 사안들은 용서가 어렵지만 그래도 북한기사만큼은 대략 이해가 되고 용납이 된다.
지난 6월 10일 오후 5시, 소위 진보미디어라고 일컫는 아사히신문의 계열사인 tv아사히가 특종(?) 보도를 했다.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라고 보도(국정원의 일방적인 정보제공이라 믿기 힘들지만)되고 있는 3남 김정운의 사진을 소개한 것이다.
나는 편집실에서 기자들과 함께 그 뉴스를 봤다.
그런데 세계적인 특종이랄 수 있는 김정운의 사진이 이상했다. 얼굴은 김위원장과 많이 닮았는데, 왠지 나이가 들어 보였다.
그래서 마침 6월 3일 평양에 갔다가 9일 일본에 돌아온 한 재일동포한테 전화를 걸었다.
“아니 김정운은 나이가 스물 여섯 살인데 테레비 아사히에 보도된 사진은 왜 30대 중반의 얼굴인 거예요?”
그러자 그 재일동포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수십 번 북한을 왕래했지만 김정운의 사진은 저도 처음 봐요. 그래서 진짠지 가짠지도 솔직히 저도 몰라요!”이게 정답이다.
결국 tv아사히의 모처럼만의 세계적 특종은 보도 후 한 시간도 안돼 대오보(6월 10일자 ‘
북 후계자 오보? tv아사히에게 물으니’ jpnews.kr에서)로 판명 났다.
▲ 아사히tv 의 김정운 오보 소동을 보도하고 있는 니혼tv '미야네야' ©니혼tv 캡쳐 | |
그런데 문제는 tv아사히의 대응이다.
그날 나는 문제의 5시 뉴스를 보고 시부야로 가 국내의 한 방송사 특파원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그 자리에서 그 특파원은 혀를 끌끌 찼다. 마침 tv아사히에 아는 기자가 있어 문제의 그 사진은 가짜라고 언질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아사히는 당당하게 그 가짜 사진을 진짜라고 보도했다는 것이었다. 그 특파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편집실로 돌아왔다. 이미 우리 기자들은 가짜라는 확증을 잡고 tv아사히를 포함해 한국으로 국제전화를 거는 등 확인취재를 하고 있었다.
tv아사히 관계자는 10일 저녁 끝까지 오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확인중’이라는 애매모호한 말로 위기를 넘기려 했다.
이튿날 아사히 신문을 비롯한 메이저 신문에 일제히 오보라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말하자면 세계적 특종이라고 당당하게 보도된 김정운의 사진이 ‘세계적 대오보’로 판명이 난 것이다. 결국 이튿날 tv아사히는 사과방송을 했다.
일본 언론 오보가 북한에 관해 많이 발생하는 이유문제는 이 같은 오보가 유독 북한에 관해서만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어제도 아사히 신문은 김정운이 지난 10일에 중국을 극비리에 방문, 후진타오 주석을 면담하고, 또 식량지원 요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중국당국은 즉각 이 같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또한 북경에 주재하고 있는 북한당국 관계자는, 현재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모른채 소설을 쓰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현재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이례적으로 심각한 상태라는 것. 그만큼 나쁘다는 것이다. 결국 이 뉴스도 오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이미 대다수의 일본언론 매체가 각자 한 두건의 오보기사를 내보낸 전력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언론의 경우, 서로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를 나무랄 수 없다’라는 얘기가 그대로 적용이 될 수밖에 없다.
요 몇 년간 크게 줄어 들긴 했지만, 그 동안 일본언론은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기사를 써왔다. 나중에는 일본언론에 북한에 대한 정보를 전문적으로 팔아먹는 탈북자 브로커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기까지 했다.
그것은 그만큼 북한사회가 폐쇄적이라 쉽게 정보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다.
일본언론이 편집광적이랄 만큼 탈북자들을 선호했던 것은, 일본언론이 원하는 내용을 탈북자들이 맞춰서 이야기해주었기 때문이다.
일본언론이 원하는 북한에 대한 정보는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단 한가지였다.
‘북한을 때릴 수 있는 것’즉 ‘이 지구상에서 가장 악랄한 독재자 밑에서, 최악의 빈곤상태, 최저의 생활로 굶주림에 지쳐 사는 북한인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만 있다면, 소위 탈북자들의 ‘미끼’인 인터뷰료는 얼마가 들어도 좋았다.
하지만 의욕이 넘치면 그것은 화를 불러 올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한 민영방송에서 여성 탈북자를 고문하는 장면이라며 비장의 비디오 테이프를 공개했다.
이를 본 일본인들은 경악했다. 여성탈북자를 마구 때리고 발로 차는 모습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 윽박지르며 폭행하는 것은 맞는데 그 보위부원의 복장이 너무도 이상했다. 새 복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중국 국경지대라고 하면서 보위부 사무실 벽이 흠집하나 없이 깨끗했다.
결국 이 특종도 한 탈북자가 일본언론에 팔아먹기 위해 중국 국경지대에서 일부러 연출한 가짜 비디오 테이프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 민방은 그 테이프를 거금 2천3백만 엔을 주고 샀다고 한다. 그렇지만 가짜라는 것이 밝혀져 결국에는 돈 버리고 x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북한에 대한 오보기사들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일본언론과 기자들이 저널리즘의 개념을 완전히 망각한 탓이다. 그래도 약간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렇게도 일본언론이 좋아하고 신뢰하던 탈북자들을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급증한 것이 이번 tv아사히에서 보듯이 한국 정보관계자(국정원.통일원)의 말을 인용하는 기사다.
▲ 16세 김정운 사진을 보도한 마이니치 신문 ©마이니치 신문 | |
북후계자 오보 아사히가 거쳤다는 검증이란 이번 오보를 낸 tv아사히는 나름대로 확인을 거쳤다고 항변했다. 서울에 있는 한국당국 관계자로부터 그 사진을 입수했고, 또 복수의 사람으로부터 그 사진에 대한 확인절차도 거쳤다는 것.
우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빼어 닮았다는 그 사진을, 북한에서 요리사로 수년간 산 적이 있는 후지모토씨에게 보이니 ‘많이 닮았다(나중에 오보로 판명되고 난 뒤 번복)’라고 이야기했고, 무엇보다 tv아사히가 자신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김정남의 확인(?)이었다는 것이다.
▲ 일본언론에 종종 얼굴을 비치는 김정남 ©tbs | |
마카오에 있는 김정남에게 그 가짜 사진을 보이며 확인을 요구하자 김정남이 ‘노코멘트’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어떤 사실에 대해 입장이 매우 난처할 때 ‘노코멘트’라고 표현한다. 특히 사실에 가까울 때 이 같은 표현을 쓴다. 만약 사실과 전혀 다를 때는 주저없이 강하게 부정한다.
바로 이 같은 일본인의 정서로 김정남의 ‘노코멘트’를 사실확인으로 판단해 아사히는 자신을 갖고 보도를 한 것이다. 결국 김정남은 ‘노코멘트’라는 단 한마디로 tv아사히를 보기 좋게 물 먹인 셈이 됐다.
이렇듯 일본언론은 북한에 관한 것이라면 앞뒤 안 가리고 우선 보도를 하고 본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해 나쁜 것이라면 페이지, 방송시간이 몇 배로 더 늘어난다. 주간지의 경우, 북한 때리기 기사가 실리면 판매부수가 5만부 이상 늘어난다.
그러다 보니 북한을 때릴 수 있는 것이라면, 북한을 마구 비난(비판이 아니다)하는 것이라면 일본언론에 있어 사실 여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물론 여기에는 북한에 관한 것이라면 무조건 용서가 되는 일본국민적 정서도 한몫 거들고 있다.
그런데 노파심인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다.
만약 일본언론은 북한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평소 저널리즘의 개념도 상실한 채 그저 북한 때리기에만 열중하는 일본언론은 어디에다 그 스트레스를 발산할까?
또 일본정부는 종속관계인 미국에 아부하면서 삭힌 그 분풀이를 근래 10년간, 북한 핑계를 대고 또 토해내는 것으로 일본 국내의 온갖 정치적 난제를 해결해 왔는데, 무슨 재미로 살꼬?
일본은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면 받을수록 속으로 내심 쾌재를 부를 것이다. 그래야 평화헌법을 바꾸고, 방위비를 증액하고 정치적 난제들을 모두 북한 탓이라고 핑계 댈 수가 있으니까.
일본이 무서워하는 것은 북한이 옳은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는 것이다.
즉 북한을 개방하고,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치를 보류하며, 또한 인민들을 김정일 1인 독재로부터 해방시켜 삶의 질을 높여 주는 것.
하지만 이 같은 바램은 요원할 것 같다.
최근 김위원장은 38선 최전방에 있는 북한군부대를 돌며 선군정치를 독려하고, 미국을 상대로 핵무기 제조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어 우리들이 바라는 북한개방 정책의 길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인다.
결국 일본정부와 언론만 여전히 신나게 생겼다.
현실적으로 실효도 없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국내외에 천명하며 형식적인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는 일본정부도 그렇거니와, 저널리즘의 기본 상식도 망각한 채 무조건 북한 때리기에 열중하는 일본언론의 행태 또한 앞으로 변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럼 왜 유독 일본언론에만 이런 오보가 많이 나오는 것일까?
하지만 이 같은 오보현상은 고스란히 한국언론에도 해당된다. 왜냐하면 일본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전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받아 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