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상하이 음식붐이 찾아오다(1): 육즙 스르르 구운 소룡포를 아시나요?
자장면, 짬뽕, 탕수육......한국식으로 발전시킨 중국음식처럼, 일본에서도 일본인의 입맛에 맞춘 중국음식을 '츄-카(中華)'라고 부르며 발전시켜왔다. 마파두부, 고추잡채(친자오로스), 군만두(교자) 등은 일반 가정에서도 자주 해먹는 서민적이고, 국민적인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인에게 친숙한 중국음식이지만, 이제까지 '요리'가 중심이었다면 요즘은 중국 구석구석의 서민요리, 길거리 음식이 일본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상하이 엑스포가 열린 2010년에는 상하이 문화와 함께 음식도 인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소개한 구운 소룡포는 벌써부터 붐이라고 할 정도로 여기저기 가게가 생겨나고 있고, 상하이 사람들이 즐겨먹는 매운 샤브샤브 '훠궈(火鍋)'는 도쿄를 중심으로 체인점이 늘어가고 있으며, 한국인들이 떡볶이, 오뎅 감각으로 먹는 분식류에 해당하는 꼬치구이도 유행 예감이다.
'다리가 있는 건 책상빼고 다 먹는다'는 중국에서 꼬치구이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상하이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있는 꼬치구이는 다름아닌 양꼬치. 한국이나 일본 도회지 사람들에게는 양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편이지만, 중국인은 특히 양고기를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나 소고기에 비해, 지방의 융점이 높아 몸에 쌓이지 않고 살이 찌지 않는다고 알려진 양고기는 사실 다이어트에도 미용에도,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다. 지방을 분해하는 카르니친이 돼지고기의 2배 이상 포함되어 있고, 과산화지방질 발생을 억제해 노화방지에 역할을 하는 비타민 e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는 8종류의 필수 아미노산을 포함해 다이어트하면서, 건강을 지키면서 먹을 수 있는 육류로 알려져있다.
양고기의 단점이라면 특유의 냄새인데, 상하이식 양꼬치 구이는 강한 향신료로 잡냄새를 없애고 숯불에 노릇노릇 구워 기름이 쫙 빠진 것이 특징. 양고기 냄새도 못 맡는다는 사람들도 양꼬치는 즐기는 경우가 많다.
이제까지 일본에서 양꼬치를 먹으려면 중국 음식점이나, 북한, 연변요리점에 가야했다. 인지도도 부족한데다 기본 단가가 비싼 곳이 많아, 양꼬치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에는 힘들어보였다. 그런데, 최근 중국 사람들이 즐기듯이 길거리에서 가볍게 양꼬치를 사먹을 수 있는 테이크아웃 양꼬치집이 생겨 주목을 끌고 있다.
▲ 키다리 씨의 양꼬치집 ©jpnews/hiroki yamamoto | |
2002년, 상하이에 1년 간 사업차 체류하고 상하이 음식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카이 세이고 사장. 당시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인 양꼬치가 일본에는 거의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이 가게를 만들었다. "
먼지 풀풀 날리는 길거리 리어카에서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구워주는 양꼬치 구이를 사먹곤 했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거의 매일같이 먹었죠"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오리지널 일본인인 자신이 반해버린 양꼬치라면, 분명 일본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인지도가 없을 뿐, 맛을 한 번 본다면 분명 모두가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상하이에서 일본으로 돌아와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아가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늘 양꼬치 가게를 생각했고, 지난해 말 회사를 그만두면서 정식으로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부족한 창업자금, 장소물색, 재료공급 등 어려운 점이 너무 많았지만, 아이디어를 짜내 일본최초 양꼬치 테이크아웃 전문점 '키다리 씨의 양꼬치집(のっぽさんのヤンロウ屋さん)'을 오픈했다. 4평 규모의 작은 가게, 주문이 들어오는 데로 꼬치를 구워파는 테이크아웃 전문점이다.
대표메뉴는 물론 양꼬치로, 기본 양꼬치와 매운맛 양꼬치 두 종류다. 그러나 양고기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본인이 좋아하는 야키토리(닭꼬치)도 몇 가지 준비했고, 상하이 서민음료 타피오카(버블밀크티)도 오리지널 블렌딩하여 만들었다. 꼬치구이에 빠질 수 없는 생맥주와 탄산음료도 판매한다.
보통 야키토리 전문점은 꼬치를 여유있게 구워놓고 살짝 데워 제공하지만, 키다리 씨의 양꼬치집은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굽기 시작한다. 최고의 맛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양꼬치는 식으면 급격히 딱딱해지고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테이크아웃점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양꼬치를 포장해가는 손님입니다. 양꼬치는 구운 그 자리에서 먹어야 가장 맛있는데, 식어버리거나 전자렌지에 돌리거나 하면 맛이 확 떨어지거든요. 포장을 해가서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한번 구워먹는 것입니다"
때문에 포장해가는 손님들에게 사카이 사장은 '프라이팬을 이용할 것'을 신신당부한다. 신규 음식점이 잘 되려면 입소문이 필요한데, 한 번 먹어보고 별로라고 생각하면 손님이 늘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장 맛있는 상태에서 먹어보고 다시 또 오게 만드는 것만이 유일한 홍보방법이다.
▲ 양꼬치 ©jpnews/hiroki yamamoto | |
중국에서 파는 양꼬치는 양의 여러부위를 사용하지만 키다리 씨의 양꼬치집은 목심부분만 사용하여 11종류의 향신료로 맛을 낸다. 상하이 오리지널 양꼬치에는 코리앤더(파쿠치)를 넉넉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입맛에 맞지 않는 일본인이 많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배합한 것이 특징. 대신 특유의 스파이시한 맛은 살리면서 위화감은 줄이도록 노력했다.
3개월간 꼬박 레시피 연구를 했다. 약 150명의 사람들에게 시식을 부탁하고, 납득이 갈 때까지 만들었다. 결과, 냄새도 없고 일본인 입맛에도 맞는 식욕을 돋구는 비법 소스를 만들어냈다. 보통 중국에서는 30분 정도 재워둔 양꼬치를 굽지만, 24시간 꼬박 재워두어 고기 속까지 맛이 밴 것이 키다리 씨 양꼬치만의 승부수이기도 하다.
가게를 연 것은 지난 6월 초. 원래는 대학가나 번화가에 가게를 내고 싶었지만, 연기를 피우는 작은 규모의 가게를 얻기가 힘들어 도쿄 한적한 주택가에 1호점을 내게 되었다. 장소에는 아직까지도 아쉬움이 많지만, 일부러 먹으러 찾아오는 손님들도 생길 정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양꼬치 ©jpnews/hiroki yamamoto | |
취재 중 마침, 가게를 들른 단골손님. 근처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는 그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먹을 정도로 자주 온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양고기라는 데 거부감이 있었지만 호기심에 맛을 보고 반하게 되었다. 주변 친구들도 자주 이 곳을 찾는다며
"한 번 먹으면 자극적인 맛에 또다시 찾게 된다"고 말한다.
사카이 사장의 꿈은 건강에도 좋고, 맛있고, 간편한 양꼬치 구이를 많은 일본인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홋카이도를 비롯한 일본 북부 지방은 원래 양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없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고, 그 외의 일본 지방 곳곳에도 점포가 늘어나 양꼬치 붐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것이다.
사카이 사장은
"양꼬치는 몸이 확 깨어나는 듯한 자극적인 맛으로 늘어진 여름에 제격이다. 중국에서는 물론 북한 국경지방에서도 많이 먹는 음식이므로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을 것. 가볍게 즐기는 간식, 술안주로 그만이다"라고 홍보한다.
일본 내에서 서서히 불어오고 있는 중국 서민음식 붐, 가까운 시일 내에 신주쿠나 시부야의 젊은이들이 양꼬치를 들고 걷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게 된다.
▲ 상하이 길거리 꼬치집 풍경 © jpnew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