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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두 자녀 어머니가 日서 기업 일구다
도전하라! 그리고 자신의 삶을 지배하라, (주)산옥스 이옥순 대표
 
안민정 기자
"일본에 와서 10개월 어학연수 기간에 매주 주말마다 전시회, 박람회를 돌아다녔어요. 많이 보고, 많이 듣고, 사람을 만나가면서 제가 가야할 길을 깨달았죠"

일본에서 한국인 여성 사업가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성공한 문화인, 예술인은 있어도 현지인과 치열한 경쟁 끝에 살아남아 성공한 기업을 꾸려나가는 여성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일본은 사회 깊숙히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한국보다 더 보수적이면서 남녀차별이 심하고, 또한 일본사회에서 여성 혼자 힘으로 기업을 일궈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1995년 창업이후 15년 만에 연간매출 10억 엔을 달성한, 특히 여느 기업들이 다루지 않는 특수분야에서 무역으로 기업을 일군 당찬 여사장이 있다고 해서 그 주인공을 제이피뉴스가 만나봤다.


도쿄 카구라자카의 한적한 오피스거리에 이옥순(52) 씨가 대표로 있는 주식회사 산옥스. 청량감 넘치는 독특한 파란색 빌딩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커다란 문을 열자 한 눈에 들어오는 온통 빨간 색의 사무실 벽, 첫인상부터 뭔가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겼다.
 
낯선 사무실 풍경에 기자가 사무실을 눈요기하고 있을 때, 마침 빨간 문을 열고 나오는 이옥순 사장과 눈이 마주쳤다. 홀홀단신으로 일본에 건너와 자수성가한 여성이라기에 뭔가 우락부락, 억척스러울 것 같은 이미지를 가졌었는데, 막상 만나고 보니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젊어보였고, 세련된 옷차림이나 한껏 멋을 낸 꾸밈에 '정말 사장님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멋쟁이 캐리어 우먼이었다.
 
마침 토요일이라 사무실엔 아무도 없었고, 이옥순 사장이 손수 커피를 내려주며 사무실 이것저곳을 안내해주었다. 그러다가도 문득, "내가 인터뷰 대상이 되나"라며 몇 번이나 겸손하게 손사레를 쳤다.
 
이옥순 사장이 일본에 온 것은 1994년, 그 때 나이 서른 네 살이었다. 학창시절부터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외국생활에 대한 동경을 서른 네 살이 되어서야 마침내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것. 당시 그녀는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주부였고, 당연히 친정은 물론 가족들까지 일본 유학을 반대했다. 
 
"어렸을 때부터 좀 더 넓은 세상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쭉 해 왔었는데, 여건이 여의치 않았어요. 어찌어찌하다가 결혼을 하고 됐고, 아이낳고 지내다 둘째를 가졌는데 7개월 째에 허리 디스크가 왔어요. 간신히 출산은 했지만, 2~3개월을 입원해서 허리에 보조기구를 달고,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상태로 있었어요. 혼자서는 움직일 수도 없었고, 그 땐 정말이지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였어요"
 
이옥순 사장은 건강상의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금이라도 내 주관으로 사는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유학을 결심하고 어학 공부를 하던 중 일본어가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일본 유학을 결정하게 되었다. 어린 두 아들은 친정에 맡기고 남편에게는 '직장 다니는 틈틈히 일본어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실 전 행동파였어요. 제 인생관이 '말보다는 실천'이거든요. 가족들이 눈에 밟히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긴 인생에서 지금의 반년, 일년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과감히 서울을 떠났죠.
 
직접 와본 일본은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선진국이었어요. 질서의식이 확실했고 사회, 경제, 복지 어떤 면에서든 한국을 앞서 있었죠. 그 때 저는 제가 이 나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학연수를 하는 10개월 동안 그녀는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일본어를 붙여놓고 매일 7~8시간 씩 공부를 했다. 여기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일단 말을 해야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고, 하루 빨리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어학은 필수였다. 공부하는 틈틈이 찾았던 곳이 도쿄 빅사이트, 지바 마쿠하리 멧세 등 전시회장이었다.
 
전세계 각종 산업이 모이는 도쿄의 전시회장은 시야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특정 관심분야만 찾는 것이 아니라 매주 거의 모든 전시회장에 가서 소재, 아이템을 눈요기했다.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새로운 사람들을 꾸준히 만났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업 아이템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 전시회를 다니면서 종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게 종이잖아요. 종이에도 정말 많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공부도 하면서, 확신이 생겼어요. 그냥 종이보다 특수지, 고급용지를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우선 거래처를 확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직접 발로 뛰면서 뚫은 거래처는 모두 대기업이었다. 뉴오타니 호텔, 도큐핸즈, 다카시마야 백화점 등.
 
그러나 처음부터 대기업 담당자가 산옥스라는 작은 회사를 상대해준 것은 아니었다.  문전박대를 당한 것도 여러차례. 그럴 때마다 그녀는 끈질기게 문을 두드렸고, 또 기회가 오면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
 
그러다보니 말이 아닌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프리젠테이션에 일본인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고, 계약성사 후에는 '당신의 열정에 우리가 졌다'고 말했을 정도로 사업에 올인을 했다.
 
1995년 유한회사로 시작된 산옥스는 첫 해 연말 결산을 하면서 연간매출 1280만 엔을 기록했다. 그 중 순이익은 50%. 부가가치가 높은 특수지, 고급용지를 노린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 직원은 그녀와 사원 한 명. 전부 그녀 자신이 발품을 팔아 따 낸 계약들이었다.
 
"회사를 키우려면 자금이 필요해서 결산서를 들고 제일 먼저 신용보증기금에 찾아갔습니다. 은행은 창업 1년 만에 회사 매출을 이만큼 올리고, 거래처가 전부 대기업을 것을 보고 놀라더군요. 그렇지만 외국인이고 1년 체재 비자를 가진 저에게 어떻게 믿고 3년 상환 자금을 빌려줄 수 있느냐며 곤란해 했습니다.
 
저는 당당하게 '나는 아이들도 전부 일본에 데려왔고, 그 돈 때문에 사업을 접고 도망갈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납득을 했는지 보증협회에서 회사에 한 번 들르고 이틀만에 300만엔을 내주더군요. 한국에서 은행, 신용기금에 다닌 경험이 많은 도움을 준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경영자는 자금을 운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제 원칙도 있었구요. 그렇게
은행과 신뢰관계를 유지하며 사업을 키워왔습니다"
 
사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여기저기서 유혹도 많이 생겼다. 좀 더 돈이 되는 일이 있다며 이야기를 해오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같이 일해보자는 사람도 늘어났다. 그러나 이옥순 사장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철칙으로 돌다리도 두들겨가며 천천히, 그렇지만 튼튼한 기업을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고 한다. 

그 사이 두 아들은 대학을 마치고 큰아들은 산옥스에, 둘째 아들은 일본대기업에 취직하여 일본사회 구성원이 되었다.
 
이렇듯 일본 제지업체 넘버원 기업인 오우지기업 등 뚫기 힘든 대기업을 주거래처로 만든 것도 그녀의 완고한 신념 덕분이었다. 몇 년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장 크고 튼튼한 업체와 거래를 성사시켰다. 그렇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작은 계약이 따라오게 되고, 은행이며 타 거래처에서도 산옥스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수익도 안정적으로 꾸준히 늘어갔다.
 
어떤 이들은 특수용지, 기능지, 건자재, 비철금속 등 산옥스에서 취급하는 품목을 보며 어떻게 여자가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일본 제지업 관계자들은 "여자가 제 일선에서 이렇게 영업을 뛰는 것은 이옥순 사장이 처음"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 자신은 그렇게 색다른 부분,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를 개척했기 때문에 현재 산옥스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도 이옥순 사장은 시간이 나는대로 틈틈이 여러 제조 공장을 보러 다닌다고 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공장 기계를 보면서 새로운 지식도 얻고, 사업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는 것. 

"제가 외국인이라고 해서, 여자라고 해서 사업에 불리한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저는 회사가 작고, 사원이 없다고 해서 절대 기죽지 않았습니다. 나는 나 자신을 인정받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규모가 작다고 무시한 사람도 없었구요. 이제까지 사업을 하면서 자랑할 수 있는 것은 거래처 어디서든 미납, 체불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안전하고 튼튼하게 내실있는 기업을 만들었다고 자부합니다"
 
또 하나, 사업에서 그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내가 먼저 50을 주고 상대방에게 그 50을 가지고 온다' 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무조건 이익을 위해 일을 하지만, 이옥순 사장은 우선 '내가 저 회사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고 접근을 했다. 거래처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 메리트를 제시해주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 바로 이런 면들이 보수적인 일본인들의 마음을 녹게 만들었다. 
 

산옥스를 설립한 지 올해로 15년째. 이옥순 사장은 작년, 그동안의 노하우를 살려 한국과 연계사업을 하려고 산옥스 코리아 지사를 설립했다.

"부품, 소재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소재 쪽은 전문분야에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커집니다. 일본은 기초가 튼튼해서 그 기초를 바탕으로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데 한국은 기초산업 자체가 미약합니다. 제가 하는 특수제지 분야도 그렇구요. 일본의 선진기술을 한국에 소개하고 제조업을 키우는 것이 저의 숙원사업입니다"
 
한일관련 비지니스에 대한 자신의 야망을 당당하게 밝히는 이옥순 사장. 말보다는 행동을 우선시한다는 그녀의 철학이념을 보며,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드는 발언이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녀는 몇 번이고 '기업의 신뢰'와 맨투맨의 '행동력'을 이야기했다.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찾아가서 원하는 거래를 성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중간하게 에둘러 표현하는 법도 없었다. 일에 대해서도, 프라이버시한 생활을 이야기 할 때도, 그녀는 무엇이든 확실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기업이념을 주장했다.
    
올해에는 한국과 관련된 사업에 주력할 생각이라는 그녀는, 벌써 두번이나 한국을 다녀왔다. 물론 거래를 트기 위해서다. 바쁠 땐 1박2일 한국출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역시 한국 기업의 반응은 좋다. 때문에 한국기업과의 비지니스 미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렇다고 비지니스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세계한인무역협회의 도쿄지부 간부로서 한인사회에도 자주 얼굴을 내밀며 후배기업인 양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사회에서 받은 것 만큼, 자신의 조국 한국에서 받은 것만큼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를 위해 환원할 생각도 갖고 있다. 또 실제로 그렇게 활발하게 옥타뿐만 아니라 한인회, 일본 로터리클럽 등 대외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태양처럼 눈부시고, 친환경적인 기업을 만들고 싶어 이옥순 사장이 직접 작명했다는 산옥스(sunocs). 이제 산옥스는 눈부신 비약을 통해 한일 양국의 징검다리가 되려하고 있다. 일본사회, 그것도 가장 보수적이라는 특수제지분야에서 조금도 기죽지 않고 당차게 중견기업으로 키워 온 이옥순사장. 그녀의 추진력이라면 이제 머지 않아 한국에서도 '산옥스'라는 이름을 자주 들을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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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2/25 [17:50]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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