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하라 세이지 외상이 사임했다. 외국인으로부터 정치 헌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문제가 됐다. 그에게 돈을 건넸다는 외국인은 전쟁 전까지 일본인 취급을 받았던 '재일 한국인'이다.
재일 한국인의 90% 이상은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일본인과 한국인의 헌금자를 식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호적을 조사하지 않는 한 판별은 무리다. 다른 정치가의 후원회 명부도 체크해보면 아마 비슷한 케이스가 많을 것이다.
듣자하니 헌금자는 마에하라 외상이 어릴 적에 살고 있던 동네의 이웃 아주머니라고 한다. 한국 정부의 스파이도 아니고 정치,외교 무대에서 암약하는 로비스트도 아니다. 하물며 한국인 실업가라던지, 시민운동가도 아니다. 단순히 고깃집을 운영하는 일개 주부다.
알려진 헌금액은 2005년부터 4년간 20만엔이다. 연간 5만엔, 매달 대략 4천엔 수준이다. 신문 대금정도 되는 액수다. 매스컴에서는 '정치 헌금'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액수가 적은 면이 없지않다.
헌금을 한 아주머니는 마에하라 외상이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터 알고있던 지인이다. 그를 돕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후원회에 가입해 회비를 냈겠지만 이 정도 금액의 돈으로 마에하라 외상이 그만둔 것을 생각하면 지금쯤 돈을 낸 것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금액의 많고적음과 상관없이, 외국인으로부터 정치헌금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법이 존재하는 한 이것은 분명히 위법이다. 정치가로서의 룰에 반하는 행위였던 것은 틀림없다. 마에하라 외상이 이러한 사실에 스스로 책임지며 사퇴한 점에 대해서도 이론은 없다.
그런데도 의문스러운 점이 몇가지 있다. 외국인으로부터 정치헌금을 받는 것은 금지지만, 정치 자금을 모으기 위한 파티 티켓을 판매하는 경우는? 이것도 금지라면 정치가의 파티에 외국인은 참석할 수 없게 된다. 금지가 아니라면 외국인이 지불하는 티켓 요금 일부가 정치가의 활동 자금이 된다.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
정치가 파티의 티켓 요금은 1만엔에서 2만엔 사이다. 2만엔이면 연 2회 참석시 4만엔이다. 만약 외국인이 정치가 파티에 1년에 2회 참석하면, 고깃집 아주머니가 낸 '정치 헌금'과 비슷한 금액이 된다. 후원회 헌금은 안되면서 정치 자금을 모으기 위한 파티 티켓 구입은 외국인도 가능하다는 사실은 모순을 느끼게 만든다.
또 재미있는 것은 같은 재일 교포라도 '일본에 귀화한 사람'으로부터 헌금은 문제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 국적의 재일교포는 안되면서 일본 국적의 재일교포는 상관없다는 것도 이상하다. 국적을 바꾸면서 스스로의 조국, 민족에 대한 프라이드는 버리지 않은 사람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이나 파칭코체인 '마루한' 한창우 사장 등은 비록 일본 국적을 취득했지만 한국인으로서의 프라이드를 남들보다 두 배 이상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귀화했음에도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이는 재일 한국인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 브라질인 등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으로부터 받는 정치 헌금은 해당 정치가가 그 나라의 정치나 외교 문제에 좌우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금지되고 있지만, 정말로 재일 외국인이 자신의 조국 때문에, 혹은 조국의 지시에 근거해 일본의 국정을 좌지우지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은 그 권리를 합법적으로 얻기 위해 일본에 귀화할 것이다.
외국인 참정권도 마찬가지다. 단지 일본에 귀화했다고 모든 사람이 반드시 일본인으로서의 자각과 의식을 가져 참정권을 행사한다고 할 수 없다. 재일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을거면, 적어도 '일정 한도액'을 결정해 외국인도 정당이나 정치가에게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외교 문제로 책임을 추궁당한 것도 아닌데, 이런 일로 일국의 외상이 사임한다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 봐도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또, 이는 외교에 마이너스 영향을 끼쳐 일본의 국익에도 도움이 안될 것이라 생각한다.
변진일(코리아리포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