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일본 도호쿠 지방에 강진과 쓰나미가 발생했다. 오사카에 사는 나는 재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다양한 것을 보고, 느꼈다.
지진 발생 당일 밤에 기사를 써서 제이피뉴스에 보냈다. 재일 한국인인 나는 지금껏 일본 매체에 한국 미디어가 전하는 소식을 기사로 전달해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기사가 나의 뿌리인 한국에 발신되는 것이지만, 불안감도 있었다. 그러나 기사 밑에 달린 독자들의 따뜻한 코멘트를 읽고 기쁨과 함께 또다시 눈물이 흘러나왔다.
실은 기사를 쓰고 있던 그 날, sns(mixi)를 통해 알게된 이와테현에 사는 재일 한국인 친구와 연락이 끊겼다.
실제로는 아직 만난 적이 없지만 매일 내가 쓰는 기사에 일일이 코멘트를 보내주는 사람이었다. 지진 발생 직전에도
"이런 시골에서도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는 코멘트를 남긴 그였다.
지진 발생 후 4일이 경과한 15일 오후까지 행방 불명이었던 그의 지인으로부터
"안부를 확인했다"는 연락이 왔다. 안도감이 몰려와 순식간에 긴장이 풀렸다.
이후에는 도쿄 전력이 운용하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폭발이 잇따랐던 것과 관련해 도쿄에 사는 지인과 친구들로부터 연락이 빗발쳤다.
한 친구는 휴대전화로 연락을 해왔다. 그는
"아마 괜찮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만약의 경우가 발생하면 오사카에 가려고 한다. 나 혼자서는 어떻게든 괜찮지만 아이들이 걱정돼서"라고 말했다.
나는
"더럽고 좁은 집이지만 언제라도 가족과 함께 오라"고 했다. 도쿄에 사는 그는 나의 친오빠와 같은 존재의 일본인이다. 그와는 mixi의 재일 한국인 커뮤니티에서 처음으로 알게됐다. 내가 도쿄에 갈때마다 대접해주는 상냥한 사람이다. 그가 사는 지역에는 이미 건전지나 화장지가 품절돼 구할 수 없다고 했다.
연락을 해온 또 한사람은 간사이 정보지의 전 부편집장이었다. 원래 간사이에 거주했지만 도쿄로 이사한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간사이 친구로부터 '피폭은 괜찮냐'라는 전화가 있었다. 괜찮기는 하지만 장담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른건 맞는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
한편, 니혼tv의 정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미야네야'는
"긴박감 없는 간사이를 보고있자면 이번 재해 발생지와 멀리 떨어져있음을 실감한다. 한신대지진 때와는 전혀 반대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16년 전 한신대지진이 발생했을 때에도 고베에 사는 친구들은
"강 하나 떨어진 오사카에 오면 참사가 없던 것 처럼 느껴진다" "도쿄에서 나오는 뉴스에서는 마치 남의 일처럼 보도하고 있다"라고 분노와 실망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한신대지진 때와 같은 것은, 사람은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지역과 국적을 뛰어넘어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것은 sns 등의 발달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나의 기분을 전할수 있다는 것.
기분은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문자 등 '형태'가 있는 것으로 옮기면 눈에 보인다. 지금 일본에서 방송되고 있는 cf에서도 나오는 문구지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
나와 사이가 좋은 '오빠(재일 한국인 여성은 연상의 남성을 부를때 보통 일본어가 아닌 '오빠'라고 부른다)'와 친구가 고베에 여럿 살고 있다. 그들은 한신대지진의 경험으로서 이재민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의연금, 즉 모금을 하는 것이 최적이라고 말한다.
일본에서는 배용준과 최지우, 류시원, kara 등 한류스타의 모금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금액의 많고적음이 문제가 아닌, 선의라는 기분을 금전이라는 '형태'로 옮겼다는 사실이 올바른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또 일본에는 일반적으로 '우리학교'라고 불리는 조선학교가 있다. 사상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이 학교는 당초 재일 한국, 조선인 아이들이 '자국의 문화나 말을 배우기 위해' 만들어진 학교다.
이 학교를 처음 설립할 때 당시 모토가
"지혜가 있는 사람은 지혜를, 힘이 있는 사람은 힘을, 돈이 있는 사람은 돈을 내자"였다고 한다.
나는 오늘 트위터에
"재해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모금에 참여하는 것과 기도하는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한국으로부터 전해지는 마음도 모금이나 문자를 통한 '형태'로 전해질 수 있기를 마음 속 깊숙히 바란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따뜻한 마음을 일본에 전해주었으면 좋겠다.
※ 이 기사를 쓰고 있는 16일 오후 10시 30분 무렵, 또 한차례 강한 지진이 시즈오카를 덮쳤다. 내가 있는 오사카도 흔들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인 '괜찮아'를 주문과 같이 마음 속으로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