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억누르는 일본인,
혼란 속에서도 질서를 지키는 일본인,
대피 상황에서도 양보하는 일본인.
대지진 후 혼란상황에서도 질서를 지키는 일본인에 대해 한국, 중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감탄과 찬사를 보냈다. 물론, 현지에 있는 우리 교민들도 이런 급박한 상황에도 치안 걱정없이 지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본을 높이 사고 있다. 그러나 재난 대응 방식도 공감하느냐라면 고개를 갸웃한다.
11일 오후, 대지진 발생 후 아비규환이 된 일본 동북 지역. 전세계가 일본의 대지진을 대서특필했고 한국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구조대를 보내왔다. 일본과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던 중국에서도 구조대가 입국하고, 스위스 등 전세계 90여 개국 이상에서 일본에 자원봉사단 파견 의사를 보내왔다.
이제까지 해외에서 재해가 있을 때마다 큰 도움을 주었던 일본이기에, 하루만에 일본을 돕겠다는 나라들은 금세 불어났다. 세계 수퍼스타들도 앞다투어 애도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의외로 일본 정부는 이들의 호의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음은 고맙지만, 각 나라의 구조팀을 통솔하고 안내할만한 체계나 인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 거절한다는 것이었다.
11일에 발생한 대지진 이후, 동북지역 재난민들은 며칠동안 구조물품이 도착하지 않아 추위와 배고픔을 견뎌야했다. tv 화면 너머에 있는 그들은 "하루종일 주먹밥 밖에 먹지 못했다", "우리는 어묵 1개로 버텼다", "모포가 없어서 밤에 너무 춥다", "화장실 문제가 심각하다" 등 최악의 환경에서 버티고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현재 피난소에 있는 사람보다 재해지역 어딘가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재난민을 찾아야한다"라며 이들에게 인내를 요구했다. 피난소에 있는 사람들은 일부 불평을 했지만, 대부분 이런 의견에 동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물자 부족 상황은 닷새를 넘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피난소에는 여전히 충분한 구호물품이 도착하지 않아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안정적인 공급활로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이라면 샛길이라도 뚫어서 물자를 공급하고 있겠지만, 일본은 정확한 전달과 배분을 위해 체계적인 루트를 만드느라 시간이 걸리고 있다.
아직도 방송에서는 아직 어린 아기가 있는 엄마들이 우유와 기저귀를, 갈아입을 옷조차 챙기지 못한 재난민들은 타올과 속옷이 필요하다며 울상을 짓는 장면이 방영된다. 방송을 보고 일본 전역에서는 구호물품을 보내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비록 수량이 많지는 않아도 그들이 절실해하는 물건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것에 대해서도 제한하고 있는 상태다. 개인이 여기저기서 물건을 보내면 현지 자원봉사자들이 관리하기 힘들기 때문에 시나 구를 통해 모아서 보내라는 것이다.
이렇게 일본은 엄청난 재해, 재난 속에서도 철저한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원래 이렇게 꽉 막힌 나라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큰 재앙을 겪고 보니 다시 한번 일본의 시스템적 사고에 숨이 턱 막혀온다.
일본 국내에서도 철저하게 통제되는 상황이니, 해외에서 들어오는 물품에 대해서도 까다로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 식품회사에서 통 크게 내놓은 햇반을 거절한 것도 재해를 입은 나라가 일본이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충분히 식량자원은 있으니 자신들의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작가 시부이 테츠야 씨는
"사실 일본 국민 중에서도 산 사람부터 빨리빨리 대응해주길 바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하는대로 일단 행방불명인 사람부터 구조하고, 피난소를 살피고, 도로를 확보하는 체계적인 방식을 믿고 있는 사람도 있다. 어느 것이 옳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겠지만"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음 아고라 등에는 미야기현 등의 참상이 소개되며 아직까지도 물자가 부족한 것에 대해
"일본 자국민들은 과연 도와주고 있는건가", "한국 교민들은 전세기를 보내서라도 데려와야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체계와 질서와 순서도 좋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집도, 마을도, 가족도 잃은 사람들이 대피소에서 굶주림에 오들오들 떨고 있을 생각을 하면, 차라리 한국의 빨리빨리 대처가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일단 산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할 일이 아닌가.
(사진- 이와테현의 참상/ 코우다 타쿠미)
참고: 피해지역 일부에서는 16일 저녁에 전기가 복구되었고, 구호물자가 도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피난소는 전기, 가스, 수도가 끊겼고, 텔레비전, 라디오도 없이 정보에 목 말라하고 있는 상태다.
▶ 日 재해지에서 약탈 자행되고 있는 모습 '충격' [동영상 보러가기] [오늘의 주요뉴스] 재해자 오세요~ 일본 통큰 주택정책 화제 재해지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도쿄 생필품 물론 연료 사재기 패닉상태
재해지 병원환자 14명, 피난 도중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