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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만화가가 되는 길은 쉽지 않다?
치열한 만화가의 세계를 리얼하게 그려낸 '바쿠만'
 
김봉석 (문화 평론가)

▲ 바쿠만    

재미있게 보던 소우모토 소우의 <주가이> 4권을 샀더니, 마지막 권이었다. 일종의 초능력인 주력(呪力)을 가진 사람들을 국가에서 관리하고, 보통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력자만이 모여 사는 마을 '주가이'가 만들어진다.

주력이 발견되어 주가이로 향하는 소녀 유아나와 주가이 내에서 주력을 이용한 세력다툼이 벌어지는 상황이 동시에 벌어지는 <주가이>는 꽤 흥미로운 설정으로 관심을 끌었다. 그림과 심리 묘사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3권 정도 가면서 좀 느슨해진다 싶더니, 4권에서 무리하게 끝을 맺어버렸다. 설정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필요했을 텐데, 급작스럽게 종결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러고 보니 키네 오사무의 <복종하지 않는 자> 역시 6권으로 난데없이 끝나버렸다. <복종하지 않는 자>의 원작은 <야시> <천둥의 계절> 등을 쓴 츠네카와 코타로의 소설이다.  츠네카와 코타로의 소설은,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한 번 보면 결코 잊혀지지 않는, 탁월한 정서가 존재한다. 그런데 만화는, 원작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순간에 끝나버렸다.

<복종하지 않는 자>를 보다 보면, 그 이유가 명확하게 나온다. 연재 중단을 편집부에서 결정했고, 그래서 남은 분량 동안에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고 키네 오사무가 '작가의 말'을 통해 직접 말해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인기가 없는 만화를, 작가가 아니라 편집부에서 중단을 결정하여 작가에게 통보해준 것이다.

한때 600만 부 이상 찍었던 일본 최고의 만화잡지 '소년 점프'에서, 독자가 연재 작품에 대해 인기투표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연재 중단을 결정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굳이 하나의 작품만이 아니다. 백 여 종 이상의 만화 잡지가 나오는 일본에서는, 잡지의 폐간도 그런 시스템으로 결정된다. 이를테면 십만 부가 넘는 잡지라고 해도, 회사의 판단에 따라 정체에 빠졌다거나 독자층이 바뀌었다고 결정을 하면 휴간이나 폐간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시스템이 일본 만화의 다양성과 대중성을 만들어낸 이유의 하나라는 평가도 있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정말 재미있는 만화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주가이>와 <복종하지 않는 자> 역시 그런, 철저한 경쟁 논리에 따라 도중하차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주가이>와 <복종하지 않는 자>는 전혀 걸작이라고 할 수 없다. <주가이>는 설정과 컷의 연출은 뛰어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아직 미숙했다. <복종하지 않는 자>는 그림이 뛰어난 반면 구성력이 약했다.

<주가이>와 <복종하지 않는 자>의 급작스러운 완결을 보면서, <바쿠만>이 떠올랐다. 오바 츠구미가 쓰고 오바타 타케시가 그린 <바쿠만>은 만화가를 꿈꾸는 고등학생 콤비 모리타카와 다카기의 이야기다. 그림에 재능이 있는 모리타카는 전교 1등인 다카기에게서 만화를 함께 그리자는 제의를 받는다. 다카기가 이야기를 만들고, 모리타카가 그리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 바쿠만    
하지만 만화가였던 삼촌이 결국 인기 작가가 되지 못하고 요절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모리타카는 망설인다. 그 때 모리타카를 움직인 동인은 사랑이다.

짝사랑하던 아즈키의 꿈은 성우였고, 모리타카는 자신이 그린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 성우를 맡아달라며 사랑을 고백한다. 그리고 시작한다. 만화라는 기나 긴, 엄청나게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무한한 즐거움이 기다리는 고생길을.

다카기가 스토리를 생각하고, 모리타카가 캐릭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면서 완성되는 만화를 공모전에 출품한다. 상을 받거나, 최소한 누군가의 눈에 들어 인정을 받게 되면 단편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리고 담당 편집자가 붙어 계속해서 대화를 하면서 작품의 아이디어와 스토리를 다듬어 간다. 단편이 인기를 끌어 연재가 결정된다고 끝이 아니다.

매호마다 투표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에 따라 스토리를 바꾸거나 작품의 톤을 바꾸기도 한다. 등단을 하고 연재를 한다고 인기 작가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단계까지 갔다가 몰락하는 경우도 엄청나게 많다. 때로는 연재도 못하고 연재 작가의 어시스턴트로 살아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모리타카와 다카기 역시 엄청난 노력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조금씩 만화가의 길을 걸어간다.

<바쿠만>이 흥미롭게 읽히는 이유는, 그런 '만화가의 길'을 생생하게 그려내기 때문이다. 당연히 과장과 단순화가 있기는 하지만, 대단히 세밀하고 정확하게 일본 만화계의 현실을 그려낸다. 캐릭터의 성격이 지나치게 단순하다거나 스토리가 너무 '행복'하게 전개된다거나 하는 비판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바쿠만>의 최고 장점은 일본 만화계의 실상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작가 스스로 말하듯, <바쿠만>의 만화계가 2010년 지금 현재는 아니다. 하지만 오바 츠구미가 만화계를 접하면서 겪었던 경험과 다양한 정보를 통해서, 일본 만화계의 전형적인 모습을 풍성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바쿠만>을 읽는 재미는 충분하다.

<주가이>와 <복종하지 않는 자>의 만화가들이 어떻게 작품을 그리고, 또 중단되는 아픔을 겪었는지를 <바쿠만>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는 것이다. 만화의 힘은, 이런 구체적인 정보를 글과 그림으로 정확하면서도 재미있게 전달한다는 것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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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7/20 [10:28]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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