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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블랙회사를 다닐 수 밖에 없나
'블랙회사'란 무엇인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오늘도...
 
김봉석 (문화 평론가)
서점에 갔다가 <블랙회사>란 책을 봤다. 구로이 유토. 낯선 작가라고 생각하며 들춰봤더니, 구성이 2채널의 게시판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전차남>이 그랬듯, <블랙회사> 역시 한 청년이 2채널에 올린 스레드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실화다. 스레드의 제목은 바로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꽤 흥미로웠지만, 게시판 형식으로 된 소설을 읽는 건 크게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영화를 먼저 봤다.

블랙회사란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막상 들어가면 날마다 야근을 한다든가 내부 시스템이 엉망이든가 하는 식으로 심각한 문제를 가진 회사를 말한다. 블랙회사를 판별하는 조건 몇 가지를 보면, 근로기준법 같은 것은 아예 지키지 않는다, 동료들의 능력이 이상하게 떨어진다, 야근과 밤샘이 반복된다 등등이다. 왜 이런 회사를 들어가는가, 라고 묻는다면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번듯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왜 블랙회사인 것을 알고도 계속 다니는가, 라고 묻는다면 개인의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블랙회사>의 주인공인 마사오가 블랙회사를 계속 다녀야만 하는 이유는, 학력이 중졸이기 때문이다. 마사오는 고등학교 시절에 이지메를 당하다가 등교거부를 했고 결국 자퇴를 했다. 25살 때까지 직업을 갖지 않고 집에서 소일하며 소위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된다. 그러다가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프로그래머 자격증을 따고, 취업활동에도 나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중졸의 프로그래머를 받아들여주는 회사는 없었다. 아무리 실력이 중요하다고 해도,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의 벽은 의외로 높았던 것이다. 그때 유일하게 마사오를 받아준 회사가 바로 이 곳이었다.사장은 비교적 멀쩡해 보였지만, 후지타를 제외한 사원들은 엉망이다. 자신을 리더라고 부르라는 팀장은 실력도 없이 후배를 괴롭히는 데만 열중이고, 건담 오타쿠인 이데는 리더의 곁에 붙어 아첨만 일삼는다.
다른 직원은 리더의 기세에 눌려 매일같이 야근을 하는 바람에 거의 제정신이 아니다. 동료의 능력이 이상하게 떨어진다, 는 블랙회사의 조건에 딱 들어맞는 것이다. 게다가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 일하는 it 기업은 단시간에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야근과 밤샘을 반복한다. 엄청난 일의 하중과 선배들의 이지메에 마사오는 점점 한계에 몰리게 된다.

물론 좋은 사람도 있다. 왜 이런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능력과 품성을 지닌 후지타. 마사오는 그를 '공명'이라 생각하며, 마음의 지주로 삼는다. 후지타마저 없었다면 마사오는 들어가자마자 한계에 몰렸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마사오는 한계에 몰리고야 만다.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아 프로젝트를 지휘하면서 기운을 얻지만, 역시 블랙회사는 쉽지 않았다. 당장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마사오는 궁지에 몰린다.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는 스레드는 바로 그런 상황에서 일종의 한탄이자 푸념으로 올린 것이었다.
 
▲ 블랙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더 이상 나는 한계일지도 모른다 - 영화

<블랙 회사>는 도저히 다닐 수 없을 것 같은 회사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동시에 이지메 때문에 니트족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소년이 블랙회사만이 아니라 자신과 맞서 싸우며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10여년을 히키코모리로 살았던 마사오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어머니의 죽음이 가장 큰 이유이자 동력이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마사오의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블랙회사를 다니면서, 마사오는 도망치고 싶었다. 집으로 도망쳐서 컴퓨터와 인터넷에만 매달리면, 고통 없이 일상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죽지 않는다면, 결국은 살아야만 하는 것이다. 학력이 없기 때문에 마사오는 블랙회사 같은 열악한 환경의 직장밖에 구할 수가 없다. 더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서는, 뭔가 실적이나 경험이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후지타를 제외한 다른 선배들은, 그저 이 곳에서 적당히 월급이나 받으며 살아가려 한다. 그들에게는 이 블랙회사가 일종의 종착점이다. 하지만 마사오는 이제 시작이고, 출발점에 섰을 뿐이다. 블랙회사이지만, 그의 경력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한계까지 달려가고, 2채널의 스레드에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도 <블랙회사>는 몰락하지 않은 구로이 유토의 경험이었고, 그에게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었다. 동료들과도 어느 정도 화해하고, 마사오도 한계를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뭔가 변화의 기운이 주어진다면, 정신을 차리면서 블랙회사를 바꿔놓고 자신도 새롭게 일할 수는 있다. 가능한 일이지만, 그런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다.
 
대부분의 현실에서는, 블랙회사의 경우 능력이 있던 사람도 그 구조 속에서 점점 몰락해가는 경우가 많다. 능력 있는 개인도 블랙회사라는 늪에 빠져들어 함께 몰락해버린다.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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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8/05 [22:17]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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