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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문제, 한일 문화차이에서 생각하다
[신경호 칼럼] 왜 장애인은 당당하게 요구하지 못하는가?
 
신경호(동화작가)
왜 장애인은 당당하게 요구하지 못하는가?
한,일의 문화적 차이에서 장애인의 문제를 바라본다
 
지난 글의 댓글에서 어느 분이 장애인들을 향해 따끔한 충고를 해주셨다. “요즘 장애인 인권 외치는 사람들이 ‘측은지심’을 부정하는 것 같다"며 "장애인들이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니냐? 비장애인들도 서로 도움 받고 살아가는데 장애인 스스로 도움을 받는 것이 모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몸의 장애가 문제가 아니고 정신적 장애가 문제인 듯 하다”라는 지적이었다.
 
100% 옳은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장애인이 이 사회에서 당당하게 외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왜 그럴까 지난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간단한 문화적 차이를 통해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에서 음식점을 가본 사람이면 계산대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계산을 기다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함께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신 사람들이 각기 자기가 먹은 것을 더치패이(일본에서 ‘와리캉’이라고 한다)를 하기 위해 따로 계산을 하는 것이다. 한국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내가 일본에서 처음 접한 문화적 충격(?)이 이 광경이 아닐까 한다.
 
한국에선 으레 상사나 남자친구가 아니면 그 날 주머니가 조금 두둑한 사람이 값을 지불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것도 아니면 "밥은 네가 커피는 내가" 하는 식으로 계산대 앞에서는 한 사람이 전부의 값을 지불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이런 광경이 여간 낯설지 않았다.
 
그것 뿐이 아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메뉴가 엄청 많다. 그런데 7-8명이 우루루 몰려가서 점심을 먹을 때도 모두 각자의 메뉴를 주문한다. 한국에선 그냥 ‘김치찌개로 통일’ 뭐 이런 문화에 익숙해있던 나로서는 그 많은 사람들이 메뉴를 고르고 주문할 때 곁에서 기다리는 종업원에게 매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메뉴 만이 아닐 것이다. 가게가 조금 붐빌 때 이곳을 이용할라치면 괜시리 “빨리 먹고 나가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지금은 조금 익숙해져서인지는 모르겠다만 이런 생각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듯 하다.
 
얼마전 한국에서 처형이 일본에 왔을 때의 일이다. 처형과 우리 가족이 점심을 먹기 위해 시부야에 있는 스파게티집을 갔다. 사람들이 꽤 많은 식당이어서 자리에 앉기까지 조금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처형이 조금 안절부절 하는 것이었다. “야. 이 집 무지 바쁜가 보다.  눈치 보이니까 빨리 먹고 나가자.”라며 종업원들의 눈치를 보았다. 아내는 “가게에서 천천히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우리의 권리이니 괜찮다.”며 처형에게 말했지만 처형은 아무래도 미안한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화장실을 간다며 종업원에게 안내를 부탁했다. 그러니 처형은 자기가 안내해도 되는데 왜 바쁜 종업원을 부르냐며 핀잔을 주었다. 이런 경우는 작은 일이지만 이런 작은 일이 모여서 커다란 사회적 문화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실제 나는 일본 가게에서는 종업원에게 화장실 안내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편이지만 한국에 가면 친구들에게 부탁을 하곤한다.
 
나는 주로 순대국이나 작은 규모의 생맥주집을 좋아하는데 이런 집들은 대개 주인 아줌마 혼자서 운영하는 곳들이 많고 그런 가게를 이용할 경우 화장실 안내를 부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경우에도 문제가 생긴다. 늘 가는 단골집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처음 가는 가게의 경우 술마시던 두 사람이 함께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가면 몰래 술값 안내고 도망가는 것으로 오해나 받지 않은가 하고 괜한 걱정이 들기도 한다.(사실 젊을 때는 이런 못된 짓 많이 했다)

장애인 이야기를 하다가 왠 뚱딴지 같은 이야기냐고? 작지만 이런 권리를 찾는 아니 찾을 수 있는 문화와 그렇지 못한 문화에서 삶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같는 태도는 분명히 다르다.

 
만약 내가 일본에서처럼 당당하게 안내를 요구하기 위해선 한국에선 참 많이 투쟁 아닌 투쟁을 벌여야 한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한국에서 지하철의 공익요원에게 안내를 받을 때도 기분 좋게 안내를 받은 경험 보다는 “왜 장애인이 돌아다녀서 가뜩이나 바쁜 사람 귀찮게 해!”라는 인상을 많이 받곤 했다. 그러다 보니 나 같은 다혈질의 사람들은 목소리가 커지고 싸우게 되고 내 아내같이 마음이 약한 사람들은 “그저 참는게 좋은 것이다.”라고  자기변명을 하게 된다.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 그거 정말 필요하고 장애인들이 해야할 일이다. 그러나 실제 그렇게 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오죽하면 장애인의 활동을 돕기 위한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을 때조차도 도우미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내가 아는 시각장애인이 활동보조인에게 산책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자기는 무릎이 아파서 산책이 힘들다며 투덜거렸다고 한다. 그렇다고 활동보조인 바꿔 달라고 하기에도 사실상 어려운 문제여서 눈치 봐가며 부탁을 한다고 하는 말도 들었고, 다른 남자 시각장애인은 자기가 요리가 서투르기 때문에 요리를 부탁하자 “집에서도 매일해서 짜증나는 요리를 이곳에서도 해야 하느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매우 극단적인 경우겠지만 장애인의 활동 보조 서비스에서 조차 이런일이 벌어진다면 일반적 사회 환경은 어떠할까? 물론 장애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자기 권리를 자기가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사회여야, 숫자가 적다고,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외국인이라고, 여성이라고, 동성애자라고 자기 권리를 침해받았던 사람들이 조금 기를 펴고 살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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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8/02 [12:58]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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