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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모든 신청엔 융통이 통하지 않아!
[김상하 칼럼] 이메일이 틀려서 본인 확인을 할 수 없다고요?
 
김상하(프리라이터)
이메일이 틀려서 본인 확인을 할 수 없다고요?

종이 쪼가리 한장 때문에 큰일날 뻔했던 사연

3년간 생활한 동네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가 결정되었다. 

이사를 하게 되면 당연히 여러 준비들이 필요한데, 그 중에는 사용중인 인터넷의 이전도 포함된다. 필자는 몇 달 전 B사의 서비스로 바꾼 상태였는데, 새롭게 이사가는 건물에서도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그대로 이전 신고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전 신고를 위해 B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어째서인지 ‘이사 신청’ 같은 메뉴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잘 찾아보니 신규가입 메뉴 안에 ‘이미 서비스를 이용중인 분’이라는 항목에 이사 신고를 하는 메뉴가 있는 것을 힘겹게 찾았다. 그런데 메뉴 안에 있는 설명에 “이사를 할 경우에는 탈퇴 후 신규 가입을 하게 됩니다”라고 써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위약금은 내지 않지만 공사비와 가입비 등을 모두 새로 내야 하고, 가입비 면제 등의 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뭐 그런 패널티는 어느 정도 감수하려고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은 이전 신청을 하기로 하고 신청 버튼을 클릭했다.

이어서 나온 화면은 로그인 화면. B사 포털 서비스에는 가입한 적도 없는데 왜 로그인이 필요한 것일까? 좀 황당해서 일단 B사 포털에 가입을 한 뒤 다시 해당 메뉴에 들어가 신청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계속 원인 모를 에러가 발생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세히 보니, 로그인 할 때 넣는 ID와 패스워드는 B사의 프로바이더 서비스를 가입할 때 발급해준 가입 확인 통지서에 기재되어 있는 고유 이메일과 패스워드를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수가… 이미 이삿짐을 다 싸놔서 가입 확인 통지서를 지금 찾을 수가 없는데…’

어쩔 수 없었다. 수십개의 박스 중에 어디에 통지서가 들어 있는지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B사의 인터넷 서비스 커스터머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과 연결되는데 거의 30분 정도가 걸렸다. 그리고 이어서 상담원과 전화 통화.

“저기, 귀사의 인터넷 서비스를 쓰고 있는데요. 제가 이사를 해야 해서요.”

“이사를 하시는 거면 여기 말고 가입 센터에 전화를 해주세요.”

“여기가 커스터머 센터 아니었나요?”

“가입 안내 센터 전화번호는 ○○○-○○○○-○○○○ 입니다. 여기 전화하셔서 2번 누르신 뒤 1번 누르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안내해준 가입 안내 센터의 전화번호는 B사의 안내문이나 사이트 어딜 찾아봐도 나와 있지 않은 번호였다. 일단 안내 받은 번호로 전화를 했다. 바로 상담원과 연결이 되는 것 아닌가? 아, 나의 30분은 대체…

이어서 상담원에게 이사를 가기 때문에 이전 신고를 하려고 한다고 이야기하니, 고객 정보 확인을 해야 겠다고 하는 것이다. 당연한 수순이다. 가스도 전기도 수도도 전부 이런 식으로 이름과 주소와 전화번호로 본인 확인을 했으니까. 상담원이 이전 신고를 하기 전에 먼저 한 마디 안내를 한다. 

“신청을 전화로 하시면 최소 40분에서 1시간 정도 전화 통화를 하셔야 합니다. 충분히 시간이 되시는지요?”

물론 이 전화는 유료다. 전화 건 사람이 전화요금을 부담하는 유료 안내 전화다. 왜냐면, 무료 전화 상담 센터의 전화번호와는 다른 번호였으니까. 그래서 이 번호는 어디에도 안 써 있고 무료 상담 센터에 전화 걸어야 알려주는 것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인터넷은 이사가서도 써야 했기에 괜찮다고 이야기를 하고 일단 본인 확인에 들어갔다.

“고객님의 이름을 풀네임으로 말해주세요.”

늘 이런 수순이다. 이름 말하고, 확인되면 전화번호 말해주고, 확인되면 다시 주소 말해주고… 그렇게 개인정보를 하나 둘 확인해갔다. 그리고 한 15분 정도 전화를 했을까, 상담원이 다시 물어온다.

“○○○사의 고객님 번호를 말씀해주세요.”

“아 그걸 잘 몰라서 전화를 한건데요.”

“그러시면 이메일 주소를 불러주세요.”

“네, ○○○○○○.gmail.com 입니다.”

“고객님 그런 이메일은 등록되지 않아서 확인이 안 됩니다.”

“에, 그럼 ○○○○○○○○는요?”

“고객님 그런 이메일도 등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제가 주로 쓰는 이메일은 다 불러드렸는데요.”

“고객님 가입 확인 안내 통지서에 기재되어 있는 ○○○사의 이메일이 고객님의 ID입니다. 가입 확인 안내 통지서에 기재된 이메일을 불러주세요.”

“저기, 처음부터 말했지만요. 그걸 지금 찾을 수 없어서 전화를 한건데요.”

“죄송합니다. 이메일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그걸 찾을 수 없어서 인터넷에서 이전 신고가 안 되서 전화를 한거라고요. 좀 전에 제 이름, 전화번호, 주소, 생년월일까지 다 확인하셨잖아요.”

“고객님 죄송합니다. 이메일 확인이 되지 않으면 본인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처리해드릴 수 없습니다. 이메일을 확인하신 뒤 다시 전화를 해주십시오.”

“아니, 그러니까 이메일을 몰라서 전화한거라니까요.”

“고객님 죄송합니다.”
 

실랑이 끝에 결국은 전화를 끊었다.

▲ 이런 종이한 장을 버리면 엄청난 일을 겪게 된다     © JPNews

 
 

절대로 안 해줄 거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제의 가입 안내 확인 통지서를 찾기로 했다. 며칠 동안 싸놓은 짐을 다 꺼내서 전부 뜯어서 레이저 프린터로 인쇄한 A4 문서 1장을 찾아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버리지는 않아서 문제의 통지서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B사의 사이트에 접속해 이번에는 통지서에 쓰여진 이메일과 패스워드를 넣어서 로그인했다. 그리고 이전 신청 버튼을 눌러서 정보를 입력하니 불과 3분만에 신청이 끝나버렸다.

일본에서 나름 오래 생활하다보니 이미 A4 용지에 프린트되어 오는 이런 통지문을 절대로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번처럼 고생한 적은 처음이었다. 조금 얄미운 생각도 들었지만, 상담원에게 무슨 죄가 있으리요. 그저 일본의 답답한 시스템이 문제인거지. 

그래도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프린트해서 보내준다는 건 참 지나치게 아날로그적인 발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만약 통지서를 찾지 못했거나 버렸다면 결국 ID와 패스워드를 재발급 받는 수밖에 없다. 그 때는 신분증 복사본과 신청서 등을 봉투에 넣어서 우편으로 보내야 한다. 대략 3주 정도 걸리는데, 이것도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뭐 유명 오디오 메이커인 O사의 경우는 아직도 회원 가입을 엽서로 받고 있는 처지인걸 생각해보면 저 정도는 약과지만 말이다. O사는 엽서로 가입양식을 써 보내면 3주 정도 뒤에 인터넷 접속 주소와 임시 ID, 임시 패스워드 등이 기재된 엽서를 보내준다. 

일본 최대의 옥션 사이트인 야후옥션도 상품 출품을 하기 위해서는 주소 확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것도 우편물로 하고 있고 말이다.

 

| 김상하(프리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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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9/18 [10:04]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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