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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도 뮤지컬 보고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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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호 기획연재]공연 예술 부문의 베리어 해결되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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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호 (동화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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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칼럼은, 오마이뉴스와 동시게재됩니다. 모처럼 여름방학을 맞아 한달 동안 한국에 머물렀다. 한달 동안 아이들과 함께 놀기도 하고 오랜만에 뮤지컬도 관람했다. 이번에 한국에서 본 뮤지컬은 두편이었다. 한국인보다 외국인에게 인기가 있다는 정동극장에서 공연하는 '미소'라는 작품과, 이제 6살된 딸아이가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린이용 뮤지컬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보았다. '미소'는 한국의 모 대학과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일본 쓰쿠바기숙대학간의 국제 워크숍이 있어, 방한한 일본인 학생들과 교수들과 함께 관람했다. 내가 다니고 있는 쓰쿠바기숙대학은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만이 입학 가능한 대학이다. 당연히 이번에 참여한 학생도 청각장애인 5명과 시각장애인 2명이었다.
우리나라 전통 '춘향전'을 원작으로 작품을 구성한 '미소'는 우선 대사가 거의 없고 화려한 무대 의상과 한국전통의 풍물을 비롯한 국악 연주가 작품속에 많이 배치되어 있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에게 매우 인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벌써 14년 동안 3천여 회를 공연하고 있다고 하니 '난타'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뮤지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었다. 그런데 사실 나는 공연 시간내내 전혀 작품의 내용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우선 대사가 없으니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고 '미소'라는 작품이 춘향전을 원작으로 새롭게 구성했다는 것도 이 글을 쓰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한 후 알게 되었다. 다만 공연 시간내내 생생하게 울리던 국악 연주는 내 귀를 매우 즐겁게 했다. 나와 함께 공연을 보았던 일본 시각장애인도 마찬가지였다. 시각장애인으로 공연을 보았던 고미아 씨(26세 석사과정 2년)도 나와 같은 반응이었다.
"약시라서 조금은 무대를 볼 수 있었지만 공연 전체를 이해하기는 매우 힘들었어요. 다만 한국의 전통 음악이 매우 훌륭했습니다"는 고미야씨의 반응.
한편, 청각장애인들은 화려한 무대와 한국의 한복에 빠졌다. 이들은 한국의 한복이 너무 아름답다며 감탄했고, 공연장 입구에 마련된 한복 입기 체험에서 직접 한복을 입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공연장 가득 울려퍼진 풍물소리나 가야금, 아쟁, 해금 소리는 들을 수가 없어 안타까워 했다. 뮤지컬과 같은 시각과 청각등의 모든 감각기관을 필요로하는 공연 문화에서 시각장애나 청각장애와 같은 감각장애(정보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100%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노력으로 이들 장애인에게도 공연 문화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몇 년전 장애여성 '공감'이라는 공연을 본 적이 있었다. 무대 왼쪽에 커다란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고 공연 내용이 자막으로 나왔다. 공연을 보았던 청각장애인들도 어느 정도는 공연 내용을 알 수 있었고 함께 참여할 수 있었다.
또 다가오는 9월 25일 성균관대학교600주년 기념관(새천년홀)에서는 매우 의미있는 공연이 기획되어 있다. 21만 명 이상의 관람기록을 세운 인기 Jazz 뮤지컬 '루나틱'이 시각장애인과 만나는 것. 지금까지 시각장애인을 위한 공연은 일반 공연에 시각장애인을 초대하는 형식이었다. 그저 관람료를 무료로 해주는 정도였지만 이번 기획은 다르다.
이번 뮤지컬 루나틱은 박지현(원주MBC아나운서)과 함흥주(방송작가)가 현장 참여하여 시각장애인이 전달받기 어려운 시각적 내용을 생생한 현장해설로 진행한다. 이렇게 되면 시각장애인들도 뮤지컬의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지난 글 중 '시각장애인들 모두 해운대에 빠지다'에서 난 동시통역기나 FM전용수신라디오 방식을 통해 시각장애인에게도 공연이나 영화의 내용을 해설 할 수 있다는 말을 했었는데 이런 기획이 실제 만들어 진다니 매우 기쁘다. 이제 무대에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용 스크린이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해설 장치를 갖춘다면 공연 예술 분야에도 시각이나 청각장애를 가진이들도 충분히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이런 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작품 전체를 구성하는 예산에 비하면 그리 크지도 않을 것이다. 또 이런 예산은 문예기금 등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도 좋을 듯 싶다. 문제는 어떻게 만드느냐가 아니고 어떻게든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 예술을 기획하는 사람들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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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9/20 [18:13] 최종편집: ⓒ jpnews_co_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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