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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길 걷다 황당하게 낭심 차이다
[신경호 칼럼] 장애인 편의시설에 장애인 전문가의 참여 필요
 
신경호(동화작가)
일본 도쿄 시내 시나가와역 근처를 무심코 걷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시나가와역 동쪽 출입구 앞에서 역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점자블록 위를 걸으며 “이쯤에 계단이 나올텐데…”하면서 흰지팡이 끝에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을 기울이고 있을 때 갑자기 뭔가 내 사타구니를 걷어차인 것처럼 통증이 몰려왔다.  

남자들은 알 것이다. 그 곳을 차이거나 심하게 부딪히면 얼마나 아픈가를… 쩔쩔매며 뭔가하고 확인하니 계단 가운데에 설치된 손잡이의 시작 부분이다. 높이도 그 곳과 같고 끝 부분이 둥그스름하게 만들어져서 마치 주먹으로 한 방 맞은 느낌이었다. 

정확히 점자블록과 그 계단 손잡이가 일치하는 선에 설치되어 있었다. 이렇게 설치되어 있으니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이 나처럼 봉변을 당하기가 쉽겠다. 차라리 이렇게 설치하려면 점자블록 없는게 낫겠다며 툴툴거렸다. 

이런 일은 시나가와역 뿐만 아니다. 

한국의 모 쇼핑몰에서 지하철과 연결되는 곳의 점자블록이 위험하게 설치되어 있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점자블록을 따라가면 쇼핑몰과 지하철을 연결하는 현관문이 열려진 상태에서 부딪히는 곳에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얼굴에 부딪히면 아주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기사가 나간 후 수정되었다는 후속 기사도 인터넷을 통해 본적이 있어 안심이었지만 이런 일은 매우 흔한 일이다. 얼마전 일본의 한 교수님으로부터 부탁을 받은 일이 있다. 일본 이바라키현 츠쿠바시에서 장애인을 위한 베리어프리화를 추진하는데 장애인 당사자로서 의견을 내달라는 것이었다. 

그 교수님은 건축학을 전공한 분으로 츠쿠바시의 베리어프리화 사업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데 “아무래도 장애인 당사자들이 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며 내게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써 의견을 내달라고 했다.

한편 고마운 일이었으나 나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가 주저되었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초보장애인이고 그렇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의 일반적 특성을 잘 모른다. 그래서 내가 함부로 나의 의견을 내었다가 만약에 그것이 잘못된 내용이기라도 한다면 또다시 시설을 고치고 해야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과 예산이 몇 곱절 더 들 수도 있고 무엇보다 정말 더 많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될 수 있는가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말했던가? 새벽에 눈 길을 떠나는 사람은 뒤의 사람을 위해 걸음을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가가 아닌 내가 그런 첫 걸음을 걸을 자신이 없었다.

이런일은 흔하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한답시고 일부 장애인들(대개의 경우 시설을 시행하는 사람이 알고 있는 장애인에게 부탁을 하는 경우가 많다.)에게 의견을 구하고나서 “우리는 장애인의 의견을 참고해서 설치했으니 문제가 없다.”라고 하기 일쑤다. 

그런데 이렇게 설치를 하면 나중에 정작 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힘들어 하는 경우가 있다. 시설을 설치하는 사람들은 장애인의 어려움을 모르고 장애인은 시설에 대하여 무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장애인용 화장실이 그런 경우이다. 요즘은 지하철역이나 공항 등에 장애인용 화장실이 따로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용 화장실은 휠체어나 전동스쿠터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다른 화장실보다 넓이도 넓어야 하고 문을 여닫거나 물을 내릴 때의 손잡이도 각별히 주의해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 장애인용 화장실이 남녀 공용인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그 장애인용 화장실앞으로 친절하게 깔려있는 점자블록이다. 시각장애인은 이 장애인용 화장실을 굳이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일반 화장실을 이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애인용 화장실 앞에 이렇게 시각장애인을 위해 깔려 있는 점자블록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겐 상당한 장애가 된다. 더욱이 그  휠체어 장애인이 중증이라면 치명적일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여기서 장애인 당사자 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냥 장애인이 아닌 장애인이면서 지원기술이나 편의시설의 전문서을 가진 장애인 당사자 전문가들이 많이 참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장애인들이 특수교육이나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의 장애인 당사자 전문가들은 많다.
 
반면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은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각계 각층의 장애인 전문가들이 이런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그 좋은 예가 일본 도쿄도 네리마구의 ‘복지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였다.
 
몇 년 전 네리마구는 구내 시설에 대해 장애인도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여기까지는 다른 행정관청과 같았다. 그런데 네리마구의 경우는 그 프로젝트의 자문을 ‘복지마을 만들기 학회’와 ‘동경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베리어프리 연구부문’과 공동 주관했다.
 
'복지마을 만들기 학회'는 이름 그대로 복지마을 만들기를 추구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학회이다. 참여하는 학자도 건축부터 지원기술, 공학등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또 도쿄대학교 베리어프리 연구부문은 장애인 당사자 전문가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는 연구센터이다. 연구를 총괄하는 후쿠시마 사토시 교수부터 남다르다. 그는 시각과 청각을 모두 상실한 시청각중복장애인이다. 헬렌 켈러와 같은 장애를 가졌다.
 
이런 이중 장애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아니 세계에서 최초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아온 인물이다. 이 후쿠시마 교수를 중심으로 많은 장애인 당사자 전문가들이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연구센터에서는 전체 연구원 중 장애인 전문가들이 절반도 넘는다. 장애 유형도 시각장애 뿐만 아니라 청각, 지체등 다양하고 연구 분야도 교육학에서 심리학, 특수교육 뿐만 아니라 여성학, 경제학, 법학, 공학, 건축학 등 다양하다.
 
현재 이 연구부문에서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예산으로 ‘베리어프리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의 여러가지 지원 부문을 하나의 학문으로 만들어 보자는 프로젝트라고 한다.

이제 장애인을 위한 지원 기술이나 편의 시설을 진행할 때 단편적 접근이 아닌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 관점에서 무엇보다 장애인이 실제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되어야 하겠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장애인 당사자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참여해서 얻어진 축적된 결과를 토대로 ‘베리어프리 표준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표준화가 되면 이를 토대로 향후 실시되는 사업은 보다 적은 예산으로도 충분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사진은 아시아청소년장애인게임 이미지입니다      ©이승열/J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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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0/08 [10:15]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댓글 삭제를 해버리네 제이피 문제있네 11/10/17 [20:53]
[차이다] 라고 해도 막상 글내용은 행인들에게 차인 내용이 절대 아니다
심지어 댓글을 모조리 삭제하는 감추기식이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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