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수상이 많이 심란하다.
연일 일본 매스컴으로부터 난타를 얻어 맞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는 54년만에 야당으로 전락한 자민당의원들이 작정하고 하토야마 수상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하토야마 수상은 속수무책이다. 그렇다고 어디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다. 이유는 ‘집안일’이기 때문이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본언론의 톱뉴스로 등장하는, 자금관리단체를 둘러 싼 정치헌금위장문제.
특히 하토야마 수상의 모친인 하토야마 야스코 (87세) 여사가 깊숙하게 개입돼 있어서 더더욱 진퇴양난이다.
문제의 핵심은 하토야마 수상의 모친인 야스코여사가 지난 5년동안 11억 엔에 이르는 정치자금을 아들에게 대주었다는 것.
이에 대해 도쿄지검특수부와 정치계, 일본언론이 문제를 삼는 것은, 일본 정치헌금규정법상 개인이 정치헌금을 기부할 수 있는 한도액 150만엔을 훨씬 상회했기 때문. 즉 나머지는 증여가 되기 때문에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증여세는 받은 금액의 50%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지금까지 하토야마 수상이 ‘탈세’를 한 형태가 되는 것. 그래서 현재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하토야마 수상뿐만 아니라 친동생인 자민당의 하토야마 구니오 전 총무상까지 그의 어머니로부터 약 9억엔의 정치헌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야스코 여사의 정치적 야망의 부산물이 일본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결국 12월 2일자 일본의 6대일간지들은, 하토야마 수상의 전 공설비서관에 대해서 ‘정치헌금규정위반죄’로 재택기소, 정책제1비서관은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할 방침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또한 하토야마 수상은 직접 정치헌금을 받은 것이 아니라 비서를 통해 받았기 때문에 법적 처벌은 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증여를 받은 액수 만큼 50%인 약 3-4억엔의 증여세는 납부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최근에 밝혀진 하토야마 구니오 전 총무상의 처리는 아직 미정인 상태다.
그럼 야스오여사는 얼마나 돈이 많길래 수십억대의 두 아들의 정치자금을 대 줄 수 있었을까?
일본언론은 하토야마 집안을 일컬어 ‘일본의 정치명문가’ 또는 ‘일본의 캐네디가’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이번에 문제의 핵심으로 지칭되고 있는 야스코여사는 재벌가의 장녀로 태어나 정치인 집안의 하토야마 이이치로 전 외무상과 결혼 했다. 시아버지인 하토야마 이치로는 수상출신.
현재 아들인 유키오 수상까지 포함하면, 하토야마가는 두명의 수상과 두 명의 장관을 배출한 정치명문가가 된다.
젊었을 때부터 정치성향이 강했던 야스코여사는, 장남(유키오 현수상)이 일찌감치 정치가의 길로 들어선 둘째 아들과는 달리, 학자의 길을 가자 적잖이 실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아들과 대면할 때마다 정치가로 나설 것을 설득했다는 것.
하지만 아버지인 이이치로 전 외상은 “우리집안 남자 모두(이이치로, 유키오, 구니오)가 굳이 정치할 필요는 없다”라며 장남의 정치인 변신에 대해 극구 반대를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야스코여사의 정치적 야망은 대단히 강했다.
1986년, 하토야마 교수는 어머니의 뜻대로 교수직을 버리고 처음으로 총선거에 출마했다. 물론 이에 대한 비용은 모두 어머니가 대주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정치자금도 바로 이런 배경이 계속 이어져 내려온 산물이었다. 때문에 유키오수상뿐만 아니라 구니오 전 총무상의 어머니에 의한 정치헌금문제도 같은 성격, 같은 문제로 묶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5년전부터 1년에 1억 5천만엔씩, 하토야마 수상과 구니오 전 총무상 등 두 아들에게 정치헌금을 정기적으로 대 준것은, 누가 되던 지 두 아들 중에 어느 한 사람만이라도 수상을 만들고 싶은 어머니의 야망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러한 야스코여사의 야망은 현실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야스코여사의 큰 배포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유키오 수상의 결혼과정.
하토야마 수상이 남편있는 유부녀를 이혼시키고 결혼한 것은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
우리나라에는 생뚱맞고 엉뚱한 행동,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주장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진 하토야마 미유키(66세)부인은, 하토야먀 수상을 만나기전에는 사실 유부녀 신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스탠포드대학에 유학하고 있던 하토야마 수상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식당을 경영하던 미유키부인을 만나 그만 열애에 빠져 버린 것.
놀라운 것은 어머니인 야스코여사의 반응이다.
보통 어머니들은 전도유망한 아들이 불륜에 빠지면 십중 팔구는 아들의 장래를 위해 결사적으로 반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야스코여사는 달랐다.
아들이 유부녀에 푹 빠져 결혼을 하겠다고 하자 당장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는 미유키부인의 남편을 찾아가 90도 각도로 깊숙히 엎드려 사과를 했다. 뿐만 아니라 나중에 이혼이 성립되자 그 전남편에게 값비싼 선물로 고마움의 표시를 했다.
덕분에 하토야마 수상은 미유키 부인과 결혼에 골인할 수가 있었다.
지난 번 총선거 때 잠깐 결혼문제가 주간지의 가십거리로 보도되었으나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은 어머니인 야스코여사의 화통하고 깔끔한 그 뒷수습 덕분이었다는 것이 일본기자들의 총평이다.
때문에 일본언론은 이 같은 야스코 여사의 성향을 가리켜 ‘하토야마가의 갓-마더’ 라고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두 아들들이 오직 정치에만 전념할 수 있겠끔 정치자금은 물론 여자문제까지 발 벗고 나서 수습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렇듯 현재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하토야마 수상과 구니오 전 총무상, 그리고 야스코 여사를 둘러싼 하토야마가의 정치헌금 문제는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럼 한국에서 이와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과연 우리국민들과 언론, 그리고 사법당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