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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가 국빈대접을 받는다?
KAL폭파사건이 범인이 일본에선 스타! 김현희 방일 이래도 되나
 
유재순
참 희얀한 세상이다. 주객이 전도된 양상이다.
요 며칠, 일본에는 논리에도 맞지 않고 상식적인 이해관계에도 도저히 어울리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김현희(49세).
이곳 일본언론에서는 '전 사형수'라는 호칭으로 불리우고 있다. 그렇다. 김현희는 분명 '전 사형수'다. 중죄인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김 현희는 어느 한류스타 못지않은  국빈급 대우를 받고 있다.  불가사의한 일 중에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1987년 11월 2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서울로 향하는 대한항공 858편 보잉 707기가, 미얀마 근해에서 공중폭파되었다. 이 사고로 한국인 승객 113(승무원20명포함)명, 외국승객 2명 등 모두 115명의 생명이 공중분해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당시 한국정부는 범인이 잡혔다고 발표했다. 하치야  신이치(蜂谷真一), 하치야 마유미(蜂谷真由美)라는 일본인 부녀에 의한 테러사건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내 이들이 일본인을 가장한 북한 테러범이라고 정정하여 발표했다.

하치야 신이치는 캡슐로 된 독약을 먹고 현지에서 사망했고, 하치야 마유미는 자살에 실패함으로써 한국으로 후송되었다. 그녀가 바로 김현희다.
  
김현희는 국내 재판에서 살인, 항공기폭파치사,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1990년 3월 27일에 사형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어쩐 일인지 이 어마어마한 죄를 죄은 중죄인이, 1년도 아닌 한달도 안돼 4월 12일에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고 자유인이 되었다.
 
역시 대단한 김현희다. 대법원으로부터 사형확정판결을 받은지 불과 15일만에 특별사면을 받아내더니, 요 며칠 일본에 와선 '국빈대우'다. 비행기를 통째로 전세를 내 한국에 가서 모셔오고, 숙소는 일본에서도 휴양지로 유명한 나가노현 가루이자와 별장촌이다. 그것도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리더였던 하토야마 전 수상의 별장이다.
 
어디 그뿐만이랴.

오늘(21일)은 후지산이 보고 싶다는 김현희의 말 한마디에 헬리곱터까지 동원하여 상공에서 우아하게 후지산의 경치를 바라보는 유희를 즐겼다. 어제는 북한에 의한 납치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의 부모님과 함께 비싼 프랑스 요리로 식사를 하며, 직접 대화를 한 적도 없는 요코다 메구미에 대해서 3시간이나 증언(?)을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요코다 메구미 부모는 21일 아침 기자회견을 통해, 김현희와의 만남에서 새로운 정보를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요 며칠간 일본정부와 일본언론은 제정신이 아니다. 아무리 경호상의 문제로 그럴수밖에 없다지만 이건 아니다. 주객이 전도돼도 한참 잘못됐다.

어떻게 115명씩이나 생명을 앗아간 중죄인(아무리 특별사면을 받았다지만)을 거액을 들여 전세기로 모셔오고, 헬리곱터를 동원한 후지산관광에 초 vip대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도,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도 일본에 와서 이 정도의 대우를 받지 못했다.
 
물론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피해자 가족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주장대로 김현희의 일본방문으로 자신들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램을 평가절하 하는 것도 아니다.
 
어느날 갑자기 아무 죄도 없는 자신의 아들 딸이, 혹은 동생이 북한에 의해 납치되어 생사를 알수 없는 오늘 날의 이 현실에 대해, 제 3자가 아무리 이해한다한들 당사자들 심정에 비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말이다. 일본정부와 일본인 납치피해자 가족들은 김현희의 일본초청에서 한가지 아주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김현희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다만 kal승객 115명의 생명을 앗아간 테러리스트다. 115명의 유족들은 일본인 납치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비행기 폭파로 죽었다는 사실만 정부로부터 전해 들었을뿐, 그 유품이나 뼈조각 하나 확인하고 받은 적이 없다. 때문에 가족을 잃은 슬픔은 황당한 분노와 함께 더 깊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김현희는 이같은 kal유족들의 거듭된 면담요구에도 번번히 거절하고, 정부기관에서 설치한 '진상조사단'의 면담조차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만나는 것을 거부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kal사건의 유족에 대해 직접 만나 사과를 표명한 적은 더더욱 없다. 그러면서도 일본언론과는 수시로 인터뷰를 하고 책도 써 많은 인세를 받아 챙겼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테러범의 행태치고는 참으로 기이한 이율배반적인 행동거지다. 
 
김현희는 그런 장본인이다.  
 
그런데 요며칠 일본에서는 칙사 대접이다. 일본언론은 언론대로 헬리곱터까지 띄우며 호들갑스럽게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고, 진보성향이라고 일컬었던 민주당 현 일본내각조차도 지극히 '일본스러움'의 한계를 느끼게 하고 있다.

또한 테러리스트의 '테'자만 들어가도 자국민이건 타국민이건 물불 안가리고 잡아들이는 미국도, 115명의 생명을 앗아간 김현희의 일본행에는 단 한 마디도 없다. 어느 일본 정치평론가가 자조적으로 내 뱉었던 '일본은 미국의 속국'이라서 봐 준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한국식당에서 밥을 먹던 한 일본인이, 오후 5시경 생중계 형식으로 가루이자와에서 현지 소식을 요란스럽게 전하는 한 민영방송의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 한 마디했다.
 
"일본 미친거 아냐? 왜 저 여자를 위해 전세기를 내고 헬리곱터까지 동원해 후지산을 보여줘야 되는데? 저여자가 납치피해자들을 데려오기라도 한데? 저 비용 모두 우리 세금 아냐?"
그러자 함께 식사를 하던 동료들이 '맞아, 맞아!'라고 맞장구를 쳤다.
 
김현희는 테러리스트다. 설령 그것이 과거일지라도 한두명도 아닌 115명의 생명을 앗아간 범법자다. 그런 범법자를 일본정부와 일본인 납치피해자 가족들은 영웅시 하고 있다. 한국 kal유가족들의 슬픔과 분노를 백분의 1만큼이라도 헤아린다면 이럴수가 없다. 아니 그래서는 안된다.
 
일본정부와 납치피해자 가족회에서는 kal유가족과 김현희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일본방문은 애시당초부터 기획조차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내 슬픔이 크면 남의 슬픔도 그만큼 크고 깊다. 하지만 일본정부와 일본인 납치피해자 가족들의 작금의 행태를 보면 너무나도 이기적이고 철저하게 자기중심, 자국중심적이다.  
 
그것은 과거 일제 강점기 시절 36년간은 철저히 간과하고, 미국으로부터 받은 히로시마 원폭피해사실만 부각시키는 작금의 일본 행태와도 일맥상통한다. 자신이, 자국이 당한 피해만 중요한 것이다. 
 
이번 김현희의 일본 초청으로 1억엔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또한 김현희에게는 방일해 주는 조건으로 5천만원이 넘는 사례금이 전해질 것이라고 한다.
 
이 사례금에 대한 이야기는 벌써 수년전부터 일본기자들과 외교가에서는 소문으로 떠돌아다녔다. 즉 김현희 부부가 사업실패로 빈털털이가 돼 어떡하든 돈벌이를 해야 한다고. 그 돈벌이가 바로 일본방문이라는 것이었다.
 
최근 몇년,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일본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뚝 떨어졌다. 때문에 납치피해자 유족들은 어떡하든 일본국민적 관심을 끄는 이벤트성(?) 행사를 벌어야 했고, 그 중심에 선 인물이 바로 김현희였다.
 
작년, 부산에서 김현희에게 일본어를 가르쳤다는 다구치 야에코 아들과 만났을 때, 그때 국내언론은 별 관심이 없었지만, 그러나 일본언론의 취재열기는 대단히 뜨거웠다.
 
문제는 취재열기의 내용에 있다. 당시 일본언론의 대다수는 아직까지도 김현희의 미모가 남아 있다고 칭찬 아닌 칭찬을 한 것. 김현희와 다구치 아들이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었다. 오로지 김현희에 대한 미모 이야기만이 일본기자들의 입에 회자되었다. 오죽했으면 취재현장을 다녀온 일본여기자가 필자에게 '일본언론의 수준이 이정도' 라고 개탄했을까.
 
 때문에 그런 김현희를 일본에 초청하면 즉시 '뜨거운 감자'가 된다는 사실쯤은 일본정부도, 일본언론도, 또한 일본인납치 피해자 유가족들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실제로 납치피해자 가족들은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골적으로,  이번 김현희의 일본방문을 계기로 납치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 일본정부는 김현희의 일본방문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했을까? 하토야마 정권시절부터 추진하던 것이었으니까 할수 없이 진행했다? 아니면 일본언론가에 쫙 퍼진 소문처럼, 한국의 '만사형통'이 특사가 되어 이명박정부와 빅딜게임의 소산이니까 하는 것?
 
"한일 양국 모두 한가지 목적만은 아닐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김현희의 일본방문으로 북한을 자극시키기 위함이 가장 큰 목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김정일 정권을 자극시키기 위한 저변에는 또다른, 더 큰 목적이 숨겨져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는 미국정부의 의사도 포함될 수 있을 지도 모르죠. 일본정부도 김현희에 대한 법리적인 해석을 분명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는 더 큰 목적이 북한에 있기 때문에, 납치피해자 가족들을 제외한 주변의 크고 작은 반발을 무릅쓰고 초청했을 것입니다. 바로 그 행간을 지켜 보세요. 그러면 한일양국이 그리는 진짜 그림이 보일 것입니다. "
 
일부 일본 기자들에 의하면, 그 진짜 그림은 미국이 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래서 힐러리 미국무장관이 예전과는 달리 한국을 수시로 드나드는 것이고, 또한 유명환 외무장관과의 이번 비무장지대 시찰도 바로 김정일국방위원장을 자극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김현희의 일본방문이 단순히 납치피해자 가족들을 만나기 위한 평범한 일본방문처럼 보이지만, 그러나 그 실상은 천안함 사건과 오키나와에 있는 후텐마 미군기지와도 깊숙한 관계가 있는, 한미일 3개국의 현안 문제와 얽혀있는 한 소산물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또 한번 국내외적으로 뒷전에 밀려나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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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7/22 [20:04]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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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개 전체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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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본] 나카소네, 도이 다카코, 다케시타 노보루, 우노수상, 미치코 황후 인터뷰
[태국] 츄안 수상 인터뷰
[미얀마] 아웅산 수지여사 인터뷰
[필리핀] 마르코스 이멜다 인터뷰


<취재>
80년, 1년 8개월 동안 쓰레기매립장 ‘난지도’ 생활르포
83년, 3개월 동안 동남아시아 8개국 슬럼가 르포
85년, 1개월 동안 미국 입양아 현지 취재
88년, 사할린 르포
90년, 일본 부락민 산야 르포
2005-2006년, 3회에 걸쳐 북한르포


<그 외>
1987- 1994년 : 한국주간지 <토요신문> 일본 특파원
테레비 아사히 <아침까지 생방송 > 토론회 2회 출연
규슈 NHK 주최 <세계여성 8개국 여성 저널리스트 토론회 참석>


현재 : 일본 고단샤 발생 <주간현대> 북한담당 계약기자
아사히신문 월 1회 칼럼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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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한국 : 서울서 팔리는 여자들(1983.르포집)
벌거벗는 여자들(1984.르포집)
난지도 사람들(1985.장편소설)
여왕벌(1986.논픽션)
하품의 일본인(1994. 비평에세이)
일본여자를 말한다(1998. 에세이)
일본은 지금 몇시인가(2002. 르포집)

일본출판 : 쓰레기섬에서 살다(1986. 르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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