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제가 살아있는 동안 한일관계가 이렇게 가까워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내 다음 세대 정도에서 가능할까라고 생각했는데 전 좋은 시대에 태어난 것 같습니다"
한국 사람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일본인,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독신을 고집하며 "한국과 결혼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일본 여자, 30여 년간 쉼없이 작품활동을 하고 작품만큼 많은 한일교류행사에 참여한 일본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54)가 대한민국 수교훈장 흥인장을 수상했다.
5월 31일, 도쿄 주일한국대사관에서 훈장수여식이 개최되었다. 수교훈장은 국권의 신장 및 우방과의 친선에 공헌이 뚜렷한 자에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보내는 상.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단계가 나누어지는 가운데, 이번에 일본인 2명에게 광화장과 흥인장 각각 1등급, 2등급 수교훈장이 내려졌다.
1등급 광화장은 전 한일경제협회회장 이지마 히데타테(75) 씨가 수여받았고, 2등급 흥인장은 앞서 소개한 일본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 씨가 받았다. 수교훈장 광화장은 장관급 인사에, 흥인장은 차관급 인사에게 수여되는 명예로운 훈장이다.
이지마 씨는 주식회사 토레이(東レ) 경영자로, 토레이는 1980년대부터 한국투자를 주도하여 한국투자에 대표적 성공기업으로 손꼽힌다. 이지마씨는 2006년부터 한일경제협회 회장,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이사장을 4년간 역임하며 한일 양국 경제협력에 빼놓을 수 없는 가교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그 간의 공적을 인정받아 이번 훈장을 받게 되었다.
구로다 후쿠미 씨는 일본의 누구도 한국에 관심을 돌리지 않던 1980년대 초,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익히고, 그것을 일본에 전파한 한류 전파 1세대 연예인이다.
일본 방송에서 위안부 문제를 꺼내거나, 다들 타케시마라고 하는데 독도라고 말해 지적을 받는 등, 일본인으로서 많은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30여 년간 여배우로서도 한류 전파사로서도 꾸준히 한 길을 걸어왔다. 현재 일본의 한류붐 초석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그녀에게도 명예로운 훈장이 내려졌다.
훈장을 받은 이지마 씨는 "한국과 관계를 맺은지 어느새 24년이 되었습니다. 한일관계는 파트너로서 서로 경쟁하며 공존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국발전을 위해 미약하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 (사진) 왼쪽- 이지마 히데타테 씨, 중앙- 권철현 주일한국대사, 오른쪽- 구로다 후쿠미 | |
구로다 후쿠미 씨는 "80년 대 한국은 지금의 한국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달랐습니다. 특히 일본은 옆나라인데도 아무도 몰랐고, 재일한국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극심했습니다. 일본인으로서도 위화감을 느끼고 있던 저는 서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국을 공부했습니다"라며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한류는 정말 대단한 파워입니다. 저도 구로다 후쿠미와 함께하는 한국 지방여행이라는 일본인 투어를 하고 있습니다만, 많은 일본인이 생생한 그대로의 한국을 알고 싶어하는것을 느낍니다. 제 마지막 소원은 한국의 지방을 더욱 많은 일본인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일본인의 눈,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재미, 차이를 알려드리겠습니다"라며 앞으로의 목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구로다 후쿠미 씨는 1980년 대부터 일본 내 한국통으로 알려진 것은 물론, 지난해 한일교류한마당 실행위원을 맡아 크게 성공시킨 주요인물로 이번 훈장을 받았다. 저서로는 '서울 마이 하트', '서울의 달인' 등이 있고, 지난해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머나먼 하늘'에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