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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앉아서 소변 강요받는 남자들
[최경국 칼럼] 독특한 일본 화장실 문화에 대해 생각하다
 
최경국(오비린대 교환�
며칠 전 일본 영화감독이랑 술 한 잔 마시면서 나온 이야기다. 요즘 일본 남자들이 집에서 소변을 볼 때는 앉아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연인즉은 이랬다. 최근 일본에서는 어머니들이 어렸을 때부터 앉아서 소변을 보도록 교육을 시킨다는 것이다. 이유는 서서 소변을 보면 변기주변에 튀거나 흘려서 지저분하기 때문. 그래서 지금은 많은 일본남자들이 집 화장실에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한다. 결혼한 후에는 부인의 잔소리가 귀찮거나 무서워서 역시 앉아서 소변을 본단다.
 
감독은 남자가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은 남자의 권위가 실추되었다는 상징이 아니겠느냐며 절절한 목소리로 울분을 토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텔레비전에서 그런 장면을 본 기억이 난다. 물론 여기에는 일본 화장실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화장실이라는 공간은 원래 인간의 생리현상을 처리하는 공간으로써 꼭 필요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러운 공간, 어떨 때는 두려움 또는 위화감을 느끼는 그런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그래서 집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될 수 있으면 주거공간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화장실을 만들었다. 덕분에 어린시절, 밤에 대변을 보게 될 때는 무서워서 혼자 못간 추억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다. 내 경우는 자는 누나를 깨워서라도 꼭 화장실 앞에 서서 기다리게 해놓고 볼일을 보았었다.

화장실의 무서움은 재래식 화장실에 들어가 보아야 안다. 지금은 찾아보기가 어렵지만 옛날에는 다 그런 곳에서 용변을 보았다. 지금도 절에 가면 그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생각해 보자. 발 밑에 거대한 공간이 있다. 자칫 잘못 하다가는 그 곳에 빠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 또 어두운 그곳에 미지의 존재가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감. 신문지 조각을 가져가지 않아서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을 때, 발밑에서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 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는 무서운 이야기까지, 화장실에 얽힌 공포시리즈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이같은 '뒷간드라마'는  화장실 시스템이 수세식으로 변하고, 또한 그 위치도 집안으로 들어오면서부터 일제히 사라졌다.

그런데 이같은 화장실 역사는 한국이나 일본 거의 똑같다. 하지만 수세식으로 바뀌면서 두 나라의 화장실 형태가 달라졌다. 한국은 수세식 화장실이 집 안으로 들어올 때 샤워 및 목욕시설과 함께 한공간에 놓여졌다. 그러나 일본은 그대로 단독으로 집안으로 들어왔다. 화장실 따로 목욕탕 따로 설치된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공간을 줄이기 위해 일본에서도 호텔처럼 유닛 배스라는 것이 많이 만들어지고,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원룸형 아파트는 거의 유닛 배스 시스템으로 지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보통의 일본 사람들이 사는 주택에서는 거의 대부분 화장실이 독립된 공간으로 만들어진다.

지금 내가 사는 집도 그렇다. 나는 한번도 앉아서 소변보라고 강요받아본 적이 없기에 지금도 서서 소변을 본다. 그런데 골인을 잘 시키다가도 어쩌다 오줌방울이 변기 밖으로 튀어 주변을 지저분하게 번지게 할 때가 종종 있다. 솔직히 이럴 때는 아주 곤란하다. 한국이라면 샤워기를 세게 틀어서 씻어내면 그만이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일본의 화장실 바닥은 한국처럼 시멘트나 타일형태가 아닌, 대개 나무로 된 마루바닥이다. 때문에 흐르는 물에 씻어 낼수도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걸레로 닦아야 한다. 그렇지만 어디 이것으로 끝나나. 다음에는 그 걸레를 빨아야 하니 정말이지 한번 실수를 하면 귀찮은 일이 도미노현상처럼 연이어 따라와, 진짜 정신 차리지 않으면 번거로운 일을 감내하는 수밖에 없다. 

오늘도 나는 케이요 데이츠라는 할인 매장에 갔다 왔다. 일본의 수퍼마켓 화장실용품 코너에 가면 한국에 없는 물건이 있다. 화장실 청소 물휴지가 바로 그것이다. 화장실용 물휴지는 사실 한국에서는 필요없는 물건이다.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팔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그만큼 많이 팔린다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이같은 현상은 일본의 화장실이 욕실과 별도로 지어져 있기 때문에 화장실 물휴지라는 새로운 형태의 상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평소 깨끗함을 지향하는 일본인들이 왜 화장실만은 깨끗하게 물로 씻어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지 않았는지, 가끔 고개를 갸웃하곤 한다.

그래서 일본인 집에 가 보면 화장실 안에 꼭 슬리퍼가 놓여져 있다. 그런데 한국 화장실처럼 물에 닿아도 되는 플라스틱 제품이 아니라, 감촉이 좋은 가죽이나 천으로 된 슬리퍼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문제는 실내용 슬리퍼이다보니 들어갈 때 신고는, 나올 때 그만 벗고 나오는 것을 깜빡 잊어버리기 일쑤다. 그 때마다 일본 친구가 눈이 동그래져서는, 그 더러운 것을 신고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고 난리가 난다.
 
그 때마다 '아니 그럼 그 더러운 것을 왜 그렇게 만들었니? 하고 묻고 싶지만 참고 재빨리 화장실에 가져다 두고 온다. 내심 난 '아 일본인들은 화장실이 수세식이 되고 또 집안으로 들여왔지만 아직도 그곳이 매우 더러운 곳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인과는 자뭇 다른 화장실 인식차이다.

일본인들이 내게 잘 묻는 말은, 왜 화장지를 변기에 버리지 않고 휴지통에 넣느냐는 것이다. 닦고서 그냥 변기속에 넣어 버리면 깨끗한 것을, 변 묻은 휴지를 남들과 함께 휴지통에 넣는 일은 도저히 못하겠단다.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을 그들은 도저히 그렇게 하지 못해서 그냥 변기에 넣는단다. 그래서 휴지를 변기에 넣으면 막힐 수도 있기 때문에 휴지통에 넣는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하면, 친구는 일본의 화장실 기술을 한국이 좀 배웠으면 좋겠다는 식의 잘난 척을 한다. 그럼 난 심기가 불편해 '한국의 경우 일본보다 훨씬 더 많이 비데가 보급되었는데, 일본화장실은 비데 시설이 된 곳이 별로 없어 불편하다'고 진짜 어린아이같은 유치한 경쟁을 하곤 한다.
 
이왕 화장실 이야기가 나왔으니 좀 더 말 하자면, 중국 화장실이 생각난다. 천안문 앞 화장실에 들어가니 대걸레를 든 남자 몇 명이 끈임없이 바닥을 닦고 있었다. 소변을 보고 있으면 바로 뒤에 서 있다가 물러나면 바로 닦는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으니 상해의 화장실에서도 세 네명이 화장실에 서 있다가 가이드를 해 주었다고 한다. 역시 인해전술의 나라이다.

중국에 대해 자주 듣는 이야기가 화장실 문이 반쪽이라는 것이다. 앉아 있으면 아래는 가려지지만 위는 뚫려 있어서 다른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그런 광경을 몇 번 목격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일본 에도시대 우키요에를 보니 일본에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妻恋ごみ坂の景、歌川広景 画 1859 (安政6年)

그림을 보면 사무라이가 앉아서 용변을 보고 있고 그 시종인듯한 세명의 종자(者)가 얼굴을 돌리고 코를 막으면서 기다리고 있다. 화장실이 아래는 막혀 있는데 위는 열려 있어서 안이 다 들여다 보인다. 아마도 공중화장실인듯 뒤에 비슷한 구조가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도 에도시대에는 화장실이 중국처럼 위가 트여져 있었구나. 하사미바코라는 짐을 든 종자가 있는 것을 보면 먼길을 나선 사무라이인데, 가다가 갑자기 배가 아파져서 공중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앞을 아리따운 여인이 지나가려고 하고 있다.' 우키요에 특유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신주쿠 도청 전망대 화장실

신주쿠에 가서 도청에 올라갔다. 쭈욱 돌아보다가 화장실에 들어갔더니 변기 뒤에 이런 표시가 되어 있었다. 한국인이 이럴리는 없고 아마 양변기 생활에 익숙치 않은 나라에서 온 사람 보라고 붙여놓은 그림일 것이다. 혼자 재미있어서 웃었다.

옛날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시골에서 올라온 미스 김이 사무실에서 화장실만 갔다오면 "서울 화장실은 왜 이렇게 불편하냐"고 불평을 했단다. 사람들은 왜 그러는지 몰랐었는데, 어느 날 화장실에서 와당탕쿵탕 난리가 났더란다. 무슨 일인가 하고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미스 김이 뾰족구두를 신고 변기 위에 올라가서 볼일 보다가 미끄러져서 떨어졌단다.
 
이궁!!! 이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는가 보다. 또 이런 말도 들었다. 연변에서 온 아주머니가 요리를 잘 했다. 어느 날 집들이를 하는데, 아저씨가 물을 떠오라고 했더니 물을 가져다 줬다. 다른 손님이 목이 말라 물을 떠오라고 또다시 부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빨리 안 가져오더란다. 그래서 다시 재촉했다. "아주머니! 빨리 물 좀 가져다 주세요" 그랬더니 아주머니가 아저씨한테 우물쭈물 다가가서 하는 말, "우물에 누가 앉아있어요!"
 
요즘 한국과 일본의 대학교에서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도시락을 먹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혼자서 밥을 먹으면 다른 사람들이 친구 하나 없다고 생각할까봐, 아무도 보지 않는 화장실에 가서 도시락을 먹는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은 그만큼 화장실이 깨끗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점점 고독해져 가는 현대인의 단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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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6/23 [11:01]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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