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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행복한 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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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호 칼럼]일본 카와구치코의 ‘후지미 맛사지’ 사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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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호 (동화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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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금 덥다. 아니 뜨겁다. 일본 특유의 습한 날씨로 인해 찜통 더위가 연일 계속 되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그놈의 후쿠시마 원전 때문에 하도 ‘절전’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에어컨 켜기도 눈치가 보인다. 그래서인지 텔레비전에서는 열사병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방송도 심심찮게 나오고 예방법도 알려 준다. 그러나 나는 이런 더위에서 조금 벗어난 생활(?)을 하고 있다. 주말이면 후지산과 가까운 관광지 카와구치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을 상징하는 후지산 산록에는 후지고코(富士五湖)로 불리는 5개의 호수가 존재한다. 일명 후지산의 목걸이라고도 불리는 카와구치코(河口湖)와 사이코(西湖), 쇼지코(精進湖), 모토스코(本栢湖)와 야마나카코(山中湖)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이 중 두번째로 넓이가 넓고 다섯호수 중에 유일하게 섬을 보유하고있는 카와구치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곳은 해발 850m 정도의 높은 지대로, 후지산과 호수로 인해 한여름에도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도 필요 없을만큼 시원하다. 약 20km 둘레의 호수 주변에는 올골숲, 유람선과 케이블카, 원숭이연극장, 강아지공원 등 많은 공원과, 후지큐하이랜드와 같은 놀이공원, 그리고 골프장 등 많은 위락시설이 갖춰져 있다. 또한, 호수 둘레와 후지산 자락에 약 30개의 온천 호텔, 그리고 각종 숙박 시설이 있어, 일본에서도 매우 유명한 관광지다. 이곳에서 나는 호텔에 숙박하는 고객들을 상대로 출장안마를 하는 업체 '후지미 맛사지'의 안마 및 침구사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가게는 80세 고령의 할머니가 사장님이다. 이곳에서 54년 동안 가게를 운영해 오고 있어 카와구치코 일대에서는 터줏대감과 같은 존재다. 평소 6명의 안마사가 근무하고 있고 주말이면 나와 같은 아르바이트 침구, 안마사가 합류한다. 특히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는 안마사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침사과정의 교원을 양성하고 있는 유일한 기관인 ‘국립 츠쿠바대학 부설 의료과 교원양성시설’의 학생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침구, 안마 과정의 예비선생님들의 안마 훈련 코스와도 같은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무엇보다 '후지미맛사지'에 끌리는 것은, 안마사들의 구성과 가족 같은 일터 분위기 때문이다. 평소 평일에도 근무하는 6명의 안마사들은 대부분 60이 넘는 할머니들이 많다. 안마 경력도 30, 40년이 넘는 고참들이다. 그 중에는 시각장애를 가진 할머니 안마사도 있고, 증상이 심하지 않은 지적 장애를 가진 할아버지 안마사도 있다. 또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부분은 나처럼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사장 할머니 역시 한쪽 시력이 없고 난청까지 있는 시청각중복장애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직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각 호텔의 구조를 알지 못하는 나를 위해, 지적장애를 가진 할아버지 안마사가 나를 안내해 주기도 하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어렵기 때문에 혼자서 고객방에 들어가 일을 하기 어려운 할아버지를 위해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함께 일을 하는 방법으로 돕기도 한다. 장애가 없는 할머니 안마사들이 호텔까지 시각장애 안마사들을 자동차로 태워다 주기도 하고 난청으로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사장 할머니를 대신해 누구라도 전화에 응대한다. 대략 오후 7시부터 일을 시작해 12시에 마치는데, 손님들은 카와구치코에 놀러 온 관광객들이며 대부분 부부나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많다. 호텔이나 온천 등에 투숙한 손님들이 안마나 맛사지 등의 서비스를 요청하면, 안마사가 직접 숙박소로 찾아가 시술하는 것이 주요 업무 내용이다. 대략 밤12시에 일이 끝나면 모두가 모여 앉아 야식과 함께 가볍게 맥주잔을 기울이기도 하는 등 매일 밤 작은 파티가 열린다. 파티 자리에서 할머니는 이곳에서 '후지미맛사지'를 열었을 당시 이야기를 해주시곤 한다. 사장 할머니가 처음 이곳에 ‘후지미맛사지’를 열었던 것은 무려 반세기 전. "젊은 여자가 호텔 출장 맛사지를 한다고 하니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곤 했어"라며 가게를 시작했을 당시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안마사 시험(지금은 국가시험이지만 당시는 현 정부에서 주관하였다.)에서 100점 만점을 받았어. 그 때 교장 선생님이 우리학교에서 이런 학생이 나왔다고 엄청 자랑을 했지. 나더러 졸업한 학교에서 선생을 하라고 매일 권유했어. 그러나 당시 나는 선생을 할 수가 없었어. 당장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 했는데 선생 월급으론 어림없었지. 그래서 가게를 시작하고 호텔 손님들에게 편안한 안마를 하기로 마음먹었어. 모두들 젊은 여자가 호텔 출장 마사지를 한다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 봤지만 그런데 신경을 쓸 형편도 아니었고, 또 내가 제대로 일을 하면 그런 시선이야 없어지리라고 생각했지. 휴식을 취하러 온 손님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로 더욱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운영방침이었고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야." 이 같은 운영방침 때문인지, 이 할머니 가게에 맛사지를 하러 오는 손님은 꽤 많다. 후지미맛사지는 하루 30-50명 정도, 주말이면 60-80명 정도의 손님이 찾곤 한다. 하루 평균 20-30만엔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것도 100% 현찰 장사이기 때문에 경영 상태도 꽤 좋은 편이다.80세 사장님과 60세를 넘긴 할머니들, 그리고 장애인 안마사들로 구성된 일터에서 이 정도 매출이면, 꽤 훌륭한 영업실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 시각장애인 안마사들로부터, 점점 살기 어렵다는 하소연을 듣곤 한다. 성매매특별법 제정으로 인해, 주로 성매매와 관련된 안마 시술소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덩달아 안마 시술소에 종사하는 시각장애인들마저 타격을 입은 것이다.특히, 최근 의료법 또한 매우 엄격하게 바뀌어가고 있다. 범죄 등으로 안마시술소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을 경우, 그 이후 인수자들도 영업정지 처분 등과 관련된 행정처분도 승계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안마시술소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사실 그동안 성매매 등으로 영업정지를 받으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업소 명의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속행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나 이번에 법이 개정됨에 따라, 그 같은 방식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게 됐다. 성매매 특별법으로 인해, 성매매로서의 안마시술소가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발을 붙여서는 안되는 상황이 왔지만, 실제 많은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이런 업소에 고용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일본 '후지미맛사지'의 사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리고 고령자와 젊은 세대가 공존하면서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증명해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된다. 누구나 일할 의지가 있다면, 일하고 싶은 장소에서 일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진정 베리어프리한(장벽 없는) 사회가 아닐까? 일본의 아름다운 카와구치코의 작은 가게에서 그런 베리어가 없는, 행복한 일터 체험을 할 수 있는 나는 요즘 마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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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7/08 [17:07] 최종편집: ⓒ jpnews_co_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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