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쓸어담는 일본 관광객 사진을 보신 적이 있나요?
얼마전 인터넷 상에서는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카트 한 가득 똑같은 물건을 쓸어담고 있는 일본 관광객의 사진과 동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카트 두 세개를 가득 채운 핑크빛 박스의 정체는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 오리온이 2008년부터 판매하고 있는 자연 과자 브랜드 마켓오의 인기상품 리얼 브라우니를 쓸어담고 있는 것이었다.
과자를 좋아하는 일부 관광객에게만 인기있는가 했더니, 판매순위를 보니 장난이 아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일본인을 비롯해 외국인에게 인기있는 한국 기념선물 1위는 김이었는데, 올해 골든위크 기간에 일본인과 중국인에게 가장 잘 팔린 기념선물은 1위 마켓오 리얼브라우니 선물세트, 2위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 단품으로 나타났다.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가 일본인에게 워낙 인기있다보니 지난 9월부터는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만 판매하는 4개 한 묶음 세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세트상품은 출시직후 롯데마트 서울역점 단 한 점포에서만 월평균 1억원 어치가 팔렸다고 한다. 한국 전체 리얼브라우니 매출이 한달 25억원 정도인데 한 매장에서만 무려 1/25이 팔렸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일본인에게 한국여행 기념품의 정석이 잘 구운 한국 김이었다면, 이제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가 김을 넘어서고 있다.
리얼 브라우니 인기는 일본 내 여기저기서 확인되었다. 이제까지 일본 마트에서 취급되는 한국식품이란 김, 김치 등 식품류 일부였던 것에 비교해, 어느 순간부터 마켓오 과자류까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문턱높은 일본 편의점에까지 진출했다. 편의점 업계 1위 세븐일레븐을 시작으로 현재는 업계 2, 3, 4위 편의점이 전부 마켓오에 손을 뻗었다. 그야말로 마켓오는 일본 전국구 과자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 자주 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일본에서 한국 과자가 팔리게 되었다는 것은 김치와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맛있고 영양많은 한국 식품이 일본에서 각광받고 있지만, 과자나 빵은 달랐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이후, 첫번째 한국 붐이 불고, 2002년 월드컵과 2004년 겨울연가 한류붐일 때도 한국 과자가 인기있었던 적은 없었다. 오히려 심심치않게 한국 과자 대부분이 일본 과자를 본따왔다는 원조 논란이 일어날 뿐이었다.
알려졌다시피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제과제빵의 왕국이다. 일본의 제과제빵 퀄리티는 각종 세계대회를 휩쓸 정도로 섬세하고 뛰어나다. 게다가 일본에는 세계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유명 초콜릿, 과자 브랜드들이 즐비하다. 그런 일본 과자 시장에 한국 과자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일본에 한국 과자가 팔리고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은 한류 붐, 한국 식품 인기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식품이 안심하고 믿고 먹을 수 있다라는 이미지가 상승된 것은 물론,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마켓오는 한국에서도 고가 과자 브랜드) 이 만큼 인기가 있다는 것은 입맛 까다로운 일본인의 혀를 만족시키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본 내 한류과자 열풍,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 인기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그 인기비결을 찾기 위해 도쿄 닌교초에 위치한 오리온 일본지사를 찾았다.
▲ 오리온 일본지사에서 요시오카 씨 ©JPNews |
오리온 일본지사는 약 4년 반전에 설립. 오리온 기술을 이용하여 초코파이 등 일본 내 과자류를 제작해 판매하는 활동 등을 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마켓오 시리즈를 전개하면서 대히트를 기록했고, 현재 오리온 일본지사에서 판매하는 인기순위 넘버원이 마켓오 리얼브라우니가 되었다.
오리온 일본지사에는 일본 내 마켓오 판매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영업센터 영업팀 팀장 요시오카 켄이치 씨가 있었다. 요시오카 씨에 따르면, 마켓오를 일본 내에 판매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우선 사내에서도 '한국 과자가 일본 내에서 팔릴까'라는 의문이 있었다고 한다. 유럽 좋아하기로 소문난 일본에서 고급 과자 이미지는 역시 유럽산이었고, 이제까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과자류가 일본에서 판매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과연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두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한국 과자임에도 불구하고 마켓오는 가격대가 높았다.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의 경우, 일본 내에서 300엔 대에 판매된다. 일본에서 시판되는 일반과자 등은 대부분 100엔 대로 한국산 과자라는 점과 월등히 높은 가격은 일본 시장 진출에 벽이 되었다.
그러나 대세는 조금씩 감지되고 있었다. 처음 일본에 마켓오를 소개한 것은 지금은 고인이 된 한류스타 박용하. 평소에 마켓오 과자를 즐기던 박용하는 지난해 콘서트 때 팬들에게 화이트데이 선물로 마켓오 리얼브라우니를 선물했고, "내가 좋아하는 과자"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이후 한류팬들 사이에서는 마켓오 리얼브라우니 입소문이 퍼져나갔고, 지난해 5월에는 일본 여성지에서 한국 여행 인기 기념품으로 마켓오 리얼브라우니를 소개하면서 유행에 민감한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붐이 확산되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오리온 일본지사에서도 7월부터 일본 내 유통을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유통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다른 곳 유통처들이 망설이고 있는 사이, 트렌드에 민감한 잡화점 이츠데모(IT'S DEMO)가 판매에 나섰다. 이츠데모는 전국 52개 점포를 가진 패션, 화장품, 잡화, 푸드, 뮤직아이템 등 판매를 하는 셀렉트 샵. 패션, 유행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이 즐겨찾는 샵으로 트렌드를 먼저 읽고 마켓오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이츠데모에서 판매되면서 유행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마켓오가 점점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한국에서 여행 기념품으로 사오는 여성들도 늘어나면서 올해 발렌타인 데이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인기로 이어졌다.
마켓오 시리즈 중에서도 유난히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은 역시 '리얼 브라우니'. 초콜릿도 아닌 것이 초코케이크도 아닌 이제까지 먹어본 적 없는 새로운 과자 탄생에 일본 여성들은 열광했다. 이제까지 브라우니라면 고급 제과점에서나 판매하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오래두고 먹을 수 있고 간편한 개별포장된 과자식 브라우니는 일본에서도 완벽히 새로운 개념으로 다가왔다.
마켓오 리얼브라우니 일본 고객층의 80% 이상은 20대에서 40대까지 이어지는 젊은 여성층이다. 그녀들이 리얼 브라우니에 열광하는 이유는 역시 첫번째는 가격이 아깝지 않은 '맛'. 요시오카 씨 설명에 따르면, 리얼 브라우니 고객 중에는 리피터(반복 구매자)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호기심으로 구매를 했더라도 맛이 인상적이지 않다면, 반복 구매로 이어지기 어렵지만 리얼 브라우니의 맛을 보면 '다시 사 먹고 싶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난해부터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 신한류 붐의 영향이 없었다고는 볼 수 없다. 젊은 층이 한류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제까지 소개되지 않았던 한국 과자에도 거부감없이 쉽게 손을 뻗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게다가 여심을 자극하는 마켓오의 고급스럽고 귀여운 포장은 젊은 여성층에게 '한국산 기념품'으로 딱 맞는 것이었다. 때문에 오리온 일본지사는 일본 내에서 판매되는 마켓오 제품 포장도 한국 것 그대로에 뒷면 영양성분표시만 일본어로 표기했다. 포장 정면에는 한글로 커다랗게 '리얼 브라우니'가 씌여져있다. 한국어 자체를 하나의 디자인으로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체 일부에서는 한글 표시를 보고 예쁘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일부에서는 한글이라서 싫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를 일본어로 새로운 일본 과자처럼 보여줄 수도 있었죠. 그러나 우리는 브라우니하면 마켓오라는 이미지를 알리고 싶었고, 한국 오리온에서 만든 리얼 브라우니 그 자체로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오리온 일본지사의 생각대로 일본 내에서는 점차 '마켓오'라는 브랜드가 침투되고 있는 상태다. 일본 내 미디어 반응도 뜨겁다. 기자가 오리온 일본지사를 찾아간 날은 일본 유명 잡지 등 인터뷰가 이미 여러건 잡혀있는 상태였다. 화제가 되고 있는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를 일본 경제지, 여성지들이 앞다투어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마켓오 시리즈는 오리온 일본지사 매출 70%를 차지할 정도로 효자상품이고, 리얼 브라우니는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매출 200%를 달성했다. 지금 상태로 인기가 이어진다면 내년 매출은 더욱 기대해 볼 만하다.
그러나 오리온 일본지사는 겸손을 잊지 않았다.
"지금 인기가 1년에 끝나지 않도록 해야죠. 한류붐에 편승한 마켓오가 되지 않고, 마켓오 자체가 꾸준히 유행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인기가 많다면 분명 일본 회사에서도 경쟁 브라우니를 만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일본인들에게 '브라우니하면 마켓오'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내년 목표요? 올해보다 더 잘 팔리는 거죠"
이들의 뜨거운 열정이 일본 내 최초라 할 수 있는 한국 과자 붐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현재 마켓오 시리즈는 리얼 브라우니, 초코 크래커, 순수감자 프로마즈, 워터 크래커 등 일부만 소개된 상태로,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종류와 형태, 사이즈로 일본 내 마켓오 붐을 이어갈 계획이다.
▲ 일본잡지에 소개되고 있는 마켓오 ©JPNews | |
▲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었던 마켓오 리얼브라우니를 쓸어담는 일본인 관광객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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