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화두는 당연 '한국'이다. 케이팝 음악을 듣고, 한류드라마에 빠지고, 친구들과 한국음식을 먹으며, 최신 한국 화장품 이야기를 나눈다.
일부 극단적인 한류팬들의 이야기이냐고? 절대 아니다. 기자가 4년째 다니고 있는 미용실 헤어디자이너는 올해부터 갑자기 한국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4년전만 해도, 한국에 대한 지식이 까맣게 없던 그녀가 갑자기 쉬는 날이면 도쿄 코리아타운에 나가 장근석 굿즈를 사고 호떡을 먹으며 돌아다닌다고 한다.
20대 중반의 그녀 주변에도 여자친구들끼리 모이면 요즘 빠져있는 한류스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맞는 친구들끼리 한국여행 다녀오는 것은 필수가 되었다. 어느 날은 머리를 만지던 그녀가 묻는다. "자신의 나라가 이렇게 일본에서 붐이되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대답은 "좀 살기 편해진 것 같아요"였다. 요즘은 도쿄 어딜가나 한국물건을 찾을 수 있고, 한국인이라고 하면 다들 흥미있게 이야기를 걸어주니 확실히 외국인이라도 살기 편해졌다.
젊은 여성들에게 한국이 대세라는 것은 수십여개에 달하는 일본 여성잡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올해만 해도 거의 모든 여성지가 한국 특집을 다뤘을 정도로 일본여성에게 한국은 '핫'한 나라다.
▲ 여성패션지의 이례적인 50페이지 특집으로 눈길! | |
특히, 1년 중 패션지가 가장 잘 팔린다는 9월호 일본 20대 여성 대표 패션지 'JJ'는 전대미문의 50페이지 한국특집을 실어 화제가 되었다. 다르빗슈 유 선수 아내로 유명한 일본 여배우 사에코가 처음으로 즐기는 1박 2일 한국 서울여행 코스 및 일본 패션계를 이끌어가는 모델, 브랜드 프로듀서, 패션기자 등이 추천하는 서울여행 등을 총망라했다.
'JJ'는 일본 패션계 종사자들이 한국을 사랑하는 이유가 두 페이지에 걸쳐 게재되었다. rous 브랜드의 프로듀서이자 인기절정의 독자모델 오쿠다 준코 씨는 "에스테틱이며 화장품이 저렴하면서도 질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뷰티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곳. 벌써 50회 이상 다녀왔다"고 한국을 뷰티 대국으로 소개했다.
한 패션기자는 "시차도 없고 일본어가 통하고, 모두가 친절한 거리, 한국! 이렇게 친근감을 느끼는 나라는 없을 것.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라볶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기자는 "(일상에) 지쳐있을 때 국내여행 개념으로 떠날 수 있고 리프레쉬 되는 곳. 밤새도록 쇼핑할 수 있어 스트레스 발산에 딱이다" 등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 밖에도 젊고 세련된 여성들이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로는 가깝고, 간편하게 갈 수 있는 해외여행이라는 점, 보세부터 명품까지, 화장품, 악세서리, 패션아이템을 밤낮없이 24시간 쇼핑하기 좋다는 점, 밥과 간식이 맛있고 활기넘치고 정있는 사람들이 좋다는 이유를 꼽았다.
잡지에서 소개된 한국여행 초심자 여성의 1박 2일 추천여행코스로는 '명동만두'에서 점심식사 후 명동화장품 쇼핑, 오후에는 남대문 악세서리 쇼핑과 발맛사지, 저녁에는 '놀부 부대찌개'를 먹고 동대문으로 옮겨가 두타, 밀레오레 쇼핑을 하는 것으로 첫째날을 마쳤다.
둘째날은 북어국(데톡스 효과가 있다고 하여 일본 여성들 사이 유행)으로 아침을 먹고, 롯데백화점 지하매장에서 기념품 구입 및 롯데 면세점에서 명품 쇼핑, 압구정 가로수길 쇼핑, 강남 고급한정식 식사 후 저녁 비행기로 돌아오는 코스로 추천되었다.
처음으로 서울 여행을 경험했다는 여배우 사에코는 "36시간을 이렇게 즐길 수 있는 나라는 한국 외에 없을 듯. 첫 한국여행이었지만 쇼핑, 식사, 미용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다음에는 2박 3일 정도로 천천히 다녀오고 싶다"라는 여행평을 전했다.
'JJ'는 일본 대표 패션지인만큼 한국특집에서, 패션과 쇼핑소개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주목한 장소는 압구정 로데오 거리와 가로수길에서 구두 등 패션아이템, 동대문, 이태원 등에서 가죽, 퍼 제품 쇼핑, 동대문 두타와 밀리오레 쇼핑몰에서 유행아이템 구입을 추천했다. 이제까지 일본에서 발행되는 한국 가이드북에는 주로 명동, 인사동, 동대문 등 강북이 대세였다면 가로수길 등 강남에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새롭다.
패션 다음으로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 것이 화장품, 에스테틱 등 뷰티 편. 일본에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잇코가 한국브랜드 소개이후, 한국 화장품 붐이 불고 있어 관심이 높은 편이다. 특히, 기초제품은 설화수, 헤라 등이 유명하고, 색조나 팩 종류는 중저가 브랜드가 골고루 사랑받고 있는 추세. 잡지에서도 한국 화장품은 포장이 예쁘고 저렴하며 질이 좋은 것으로 소개했다.
한국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맛집탐방에서는 닭갈비, 연탄불고기, 굴 순두부찌개, 신당동 떡볶이, 삼계탕, 전복죽 등 다양한 메뉴가 소개되는 것이 인상적이다. 보통 일본인들에게 한국음식하면 고기를 굽거나 매운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냉면이나 설렁탕 등 한국에서 대중적인 음식이 폭 넓게 소개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특집 마지막은 역시 한류콘텐츠. 한류드라마는 '눈이 호강하는 미남들이 나온다', '눈물 펑펑 쏟아지게 하는 가족이야기', '막장이지만 다음 편이 보고싶어 견딜 수 없는' 드라마가 있다고 소개했다. 젊은 여성들은 로맨틱 코미디물을 좋아할 것 같은 인상이 강하지만, 의외로 '찬란한 유산', '에덴의 동쪽' 등과 같은 드라마도 즐겨보고 있다고 한다.
케이팝에 대해서는 '카라의 히트곡 안무를 외워두면 노래방에서 분위기를 업 시킬 수 있다', '빅뱅 등의 음악은 마치 팝음악을 듣는 듯, 노래도 좋고, 춤도 잘춘다', '수퍼주니어는 노래도 잘 하지만 멤버들이 잘생겼다' 등 외모부터 음악, 댄스까지 여러면에서 일본 젊은 여성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류의 피날레는 장근석. 무려 4페이지에 걸친 특집으로 일본 패셔니스타들도 반한 신한류스타로 소개하고 있다.
10대, 20대 일본을 이끌어가고 있는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 패션지에서 이렇게 대대적으로 한국 특집을 다루는 것은 현재 일본에서 한국이 얼마나 대중적으로 가깝게 다가오고 있는 지 증명하는 듯 하다.
또한, 과거 한류붐 시기에는 드라마 촬영지 등 중년여성들을 대상으로 서정적인 면에서 접근했다면, 현재는 패션부터 화장품, 음식에 한국 대중문화 전반이 폭 넓은 세대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과거에는 한국과 일본에는 유행차이가 존재했지만 패션아이템을 구입하러 일본 젊은 여성들이 한국에 방문하는 것은 한일 양국간의 유행 시차가 거의 사라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매일 다녀올 정도로 모두가 푹 빠진 한국이라는 타이틀로 소개되고 있다 ©JPNews | |
▲ 동대문 두타에서 구입한 아이템으로 코디를 제안하고 있다- 한일간의 패션 유행도 거의 시차가 없어졌다는 증거다 ©JPNews | |
▲ 한국여행 특집을 다루고 있는 여성지 frau 2011년 5월호 © JPNews | |
▲'주말엔 한국에서 놀자' 한국특집으로 한권을 채운 anan © JP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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