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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문화콘텐츠가 녹아있는 여름 온천여행
[최경국 교수 칼럼] 나가노현 온천순례, 그 속의 일본문화들
 
최경국(오비린대 교환�

◆ 세계에서 유일하게 온천을 즐기는 일본 원숭이들

일본에 오기 전 대한항공 CF를 보았다. ‘일본에게 일본을 묻다’ 시리즈 중에서 소설가 무라카미 류가 "따뜻하게 몸을 녹여주는 나가노현 시부온천, 그곳에서 주인 행세하는 원숭이를 보니 불청객은 오히려 인간이었구나."라고 말하는 CF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CF를 인상 깊게 보았을 것이다. 나도 이 CF가 너무 좋아서 온천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몇 번을 되뇌었다.

그런데 우연히도 시부온천 근처에 아파트를 갖고 있는 분을 알게 되었다. 어차피 자신이 사용하지 않을 때는 이용해도 된다고 해서 체면불구하고 그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지난 8월 토요일 오후 2시경,  내가 사는 마치다에서 출발했는데, 도쿄를 통과해야 나가노로 가는 고속도로로 진입할 수가 있었다. 도쿄를 통과하는데만도 시간이 꽤 걸려 걱정을 했는데, 정작 고속도로에 진입하니 그다지 막히지 않았다. 그래도 저녁 9시가 넘어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이곳은 한국으로 치면 원룸 맨션과 같은 곳인데 편의시설로 온천탕과 식당이 있다. 식당이 있다. 그래서인지 실내 취사가 금지였다. 도착해서 짐만 풀고 온천탕에 들어갔다. 온천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까지 3시간만 청소 시간이고, 그 이외에는 아무 때나 들어가서 온천을 즐길 수가 있었다.
 
여름이라 그런지 온천에 들어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돌아올 때까지 거의 혼자 온천을 즐겼다. 온천물은 미끈거리지 않고 맛이 알카리성인 듯, 다소 뜨거운 물을 식히기 위해서 위에서부터 싸리나무 발에 폭포처럼 물을 뿌려 떨어지게 했다. 온천물의 특징은 온몸 속속들이 더워지는 뜨거움에 몸을 담그면 피곤이 싹 풀린다는 것이다. 나도 종일 운전으로 피곤해진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다음날 아침 관리인에게 대한항공 CF 이야기를 해 주고 원숭이가 온천하러 내려오는 시부온천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시부온천에는 원숭이가 장난을 치러 내려올 때는 있어도 온천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원숭이가 목욕하는 곳은 따로 있다고 안내를 해 주었다.
 
“엣~~?” 처음 느낌은 CF에 속았다는 느낌이었다. 관리인도 “그 광고는 거짓말이군요”라고 했다.

관리인은 이곳에서 걸어서 산속으로 30분 들어간 곳에 지옥곡(地獄谷) 야원공원(野猿公苑)이라는 곳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나가노는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장소로 기억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산이 많고 눈이 많이 내려서 겨울에는 스키장으로도 유명하다. 지진대에 있어서 올해처럼 대지진이 나기도 하지만 일본은 정말 온천이 많이 나온다.
 
한국의 온천은 온도가 낮아서 가열하기도 하는데, 반대로 일본은 너무 뜨거워서 열을 식히는 장치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 근처 시가고원의 산 꼭대기에 올라가도 온천이 있을 정도다. 아니 아예 스키장과 온천이 같이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지옥곡이라고 불릴 정도로 깊은 계곡이 이어지는 깊은 산속. 한여름인데도 이곳은 시원했다. 원시림 속을 20여분 걸어가자 멀리서 분천이 보였다. 이 깊은 산속에 온천물이 쏟아져 나와 하늘 높이 솟구치고 있었다. 바로 이곳이 지옥곡 온천이었고, 왼쪽으로 5분정도 가파른 산길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바로 야원공원이 나왔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자그마한 일본 원숭이들이 전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여기저기에 앉아 있거나 축 늘어져서는 누워 있거나 이를 잡아주고 있었다. 올 봄에 새끼가 많이 태어났는지 주먹 두 개정도 크기의 새끼 원숭이가 어미에게 매달려 있거나 친구끼리 무리지어 놀고 있었다.
 
개표소에서 50미터 정도 가니 원숭이 온천장이 있었다. 그곳에는 원숭이들이 진짜 이 온천장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다. 이 공원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숭이가 온천하는 곳이라고 한다. 온천장도 원숭이의 크기에 맞게 맞춰져 깊이가 30센티 정도밖에 안돼 보였다. 원숭이들을 온천장으로 유인하기 위해서인지 온천물 안에는 여기저기 곡식들이 흩어져 있었다. 이 모습을 보고서야 이 작은 원숭이들이 인간이 들어가는 온천에 함께 들어간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깨닫게 되었다.

여기 원숭이들은 사람들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데, 사람들은 저마다 원숭이를 향해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나 또한 온천 안에서 어깨에 아기 원숭이를 메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또 어떤 원숭이 두 마리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그늘에 완전히 몸을 숨기고 있는가 하면, 그 주위에는아랑곳없이 꼬마 원숭이들이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이 같은 작은 원숭이들의 온천놀이에 젊은 여성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연신 “가와이이! 가와이이!”를 연발해댔다. 이 곳의 원숭이는 먹이를 주지 않아도(먹이 주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지근거리까지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았다. 인간과 공존하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이 원숭이를 전문적으로 찍는 사진작가들도 많이 있어서 매년 ‘원숭이 겨울사진 콘테스트’가 열린다고 한다.

 


 

서로 건드리지 않으면 넓은 대자연 아래에서 뒤섞이며 지내는 곳. 재미있는 것은 이 원숭이들이 사람들 앞에서 너무나도 당당하게, 자연스럽게 뛰어다니며 행동한다는 것이다. 동물원 우리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가끔 도발적인 눈으로 관람객을 위협하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그저 유유히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 그래서 무라카미 류가 여기서 원숭이가 주인처럼 행동한다고 했구나.

원숭이가 산에서 내려와서 온천을 즐긴다는 이야기는 일본 각지에 골고루 퍼져 있다. 오비린 대학의 한국언어문화학당 조교 가토 나츠미씨는, 자기 친구가 닛코의 온천에 들어갔더니 탕 속에 원숭이가 들어가 있어서 서로 눈이 마주쳤고, 그런데 원숭이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친구가 놀라서 그만 온천에서 나왔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이처럼 원숭이가 온천을 즐기는 모습을 관광 비지니스와 연결시켜 원숭이 공원을 만들었다. 원숭이가 들어가 온천을 즐길 수 있도록 온도를 알맞게 맞추고 먹이를 그 안에 뿌려둔다. 그러면 산에서 원숭이들이 대거 내려와 느긋하게 온천을 즐긴다.
 
또한 인간들은 그 모습을 보기 위해 깊은 산속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때 망해가던 홋카이도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동물의 능력을 보여주는 ‘행동전시’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도쿄의 우에노 동물원 입장객 수를 추월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을 보면 동물원이든 관광지든 요즘 잘 쓰이는 말로 스토리텔링이라고 하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서 어떻게 보여주는가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부온천의 온천 순례

야원공원에서 돌아와 근처의 피자집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젠코지에 갔다. 일본인이라면 일생에 한번은 방문한다는 젠코지를 아직 못 가봤기 때문에 큰맘 먹고 다녀왔다.
 
젠코지는 일본에 불교 종파가 생기기 이전에 만들어진 절이라 모든 종파를 다 받아들인다고 해서 옛부터 참배자가 많기로 유명하다. 또 이 절에는 절대비불이라고 해서 대대로 이 절의 주지만이 볼 수 있는 아미타여래상이 있다고 한다. 이 불상은 6세기 백제의 성명왕 때 전해진 것으로 일본 최초의 불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 백년 동안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니 그 진위는 알 수 없다.
 
절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시부온천에 들렀다. 숙소에서 시부온천까지는 차로 10분 거리. 그날이 시부온천 축제였는데 거센 장대비가 내려서인지 축제 행사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음날 밤새 내리던 비가 개어서 시부 온천을 다시 가보았다.
 
시부온천은 계곡을 흐르는 조그마한 강을 사이에 두고 온천이 개발된 마을이다. 축제 장소는 폭포가 떨어지는 조그만 광장이었다. 여느 축제와 마찬가지로 구운 옥수수, 바베큐, 다코야키 등 먹을 것을 팔고 있었고, 놀이로써는 강 주위로 조그만 양어장을 만들어 놓고 낚시대를 빌려줘 낚시, 장수풍뎅이 잡기 등을 하고 있었다.
 
온천의 축제라고 해서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가볍게 바베큐 한 점과 맥주 한 잔을 마시고는 마을 구경에 나섰다. 그랬더니 축제 행사장 바로 밑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표를 사고 있는 것이었다. 그 연유를 알아보니, 매표소에서 2000엔을 내고 표를 사면 이곳의 온천장 10군데를 순례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1번부터 9번까지 번호가 있고, 번외의 하나가 있어서 모두 10군데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에서 9라는 숫자는 일본어로 ‘고생’을 의미한다. 이 9군데 온천을 순례하고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약사여래상에 참배하면 소원이 성취된다고 한다.
 
그런데 온천 한 곳 한 곳이 각각 효험이 다르다. 예를 들면 온천마다 위염, 신경통, 다산, 부인병, 습진 등에 좋다고 쓰여 있다. 9곳을 다 돌면 정말이지 온갖 만병이 다 나을 것만 같다. 그러고보면 일본인들은 온천 하나에도 많은 이야기와 의미를 잘도 만들어 낸다.

게다가 온천순례라는 말은 10여년간 일본유학경험이 있는 나도 처음 들었다. 10개의 온천순례를 하려면 적어도 10번이상 옷을 벗었다 입었다 해야 한다. 생각만 해도 나는 엄두가 안나는데 일본인들은 줄을 서서 표를 사고 있다. 정말로 대단한 일본인들이다. 나는 마을에 있는 관광 안내소에가서 온천이 낀 여관을 소개받았다.

소개를 받아 내가 간 곳은 가메야 여관이라는 곳이었다. 온천비는 별도로  500엔을 받았다. 나는 이 500엔이 대욕탕에 들어가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목욕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인장이 내게 3곳의 욕탕을 안내해 주었다.
 
먼저 남녀별 대욕탕(대욕탕이라고 해도 4명만 들어가도 꽉 찰 것 같은 곳이다), 그리고 전세 욕실(휴게공간이 딸려 있음), 마지막으로 정원노천온천이었다. 1시간 이내에 이 3곳을 마음대로 사용하라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메야 여관의 욕실은 이 이외에 3개가 더 있어서 모두 6개였다.
 
처음 대욕탕에서 몸을 씻고 제일 편히 쉴 수 있다고 생각한 전세 욕실로 들어갔다. 혼자 들어가서 히노키로 만든 1인용 욕탕에 들어가려다 깜짝 놀랐다. 이 욕탕의 온도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정도를 훨씬 뛰어 넘는, 거의 화상을 입을 정도로 온천물이 뜨거웠다. 나중에 주인장이 자기네는 원천의 온도를 전혀 조정하지 않는다고 자랑하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 너무 뜨거워서 수돗물을 한참동안 틀어놔도 온도가 내려가지 않아 10분 정도 노력하다가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정원노천온천에 들어갔는데 이곳 온천물은 미지근했다. 게다가 온도도 낮은 것이 수질도 조금 미끈거려 상큼한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기분이 나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원숭이가 온천을 하는 지옥곡에서 원천을 끌어왔다고 한다. 무려 10여킬로 떨어져 있는 곳에서 온천물을 끌어오니 이렇게 식을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무튼 잘 꾸며진 정원의 노천온천에서 몸을 눕히고 혼자서 사색에 잠길 수 있었다.

시부온천은 약 1300년부터 온천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가메야여관도 상당히 역사가 있는 집인데, 이처럼 욕탕이 조그마하게 총 6개로 나뉘어져 있는 것을 보면, 색다른 온천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옛날부터 많이 있었음을 가늠케 했다.

 

 



 일본 온천과 문학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명작 단편소설인 <이즈의 무희>는, 주인공인 동경대학교(당시 일고) 학생(만20세, 일본은 나이를 만으로 계산한다)이 이즈 온천 여행중 떠돌이 예능인들과 우연히 만나 동행하는 이야기이다. 떠돌이 예능인은 온천장을 돌면서 술좌석에 불려나가 노래와 춤을 파는 사람들이다. 그 중에는 어린 무희가 한 명 있었다. 그녀의 모습에 반해서 일부러 노정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같은 길을 따라 간다.
 
여관 할머니에게 저들이 오늘 밤 어디서 묵느냐고 물어보자 “저따위 녀석들이 오늘 어디서 자는지 알게 뭡니까. 손님이 부르면 부르는대로 어디서건 잘텐데”라는 말을 듣고, 혹시 몸을 파는 사람이라면 그녀를 자신의 방에 불러서 같이 자고 싶다는 망상을 하기도 한다. 그날 밤 술좌석에 불려나가 왁자지껄 소란스럽게 노는 소리를 혼자 방안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들으며, 오늘 밤 그 어여쁜 무희가 어떤 남자에게 유린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에 밤새 잠을 못 이룬다.
 
 

 



다음 날 아침 동행하면서 친해진 떠돌이 예능인 중 25세쯤 되는 남자가 방에 찾아와 같이 온천을 하러 가자고 권유한다. 온천에 가까워지자, 멀리서 떠돌이 예능인 여자들이 노천온천에서 이들을 발견하고 서로 이야기하며 웃고 있었다.

주인공인 나는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아련히 피어오르는 수증기 속에서 7, 8명의 나체가 어슴프레하게 비춰진다. 희미하게 어두운 탕 안쪽에서 갑자기 벌거벗은 여자가 뛰어나오더니, 탈의장 끄트머리에서 냇가로 뛰쳐나올 듯 한 자세로 서서 손을 길게 뻗어 흔들며 뭐라고 소리치고 있다. 수건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이다. 그 무희였다. 어린 오동나무처럼 다리가 길쭉한 하얀 나신을 바라보고는 나는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느낌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어린아이다. 우리를 발견한 기쁨에 벌거벗은 몸을 한 채 햇빛 속으로 뛰어나와 발끝으로 서서 머리 위로 손을 흔들 정도의 어린아이다.

이 장면이 일본 청소년의 마음을 가장 두근거리게 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처음에 성장을 한 무희의 모습에 17세 정도로 생각하였다가, 이 모습에서 어린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설정이다. 그래서 대충 15세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한국인으로서 이 장면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앞에서 말한 가토 씨에게 또 물어보았다.
 
그런데 그녀는 이 장면이 이해가 간다고 한다. 어린아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여자인데, 그것도 15살은 되었는데 벌거벗은 모습으로 반갑게 손을 흔들다니......

나는 1974년의 작품, 야마구치 모모에(山口百恵) 주연 영화로 이 장면을 본 기억이 생생하다. 어쨌든 문학작품 '이즈의 무희'에 나오는 가와즈 온천은, 지금도 문학 산책의 한 코스로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소로 유명하다.

 


 

영화 속의 온천으로 또 생각나는 장면은 나루세 미키오(成瀬巳喜男) 감독의 1955년 흑백영화 '부운(浮雲)'이 있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의 여러 영화 랭킹 조사에서 보면  '도쿄 이야기',  '7인의 사무라이'와 함께 항상 3위 안에 랭크되는 작품이다.
 
나루세 감독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렵게 자란 사람으로, 소도구 담당에서 조감독이 되었을 때는 같은 동기가 이미 감독이 되어 있을 때였다. 어려움을 겪은 사람으로서 사회 저변에 속하는 인물 묘사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

'부운'의 여주인공 유키코가 남주인공 도미오카와 만나는 곳은 일본이 전시중인 1943년 인도차이나 반도이다. 타이피스트로 간 그 곳에서 농림성 기사인 도미오카를 만나 도미오카에게 부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두 사람은 관계를 맺는다. 패전후 부인과 이혼을 하겠다고 먼저 귀국한 도미오카의 집을 유키코가 방문하지만, 정작 도미오카는 이혼할 생각이 없었다.
 
결국 실의에 빠진 유키코는 미군 병사의 정부가 된다. 나중에 도미오카가 유키코를 미군 병사와 헤어지게 하고 데려가는 곳이 이카호(伊香保) 온천이라는 곳이다.

온천에 들어간 두 사람의 시선을 보면, 도미오카는 초점없이 허공을 방황하고 있는, 뭔가 허무주의적인 시선인데 비해, 유키코는 사랑과 원망이 응축된 눈초리로 가만히 도미오카를 응시하고 있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이 그렇다. 유키코 하나로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바람을 피워대는 도미오카에게 상처를 받아 싸우고 헤어졌다가도 다시 도미오카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돌아오고 마는 유키코.
 
도미오카가 일본 최남단인 가고시마 앞 바다의 야쿠시마(屋久島)로 발령 받아 가게 되자. “이대로는 안된다. 우리 헤어지자”고 이별을 알린다. 유키코는, “그럼 난 어디로 돌아가지요? 아무데도 갈 곳이 없어요. 나도 데려가줘요”라며 따라가지만 결국 병약한 유키코는 열악한 섬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결국 유키코가 마음을 놓고 편히 안식할 수 있는 곳은 오로지 도미오카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패전후 혼란한 일본의 상황 속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과 몰락한 성윤리, 그 안에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한 남자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지순한 한 여성의 모습이 이 사진 안에 잘 담겨져 있다. 이카호 온천은 지금도 '부운'의 촬영지로써 널리 선전되고 있다.

 일본의 온천 여관

서점에 가서 온천을 소개하는 화보를 세 권 샀다. '일본의 100 명탕', '매력적인 온천 66', '일본의 명탕 랭킹'이다. 한 장 한 장 사진으로만 보아도 자연과 어우러져 아름답고 다양한 온천들을 감상할 수가 있다. 이런 온천이 일본 전역에 걸쳐 있다.

사실 나는 온천에 오래 들어가 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온천을 많이 다녀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 일본체재 중에는 여러 온천을 돌아보게 됐다. 일본의 온천장 특징은 당일치기로 온천만 하고 오는 것이 아니다. 온천이 겸비된 여관에서 하루 묵으면서 온천도 하고 술을 마시고 여흥을 즐기는 연회장으로써, 또 온천의 치료효과, 미백효과 등을 기대하는 요양지로서, 그리고 조용히 쉬면서 글을 쓰거나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리이다. 한국에서 여관이라고 하면 싸구려 여인숙을 생각하는데, 일본의 여관은 숙박도 숙박이지만 대개 아침과 저녁식사가 포함되어 있다. 아침은 간단하게 된장국, 생선구이, 계란후라이, 김, 낫도, 야채절임 정도이지만 저녁식사는 놀랄만큼 풍성하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방값으로 계산하지만 일본 여관에서는 인원수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두사람이 여관에 묵는다고 하면, 방 하나를 사용하더라도 요금은 1인당 8,000엔으로 16,000엔을 받는 식이다. 시부온천에서 온천욕을 했던 가메야 여관의 요금을 보니까 1인당 1박 2식에 8,550엔~15,900(평일)로 되어 있었다. 물론 방에 따라서, 또한 주말 같은 요일에 따라서 요금에 변동이 있다.

음식도 계절에 따라 다르다. 전에 내가 일본에 모시고 왔던 어르신이 일본 전통여관에 묵고 싶다고 해서 알아보았더니, 가재(이세에비)가 제철인 시기라 저녁식사에 가재를 풍성하게 내놓는다고 해서 1인당 3만엔 정도를 불러 포기한 적이 있다. 그렇다고 여관이 항상 비싼 것만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할인을 해 주기도 한다.
 
여관에는 여주인이 손님 마중에서부터 접대, 환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여관 일을 총괄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여주인을 가리켜 오카미상이라고 부른다. 일본 오카미상 중에는 명물로 알려질만큼 대단히 유명한 오카미상도 있다.
 
내가 묶었던 원룸 옆의 여관은 젊은 부부가 운영하고 있었다. 마침 아침에 손님을 환송하는 모습을 우연히 차안에서 지켜보게 되었다. 두 사람이 손님을 향해서 90도 각도로 절을 하더니 다음에는 고개를 들고 손을 흔들었다. 그러다가 손님이 뒤돌아보자 이내 또다시 고개를 깊숙이 숙여 90도 각도로 절을 하더니 종전과 같이 또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손님이 가는 중에도 여관으로 들어가지 않고 공손하게 서 있었다. 그러더니 손님들이 커브길을 돌아갈 때 다시 한 번 90도로 절을 하고 손을 흔들더니 모습이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이처럼 호텔과는 달리 진심을 다해서 성심성의껏 손님을 접대하는 일본의 여관. 이런 서비스까지 더한 일본의 온천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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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8/28 [09:22]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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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이야기와 문학작품.. 버나드 11/08/29 [01:23]
좋은 글이네요. 문득 소설들 다시 읽어보고싶어집니다. 수정 삭제
방사능이 녹아 있는 여름 온천여행? 11/08/29 [09:18]
원전 누출 문제는 이제 완전히 해결 된 겁니까?
홍보 글은 많이 올라오는데 그 부분에 관해서는 뒤늦은 한탄 이외에는 별로 본 기억이 없네요.
혹시 피폭 문제가 발생하면 그냥 개인이 책임을 뒤집어 쓰는 것 아닙니까?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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