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진일 칼럼] 지난주 금요일까지 취재로 유럽에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학생시절에 조금 공부했던 프랑스어를 시험해봤지만, 실력이 녹슬었는지 거의 통하지 않았다. 프랑스인들은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서 서투른 프랑스에는 미간을 찌푸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에 갈 때는 제대로 통할 수 있도록 공부하리라고 다짐했다.
일본을 떠나기 직전, 김정일 총서기가 러시아를 방문했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갱신해 "다음은, 북미정상회담인가, 남북정상회담인가!?'라는 추측기사를 게재하고 유럽 방문길에 올랐다. 그런데, 런던 체재 중에 부시 정권 시절의 체니 부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라이스 국무장관이 2008년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총서기)과 회담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폭로한 사실을 알았다. '역시 그랬군'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부시 정권 마지막 해인 2008년 6월 28일의 홈페이지에 이 같은 글을 적었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북한 핵시설의 상징인 원자로 냉각탑이 폭파됐다. 냉각탑을 폭파한 북한의 노림수에 대해 여러가지 억측이 있지만, 이 폭파는 북한이 미국에 타진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실현됐다. 즉, 북한 주도에 의한 것이 아니라 미국에 의한 연출이라는 것이다. 북한 내에는 알리지 않은 채, 미국, 일본, 한국 방송을 초대해 폭파 장면을 세계에 방영한 것을 봐도 이는 명백하다." "핵 시설 해체의 일환이었던 냉각탑의 폭파는, 원래 제2단계에서의 약속사항이 아니라, 다음 단계(제3단계)에서의 북한의 의무사항이었다. 김 총서기가 이것을 조속히 승낙한 것은, 아무래도 올해 2월 열린 뉴욕 필하모니 평양 공연을 실현시켜준 것에 대한 '은혜 갚기'였던 모양이다" "테러 지원국가 지정이 해제되면, 다음은 평화협정 아니면 국교정상화,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도 북미간 신뢰관계가 쌓이지 않는 한 실현은 곤란하다. 신뢰관계라는 것은 북한이 '반미'를 멈추는 것, 미국이 북한을 '적국'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그 의미에서는 김 총서기의 "국교가 맺어진다면, 우리는 한국 이상으로 친미국가가 될 것"이라는 비공개 발언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최근 '미국에게 영원한 적은 없다'는 발언도 주목된다. 클린턴 정권 마지막 해인 2000년 10월,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방북했듯이 다음은 라이스 국무장관의 전격 방북도 있을지 모른다" (2008년 6월 28일 자 변진일 홈페이지)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은 불발로 끝났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권 발족(2002년 1월) 직후부터 북한을 '악의 축'이라며 비난하기 시작해 김 총서기를 "언급할 가치도 없는 남자다. 식탁에서 예의없이 행동하는 꼬맹이 같다"라며 혹평하고, 2005년 4월에는 "김정일과 같은 폭군에 의한 폭정을 종식시킨다"고 표명한 바 있는 부시 대통령조차도, 2006년 11월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경우, 한반도 평화체재구축을 위해 김정일 총서기와 한국전쟁 종결을 선언하는 문서에 공동서명할 의사가 있다"(2006년 11월)고 밝힌 것과, 임기 마지막 해인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을 검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체니 전 부대통령의 회상록을 읽은 한미 네오콘(강경파)이 보면 '부시 정권, 너희마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한다. 내년임기가 끝나는 오바마 정권 하에서도 3번째 방북시도가 있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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