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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행복한 이혼? "이혼식을 올려드립니다"
[현장인터뷰] '재해이혼' 급증하는 일본, 그 사이 번져가는 '이혼식'
 
신소라 인턴기자
일본내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이혼, 일명 '재해이혼' 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5월 후지TV 보도에 따르면, 도쿄도내 법률사무소를 조사한 결과  '동일본대지진' 후 이혼상담건수가 20-30% 증가했다고 한다. 또 이번 재해의 피해지역 중 하나인 센다이의 경우는 이혼상담건수가 지진 전의 3배 가까이 늘었다.
 
또 아사히신문이 발행하는 주간지 'AERA'(5월 30일 발행호) 에는 '지진 후 이혼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라고 대답한 주부가 15%에 달했다.
 
한신대지진(1995년 1월 17일) 당시 늘어난 이혼 커플로 인해 '재해이혼'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는데, 이번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도 '재해이혼'은 구글에서 일시적 인기검색어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재해이혼'의 급증으로, 일본내 이색서비스 '이혼식'을 올리는 부부도 늘어나고 있다.

이혼식? 낯설게 들리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이미 2년 전부터 시작돼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고, 이혼을 결정한 부부가 하객(?)들 앞에서 결혼 반지를 함께 망치로 부수는 장면은 일본 언론은 물론, BBC, 로이타 통신 등 각국의 매스컴에 소개되었다. 한국 국내에도 몇 차례 소개된 바 있다.

일본 내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때 아닌 호황을 맞게 되었다는 이혼식. 그 이혼식을 탄생시킨 '이혼식 플래너' 테라이 히로키(31) 씨를 만나보았다.
  
▲ 이혼식 플래너  테라이 히로키(31) 씨   ©JPNews
테라이 씨가 이혼식이라는 발상을 하게 된 건 학창시절이었다. 
 
"학창시절부터 '결혼식'은 있는데 왜 '이혼식'이 없는지 궁금했다. 졸업식, 장례식, 은퇴식 등 무엇이든 '마무리'를 중시하는 일본인에게 왜 결혼생활을 마무리하는 행사는 없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의 의문은 대학에 들어가서야 풀리게 됐다. '없으면 만들자'고 결심한 것이다.

당시 주변 사람들은  '이혼식이라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때마침 이혼하겠다는 선배가 있어서 그와 의논을 거듭한 후 최초의 '이혼식'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2년전, 그는 '이혼식'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 지금까지 총 95쌍의 커플의 '이혼식'을 치뤘다. 
 
약 2년 전 이혼식에 관해 기사를 접했던 기자 역시 '뭐 이러다 사라지겠지'라며 웃고 넘어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혼식은 성업(?) 중이었고, 나름 호평을 받으며 사업을 키워오고 있었다.   

"이혼식을 희망하는 이들은 마치 입을 맞춘 듯 똑같이 말했다. '단 한 번뿐인 인생, 이 사람(현재 배우자)으로 괜찮을까?' 라는 생각에서 이혼을 결심하게 됐다고"  
 
테라이 씨는 자신을 '웨딩 플래너'가 아닌 '이혼식 플래너'로 소개했다. 그리고, 현재 일본 내 동일본대지진 후 이혼식 문의가 압도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거의 지진 전 3배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지진 당시 배우자가 취한 행동', 예를 들면 '가족을 방치한 채 혼자만 살려고 했다'는 등의 모습에 환멸을 느낀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또 동일본대지진은 부부의 가치관과 인생의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외 피해지역에서는 재해로 인한 실업 등의 경제적 이유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이에 동일본대지진이 하나의 큰 원인이 돼 이혼을 하게 됐다는 일본의 한 부부 '이혼식' 현장에 동행했다. 





▲ 인력거를 타고 '이혼식장'으로 향하고 있는 부부      ©JPNews
 
 
지난 10일 아사쿠사에서 약 4년간의 결혼생활을 마무리하는 서른 살 동갑내기 부부의 이혼식이 있었다.
 
공휴일이었던 이 날, 아사쿠사는 가족 단위로 놀러온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유독 어색하게 서 있는 남녀가 눈에 띄었다. 이혼식이라는 분위기도 어색한 데 취재까지 하겠다고 하자, 더욱 난감한 듯 했다. 취재 ok 를 받긴 했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부부는 따로따로 인력거를 타고 '이혼식장'으로 향했다. 식장으로 향하는 약 15분간 두 사람은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낮은 시선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살피며 뒤따라가는 하객들과 취재진도 덩달아 말이 없었다.
 
이혼식은 예상 외로 단촐하게 진행됐다.  먼저 이혼을 결정한 부부의 이혼 경위를 사회자가 설명한 후, 부부가 하객(?)들 앞에서 서로의 새출발과 미래를 축복하는 인사말을 전하고, 친구 대표의 인사말이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결혼생활을 상징했던 결혼반지를 함께 망치로 부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부부의 이혼원인은 가치관의 차이였다. 물론, 동일본 대지진 전부터 불화는 있었다고 한다. 

결정적인 계기는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제 1원자력발전 폭발사고였다.

 
딸의 건강을 걱정한 아내의 부모님이 친정으로 돌아오라고 재촉하면서, 부인이 홀로 친정이 있는 아이치현(도쿄와 오사카의 중간에 위치)으로 귀향했다. 이 과정에서 부부사이에는 많은 언쟁이 오갔다고 한다.
 
아내가 홀로 아이치현으로 내려가면서 부부는 실질적인 별거생활이 시작되었다. 별거생활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이혼결심도 하게 되었다. 이대로 끝낼 수 없다고 생각한 남편의 권유로 부부는 다시 한번 도쿄에서 함께 생활하지만 둘 사이의 관계가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왕 헤어질 거라면 아이가 없을 때 빨리 헤어지자고 합의하고 이혼을 결정했다. 

‘이혼식’을 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은 남편 쪽이었다. 

 
아내는 펄쩍 뛰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지만, 남편이 마지막 부탁이라며 재차 권유했고, 이에 하는 수 없이 '이혼식'에 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혼식 당일, 아내는 이혼식을 올리게 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지인이 이혼을 하게 된다면 '이혼식'을 추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연실 "후련해졌다"고 말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역시 두 사람의 결혼생활의 상징인 '결혼반지'를 망치로 부수는 때였다.  그런데 그 때 아내가 '피식' 웃음을 보였다. 나중에 이유를 물으니 '아, (이혼식이) 이런 느낌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고 말했다.
 
이혼식에 참석한 하객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식순을 하나하나 마칠 때마다 박수를 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축하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 이혼식이 끝난 후 서로의 행복을 빌고 있는 두 사람     ©JPNews

 
 
'이혼식'을 마친 부부의 표정은 확연히 밝아졌다. "한결 편해졌다"며 웃음을 보이는 부부의 모습에 주위 사람들도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 
 
이혼식을 마치고 하객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계속되었다. 다만, 이제 '남이 된 두 사람'이 각각 다른 테이블에 앉았을 뿐.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다함께 아사쿠사의 관광명소인 '센소지'로 향했다. '이혼식'을 위해 일부러 도쿄까지 찾아와준 하객들을 위해 간단한 관광코스를 즐기는 것.
 
그런데 어느샌가 '남이 된 두 사람'이 나란히 걷고 있었다.
 
 
▲ 어느샌가 나란히 걷고 있는 두 사람  ©JPNews


 
부부는 테라이 씨를 통해 이혼식을 올린 95번째 커플이었다.
 
테라이 씨는 "부부가 저렇게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헤어지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실제 그를 통해 '이혼식'을 올린 커플 중 8커플은 '이혼식'을 올린 후에 이혼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따금씩 뭔가 애틋해 보이는 이들에게 테라이 씨는 "사실은 이혼을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냐?"라고 물어보지만, 모두들 "그렇지 않다(이혼을 하고 싶다)"라고 딱 잘라서 얘기한다고 한다. 
 
이 때, 이혼식 플래너가 명언을 뱉었다.

"부부 사이라는 것은 정말 알 수가 없네요."
 
그렇다. 부부 사이는 타인이 알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이혼은 커녕, 결혼도 해보지 않은 청년이 어떻게 알겠는가. 아직 미혼인 테라이 씨에게 이혼이란, 이혼식 플래너를 통해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간단히 말했다.
 
"다음달(11월)이면 100번째 이혼식을 올리게 된다. 100번째 이혼식을 치루고 나면, 저를 통해 이혼식을 올린 100쌍의 커플, 즉 200명의 돌싱 중 희망하는 사람들에 한해 새로운 파트너를 구하는 만남의 장을 만들어줄까 한다. 다시 말해 미팅이다."
 
그는 성공을 확신했다.
 
"가끔 나를 통해 이혼한 사람 중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중신을 서는 것은 '잘 하면 술이 석 잔, 못하면 뺨이 석 대'라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내 친구를 소개시켜줬는데 잘 안 되면 서로 불편해질 수 있고...... 그런데 나를 통해 '이혼식'를 올린 사람들이라면, 그런 어른스러운 '끝맺음'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자신있게 소개시켜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100회 이벤트도 꼭 성공할 것이다"
 
▲    '이혼식'을 마치고 편안한 표정을 되찾은 두 사람  ©JPNews

 
 
그런데 그는 이혼식을 통해 수익모델을 찾고 있기는 한 걸까. 그에게 조심스럽게 수입을 물었다.  
 
부부의 이혼식 비용은 55,000엔 이것은 그대로 순수익이 된다. 여기에 참관하러 오는 가족, 지인들에게 회식비 명목으로 참가비를 3000엔 받는다. 그런데 정작 식비로 쓰이는 비용은 일인당 1200엔, 그렇다면 한 사람당 1800엔이 남는다. 그런데 참관인은 보통 20명 정도가 온다. 한 달의 평균 이혼식은 4-5회 정도이다.
 
계산해보면 이렇다. (55,000엔 + 1800엔ⅹ20명)ⅹ4회 = 364,000엔(약 5,460,000원) 5회일 경우 455,000엔(약 6,825,000원)이 된다. 게다가 경우에 따라 이혼식도 화려하게 하고 싶은 하는 고객들에게는 참가비를 5000엔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 때때로 참관인이 50여 명 가까이 오기도 한다. 생각보다 꽤 괜찮은 사업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동일본대지진으로 이혼하는 부부가 더 늘어났으니 사업은 순조로운 것이 아닌가. 그에게 솔직히 이혼률이 느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느냐 물었다.   

 "기쁘지는 않다. 이혼 자체가 느는 것보다 원만한 이혼을 하려는 사람이 늘었으면 한다"

이제 그에게 원천적인 질문을 던질 시간이다. 엉뚱한 발상으로 '이혼식'을 만든 이 사람에게 '이혼식'과 '결혼식'에 대해 물었다. 먼저 지금까지 수많은 이혼식을 보며 무엇을 느꼈는지에 대해 물었다.   

"물론 나를 통해 이혼식을 올린 사람들은 대부분 원만한 이혼을 했기 때문에 그럴 지 몰라도 '이혼이 특별히 나쁜 것인가?' 하는 의문을 든다. 이혼을 해서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찾는 경우도 많고..."
 
그럼 반대로 결혼식을 보면 무엇을 느낄까.
 
"반대로 가끔씩 지인의 결혼식에 가면 위화감이랄까. 그런 걸 느낀다. 뭔가 거짓말 같고. 우리네 삶이 그렇게 멋있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결혼식의 무엇인가는 거짓이다.그러나 이혼식에는 꾸밈이 없다. 예를 들면 상대의 부모님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고. 오히려 신뢰가 가능하다. 그런 것들에 익숙해져서일까. 결혼식은 거짓같다."

아직 미혼인 그가 '결혼식은 거짓같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결혼은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이혼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이혼식을 해보지 않고서 어떻게 제대로 된 이혼식을 올릴 수 있겠냐는 논리일까.
 
그는 "한 번은 제대로 된 이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자신이 보아온 '이혼식'의 커플들처럼 원만한 이혼을 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이혼이 왜 나쁜 이미지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드라마의 영향일까."

라고 되묻는 테라이 씨에게 마지막으로 '라디오스타' 의 엔딩질문처럼 물었다.
 
"테라이 씨에게 이혼식이란?"
 
이혼식 플래너는 말한다. 
 
"결혼과 이혼은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그 목적은 같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결혼을 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이혼을 한다. 서로 으르렁거리며 함께 지내는 것보다 헤어짐을 단행하는 것이 행복을 위한 길인 경우도 많다.  
 
물론 내가 이혼을 권장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95커플의 이혼식을 프로듀스 해왔지만 그 중 8쌍은 이혼을 단념하기도 했다. 이혼식은 지금까지의 부부 생활을 되돌아보는 좋을 기회가 되리라 확신하고 있다.
 
'이혼'이라고 해도 '원만하게 헤어지는 이혼'과 '그렇지 않은 이혼'은 천지차이다. '이혼식'을 올리며 헤어지는 '원만한 이혼'을 하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혼식이 유행하는 세상은, 어떤 의미에서 평화로운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지 모른다. "
 
'이혼식'에서도 부케를 던졌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테라이 씨 . '이혼식' 부케를 받은 사람은 원만한 이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JPNews

▲  이혼식의 마지막 순서인 '결혼반지 부수기'    ©JPNews
두 사람이 함께 부순 결혼 반지를 개구리의 입 속으로 넣는 테라이 (31)씨. 개구리는 일본어로 '카에루'로 이는 '돌아가다(帰る)'라는 뜻의 동사와 동음이의어다.  테라이 씨는 '싱글로 돌아간다'라는 의미라고 설명해주었다. ©J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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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0/13 [10:46]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소박한 의문하나? 하늘 11/10/13 [13:57]
물론 흔하지는 않겠지만 만약 결혼 반지가 다이아 반지라면 부셔야하나?.금반지야 부셔도 녹여서 다시 만들수는 있지만 말야 ㅎㅎ
그치만 이혼식을 하더라도 지인들을 불러야 한다는게 참. 남자,여자 지인들이 서로 모르는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서로들 아는 사이라면... 정말 우리나라에선 일어나기 힘든 일본인들만의 문화 이겠지만 .. 수정 삭제
그깟 망치로 ㄷㄷ 11/10/13 [19:47]
다이아몬드에 흠집이 날리가 ㄷㄷㄷㄷ 애당초 다이아로 결혼반지를 만드는 이유가 다이아몬드처럼 변하지 말라고 하는 거라서.... 수정 삭제
하객(賀客)이란 말 대신 김치남 11/10/13 [20:36]
위객(慰客)이란 말을 써야할 것 같다. 씁쓸하다.. 수정 삭제
인조다이아 쓰겠죠 시원한똥줄기 11/10/14 [17:23]
다이아 망치로 치면 깨집니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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