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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이웃과 함께 새해 떡 만들어 먹어요"
"낫토 떡에 다이콩오로시 떡까지?" 새해 떡으로 온정 나누는 일본인들
 
신소라 기자
콩가루 깻가루떡부터 낫토 떡, 다이콩오로시(무를 갈아 내린 것) 떡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떡부터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낯선 떡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방금 만든 뜨끈한 떡을 한 입 베어 물자 한번에 끊이지 않고 죽 늘어지는 모습이 재밌다. 늘어지는 것은 떡뿐만이 아니다. 일본식 청국장인 낫토는 한 술 더 떠 거미줄처럼 늘어진다. 기자는 그 모습에 "으으~" 소리가 절로 나는데, 여기저기서 "우마이(맛있어)"라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 낫토 떡을 맛있게 먹고 있는 아이     © JPNews/사진: 호소가이 사치에
 

새해가 되면, 일본의 지자체에서는 떡방아 찧기 행사를 연다. 지역에서 재배한 찹쌀을 쪄 절구질해 만든다.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떡방아 찧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자신이 직접, 혹은 나의 이웃이 직접 만든 떡을 함께 나누어 먹으며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다.
 
또한, 일본인들은 양력 설에 떡을 구워서 많이 먹는다. 쫄깃하고 담백한 맛에 계속 손이 가다보니 고칼로리 떡을 다량 섭취, 신정 연휴 후 "떡먹고 살쪘다"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그 정도로 일본인의 '새해 떡 사랑'은 지극하다.   
 
이같은 일본인들이 새해부터 '떡 먹는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새해 첫번째 토요일인 지난 7일, 도시마 구에서 열린 '떡방아 행사'에 다녀왔다.
 
도시마 구(豊島区)는 일본 도쿄도 북서쪽에 위치한 구로, 이케부쿠로를 중심으로 한 상업과 오락의 중심지다. 위로는 네리마 구, 이타바시 구, 기타 구를, 아래로는 신주쿠 구를 끼고 있다.  
 
도쿄 23구 중 왜 하필 도시마구를 선택했느냐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기자가 도시마 구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 떡방아 찧기 행사?"
 
며칠전, 길을 걷다 발견한 구민 게시판의 포스터를 보고는 '방금 만든 따뜻한 떡을 먹을 수 있겠군'이라는 사심에서 취재를 결정했다. 그러나, 회장이 '도시마 구립 종합체육장 주차장'이라고 쓰여진 걸 보고는 어쩐지 규모가 작아 기삿거리가 될지 내심 염려스러웠다.
 
'종합 체육장도 아니고, 종합 체육장 주차장이라니...'
'기삿거리가 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회장에 도착하기까지 그 고민이 계속됐다. 그러나 이 같은 고민은 회장에 도착하자마자 한순간에 사라졌다. 규모가 작아서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규모가 작은,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라 더욱 기삿거리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행사장 광경을 보면서 느낀 것이다. 
 
스마트폰 지도를 보며 거의 회장에 인접했을 즈음, 근방에서 "요이쇼! 요이쇼!"라는 장정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정한 장단에 맞춘 힘있는 소리였다.    
 
'요이쇼(よいしょ)'는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거나 할 때 외치는 소리로, 우리말로 치면 "영차! 영차!"에 해당한다. 
 
보통 큰 행사장을 찾아가면, 화려한 무대 음악이나, 마이크를 통해 나오는 안내 멘트를 통해 '아, 회장에 다 왔구나. 제대로 찾아왔구나'라는 안도감이 드는데, 이 행사장은 "요이쇼! 요이쇼!"라는 소리를 들으며 '아, 다 왔구나. 제대로 찾아왔구나'를 실감하는 것이 어쩐지 재미있어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 떡방아 찧기에 도전한 사람들. 넥타이까지 셔츠 속으로 밀어넣고, 힘껏 떡메를 내리치는 아저씨.   © JPNews/사진: 호소가이 사치에
 

'떡방아 찧기'는 11시부터 시작되었는데, 많은 주민들은 이미 11시가 되기 훨씬 이전부터 나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윽고 떡방아 찧기가 시작되고, 막 찧어진 따끈따끈한 떡이 온갖 고물에 묻혀졌다. 깻가루, 콩가루, 낫토, 팥, 다이콩 오로시(무를 갈아 내린 것)와 간장까지. 기자는 주민들과 함께 입맛을 다셨다.
 
또, 한쪽에서는 떡을 구워 즉석에서 바로 바로 나눠주기도 했다. 손가락 길이의 넙적한 떡은 조금씩 색이 달랐는데, 붉은 빛을 띤 '사쿠라에비(남방젓새우)', 푸른 빛을 살짝 띤 '아오노리(파래)', 그리고 검은 깨가 들어간 '고마(깨)'는 은은한 향이 풍겼고, 각각의 풍미가 전해져왔다.
 
또한, 한쪽에서는 뜨끈한 국물의 우동을 나누어주기도 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우동을 보니, 일본에서 섣달그믐에 먹는다는 토시코시 소바(年越しそば)도 한 그릇 제대로 못 먹은 기자를 위한 배려 같아 냉큼 달려가 먹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런데 이같은 모든 메뉴가 놀랍게도 전부 무료다. 각자 좋아하는 취향대로 줄을 서 받아먹으면 그대로 OK! 떡은 모든 코너에서 한 번에 두 개씩만 주었지만, 몇 번이고 다시 줄을 서 받는 것도 가능해 '무한리필(?)'이 가능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처음 온 듯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여러 차례 왔었다는 듯 익숙해보였다.  

"도시마 구 신년 떡방아 찧기 행사를 매년 해오고 있나요?"
 
슬그머니 옆사람에게 물었다.
 
"그치. 꽤 오래 되었는데..."
"아, 그래요? 몇 년이나 됐나요?"
"몇 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잠깐만!  저기, 떡방아 행사 한 지 얼마나 됐지?"
라며 옆사람에 묻는다.
 
옆사람은 "글쎄, 오래된 것 같은데... 나는 7년 전부터 와서, 원... 저기, 떡방아 행사 한 지 얼마나 됐지?"라며 또다시 옆사람에게 묻는다.
 
"꽤 오래 됐지. 나는 4년 전부터 와서... 아무튼 오래 됐는데... 저기 저 사람한테 물으면 알 거야"라는 식으로 도미노처럼 옆사람에게 질문이 이어지는 모습에 '어디까지 갈 참인가' 웃음이 났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한 후, 정답을 아는 이를 찾아냈다. 
 
히가시 이케부쿠로 미나미오츠카 나카초카이(東池袋南大塚仲町会)초카이(町会,주민자치모임, 우리말로 하면, '읍회'정도가 된다)장을 맡고 있다는 세키네 씨는 "새해 떡방아 행사는 정확히 28년째다. 그 전에는 연날리기를 했었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새해를 맞는 행사로 시작했던 연날리기가 떡방아 찧기로 바뀐 것. 연날리기를 시작한 것은 32년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속시원한 대답을 해주었다.

히가시 이케부쿠로 내 6개의 초카이(町会)가 지역구민의 행복과 유대 강화를 위해 주최하기 시작한 '도시마 구 새해 떡방아 찧기 행사'는 도시마 구의 여러 주민 단체가 힘을 합쳐 벌써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계속해 온 행사였던 것이다.
 
올해로 7번째 행사에 참여한다는 도시마 구 종합체육장 책임자 칸다 씨는 "매년 첫째 주 토요일 열린다. 보통 오전 11시 시작해 모든 떡은 무료로 나누어주며, 떡이 다 없어지면 행사는 끝이 난다"고 설명해줬다. 그는 "보통 12시 정도면 (떡이) 동난다"고 귀뜸해줬다. 


▲ 막 찧은 떡에 먹음직스런 고물을 듬뿍 묻혀주시는 아주머니들     © JPNews/사진: 호소가이 사치에
 
 
떡을 찧는 모습을, 그리고 갓 찧어진 떡을 고물에 버무리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어르신들은 떡을 받아들자마자 입을 크게 벌려 큼지막한 떡을 한 입에 넣는다.
 
"우마이(맛있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소리와 그들의 표정으로 굳이 묻지 않아도 그 맛이 충분히 전달되어 온다.
 
바로 옆 종합체육장에서 운동을 한 후라 땀에 젖은 아이들은 어른 못지 않게 떡과 우동을 척척 비워낸다.
 
"한 번에 두 개씩이야. 두 개씩! 봐 봐, 다들 두 개씩 가져가지?"
 
떡을 나누어주시는 아주머니가 아이들이 떡 욕심을 부리자, 그러지 말라고 타이른다.
 
한국의 아이들도 이렇게 떡을 잘 먹었던가. 가장 신기한 것은 끈적끈적한 낫토를 듬뿍 얹은 '낫토 떡'이 아이어른 할 것 없이 가장 인기가 좋았던 점이었다. 무를 갈아 내린 다이콩오로시에 간장을 타 간을 한 후 떡에 얹어 먹는 것도 신기했다. 팥도 떡 속에 조금 넣는 정도가 아니라,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할 정도로 듬뿍 얹어 떡과 함께 먹었다.
 
반면, 구운 떡은 아무 것도 찍어먹지 않기에 기자가 "꿀 안 찍어 먹냐?"고 묻자, 신기하다는 듯 반응을 보이며 "한국에서는 꿀을 찍어 먹어요?"라고 묻는 아이들. 닮은 듯하면서도 차이가 나는 두 나라의 새해 풍경이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어른들은 더욱 행복해 보였다.
 
자녀들이 테니스를 치러 종합체육장에 오는 통에 '떡만들기 행사'를 우연히 알게 됐다는 히요시 씨는 이번이 첫 방문이라고 한다.
 
그는 "예전에는 이렇게 다 떡을 만들어 먹었는데... 참 그리웠던 풍경이다. 도쿄에서는 이런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는데, 아이들이 초나이(동네)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니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바로 만든 떡도 너무 맛있다"고 흡족해했다.
 
또, 어린 남매와 함께 떡을 먹던 타카노 씨는 "어린 시절 도시마 구에 살아서 매년 새해가 되면 이곳에 와서 떡을 먹었다. 그런데 결혼하고 멀리 다른 곳에서 살게 돼 오지 못하다, 신년이라 친정집에 왔다가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오게 되었다"고 밝혔다.
 
타카노 씨에게 간단한 질문을 한 후, "실례가 안 된다면 성함을 물어도 되겠느냐"는 이야기를 하자, "타카노 유메예요", "타카노 요시키예요"라며 자신들의 이름을 대는 오누이 때문에 남매의 어머니와 기자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우동을 먹고 있던 누나가 타카노 유메, 떡을 이미 다 먹고 아쉬운 마음에 콩고물까지 먹고 있는 남동생이 타카노 요시키다. 
 
한편, 취재때문에 기자와 함께 온 카메라맨이 전혀 먹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여긴 아주머니는 몇 번이고 떡을 내미시며 권하셨다.
 
덕분에 기자도 따끈한 떡을 맛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이 참으로 고맙고 푸근해 한국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났다. '이곳의 떡을 전해드릴 수 있으면 좋을텐데...'
 
또한, 준비한 재료가 차례차례 동나고 나서야, 부스러기 떡을 먹는 아주머니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 각종 떡과 우동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     © JPNews/사진: 호소가이 사치에
 
 
한편, 히가시 이케부쿠로 미나미오츠카 나카초카이(東池袋南大塚仲町会)초카이장인 세키네 씨는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기자에게 "이게 정말 기사가 되느냐" 물었다.
 
작은 지역 행사에 외국인 기자가 오다니 신기했던 모양이다. 어째 뿌듯한 마음에 "그렇다"고 대답하자, "기사가 나오거든 꼭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실은 도시마 구는 한국의 동대문구와 8년 전부터 문화 교류를 해오고 있다. 일본의 아이들이 한국에 가서 홈스테이를 하기도 하고, 매년 동대문구의 초등학교를 방문해 함께 야구 경기를 하기도 한다. 지난해는 중구의 초등학교에 가서 친선 야구 경기를 했다""그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고 고백했다.  
 
그의 말대로, 동대문구와 도시마 구는 지난 2002년 5월 우호교류 협정체결을 맺은 이래 일본 소년야구선수단이 매년 동대문구를 방문하고 있다는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 양국 소년야구선수단 멤버들과 함께 웃고 있는 사진 속에 세키네 씨도 함께 웃고 있었다.
 
그제야 사전 연락도 없이 찾아간 외국인 기자에게 참 푸근하게 대해주시던 것이 이해가 됐다.
 
그는 마지막까지 "모처럼 이렇게 왔는데 떡 좀 싸줄게요"라며, 막 찧은 떡을 덩어리째 일회용 도시락 용기에 담아주는 등 친절함을 보였다. 회사에 돌아와 떡봉지를 열어보니 그 투박함에 웃음이 나면서도 가슴이 따뜻해졌다. 

도시마 구에선 돌아오는 토요일(14일) 또 한 번의 '떡방아 찧기 행사'를 한다. 지역 내 20살이 된 자녀들의 성인식을 기념해 떡방아 찧기를 하는 것. 장소는 오츠카다이 공원(大塚台公園)으로, 오전 10시부터다. 
 
또, 1월 8일 사이타마 현 세이부엔 유원지(西武園)와 8,9일 요미우리랜드 등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유원지와 지자체에서 신년맞이 떡방아 찧기 행사가 개최된다. 
 
일본에서 홀로 새해를 맞이하는 유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있다면, '지역 떡방아 찧기 행사'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따끈한 떡과 함께 이웃과 온정을 나누는 하루가 될 것이다.
 

▲ 낫토 떡을 동생에게 먹여주는 오빠     © JPNews/사진: 호소가이 사치에
 
 
▲ 낫토 떡을 동생에게 먹여주는 오빠     © JPNews/사진: 호소가이 사치에
 

▲ '생각보다 쉽지 않네'     © JPNews/사진: 호소가이 사치에
  

▲ 넥타이까지 셔츠 속으로 밀어넣고, 힘껏 떡메를 들어올린 아저씨     ©JPNews/사진: 호소가이 사치에
 
 
▲ 야키모찌(구운 떡)을 준비해주신 아주머니들 "잘 익어라~!"  /"그만 찍고 먹으라"며 떡을 주시던 바로 그분들 ^^  © JPNews/사진: 호소가이 사치에
 
 
▲ "너무 맛있어요~!"     © JPNews/사진: 호소가이 사치에
 
 
▲ 카메라를 보고 수줍은 'v'를 해주는 꼬마 아가씨© JPNews/사진: 호소가이 사치에
 
 
▲ "운동한 뒤라 더욱 꿀맛이에요!"     © JPNews/사진: 호소가이 사치에

 
▲ 오늘 하루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 떡방아와 떡메.     © JPNews/사진: 호소가이 사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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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1/07 [14:28]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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