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일의 D램 반도체 생산 업체가 무너졌다. 지난 27일, 엘피다 메모리는 도쿄지방재판소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일본 언론도 하나 같이 "뼈아프다"는 반응이다. 엘피다 메모리의 경영 파탄은 일본 제조업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 TV에 이어, 반도체까지
일본 유일의 D램 업체가 무너진 데 대해 일본 언론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엘피다 메모리의 경영 파탄은 일본 제조업의 힘겨운 실태를 상징하고 있다. 1980년대, 세계에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던 일본의 반도체 사업은 결국 이렇게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다양한 가전제품과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일본의 핵심산업이었고, 80년대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1985년에는 미국을 누르고 생산량 세계1위에 올라 미국과의 사이에서 반도체 마찰이라 불리는 무역문제까지 일으켰을 정도다. 이 같은 영광의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요미우리 신문'은, "엘피다 파산, 전략 미스로 한국에 졌다"라는 기사에서, 엔고 현상과 경영 판단의 실수가 엘피다를 경영 파탄에 이르게 했다고 진단했다. 1985년, 선진 5개국(프랑스, 서독, 일본, 미국, 영국) 재무상,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는 달러 강세 시정이 합의됐다. 이른바 '프라자 합의'다. 이후 급속한 엔고 현상이 시작돼 일본의 경쟁력은 점점 줄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전략 미스가 뼈아팠다고 '요미우리 신문'은 지적했다. 당시 일본은 수요가 적은 대형 컴퓨터용 반도체 제작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95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컴퓨터용 기본 소프트인 윈도우즈 95를 발매해 컴퓨터의 급속한 보급이 진행됐다. 90년대 이후 대두된 한국 삼성전자 등은 이 같은 움직임을 정확히 내다보고 거액투자를 지속했다. 반도체에는 2~3년 간 시장 상황이 크게 변동하는 '실리콘 사이클'이 있으나, 한국 업체는 시황이 악화됐을 때도 대형 투자를 이어갔다. 한편, 시장 상황 악화를 우려하는 일본기업은 생산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을 피하기 위해 투자를 피했다. 일본 기업은 한국기업의 투자액에 따라가는 형식으로 투자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최첨단 제품 개발에서도 뒤처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결국, 일본 반도체 산업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현재 반도체 매출로 세계 10위 이내에 들어가는 회사는 도시바와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뿐이다. 엘피다의 사카모토 유키오 사장은 27일 기자회견에서, 파탄의 원인에 대해 "(DRAM가격이) 1년전에 비해 3분의 1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DRAM 세계 1위인 삼성은 플래시메모리와 스마트폰 사업도 직접 나서고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 악화에 실적이 좌우되지 않는다. 플래시 메모리도 취급하는 마이크론과의 제휴 협상을 빠른 단계에서 시작했다면, 자력재건의 길은 열렸을지도 모른다고 '요미우리 신문'은 지적했다. ▶ 산케이 "엘피다, 한발 늦었다" 생존을 모색한 국내외 업체와의 제휴에도 위기를 타개하지 못하고, 결국 회사갱생법의 적용을 신청한 엘피다 메모리. 일본 '산케이 신문'은, "일본을 대표하는 '엘피다'의 경영 파탄으로, 일본의 반도체산업을 예전의 전성기 때 모습으로 부활시켜 한국세력에 대항하려던 일본 정부의 의도가 완전히 좌절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신문은, 이번 2011 회계연도 최종결산에서 전자제품 업계를 중심으로 일본 기업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제2,3의 엘피다가 나타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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