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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못하면 우리 국민 아닌가요?
간단한 서명조차 힘든 장애인들을 위한 대책 마련 필요
 
신경호(동화작가)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시각장애인 강모 씨(37세)는 얼마전 동주민자치센터에 들렀다가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개인적 필요에 의해 주민등록등본과 인감증명서 등을 발급받아야 했는데 담당 공무원의 꽉 막힌 업무처리 때문이었다.

문제는 해당 민원서류를 발급받는 데 필요한 본인 확인 과정에서 본인 서명을 할 때였다.

"제가 중도에 실명해서 글자는 알고 있지만 글자를 써본 지가 오래되어 글씨가 삐뚤빼뚤하거든요. 게다가 어릴 때 왼손잡이였는데 어른들이 오른손을 사용하란 꾸지람을 많이 들어서 오른손을 사용하게 되었지요. 덕분에 오른손 글씨쓰기가 더욱 엉망이 되었고요. 그래서 남에게 이런 초등학생 같은 글씨를 보여주기가 꺼려집니다. 주민자치센터 직원에게 서명 대신 지장이나 아니면 동행한 누나가 대신 서명을 하면 안 되느냐고도 문의했고 누나가 제 손을 잡고 쓰면 안되냐고도 물었지만 담당 공무원은 무조건 안된다며 '서명은 반드시 본인이 해야 한다'고만 했습니다."

결국 강 씨는 삐뚤빼뚤한, 그래서 남에게 결코 보여주기 싫은 글씨로 서명을 해야만 했다. 강 씨의 이런 경험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강 씨는 자신이 꽤 오랫동안 이용해오던 ㄱ은행에서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찾았을 때도 같은 경험을 겪었다. 신용카드 신청서에 서명은 매우 중요하므로 본인이 해야 한다며 한사코 신청서 접수를 거부당한 강 씨는 그후로 거래은행을 바꾸었다. 그러나 이런 일은 바뀐 은행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통장을 개설할 때나 신용카드를 만들 때 대출을 받고자 할때면 언제나 어김없이 서명 문제가 강 씨를 괴롭히고 있다.
 
그는 "서명이라는 게 어떤 행위에 대하여 본인을 증명하고 이에 동의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본인을 확인하고 담당자가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 후 대필하거나 지장 또는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할 텐데 무조건 '본인 서명'만을 강요하면 서명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사람들은 어쩌란 말입니까?"라고 하소연했다.

강 씨처럼 그나마 글씨를 알고 있는 사람은 나은 편인지 모른다. 선천적 시각장애인의 경우 특수학교에서 일반 문자가 아닌 점자로 문자를 익힌다. 그렇기 때문에 선천적 시각장애인들은 문자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엔 서명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강 씨가 거주하는 담당지역인 목5동주민자치센터 민원 서류 담당 공무원은 서명이 어려운 사람의 경우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한 공무원은 "공무원이 입회한 상태에서 동행인이 있으면 동행인에게 위임 사항을 확인한 후 동행인이 대필하거나 대신 서명하도록 한다"고 설명했으나 같은 주민자치센터의 다른 공무원은 "본인이 서명하는 것이 기본이고 만약 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면 손도장을 찍도록 되어 있다. 도장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을 확인한 뒤 설명했다.

같은 주민자치센터에서도 공무원마다 민원서류 발급에 대한 설명이 달랐다. 그러나 해당 주민자치센터에서 강 씨가 당한 일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서명의 문제는 시각장애인뿐만이 아니다 뇌성마비를 갖고 있거나 손의 절단 등의 신체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서명을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런 경우 보완책이 필요한데 현재는 이런 경우에 대한 방법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목5동 주민자치센터의 경우처럼 관공서나 금융기관의 창구 담당직원의 재량에 따라 가능하기도 하고 불가능하기도 하다.

이런일이 일상생활에 그저 불편을 초래하는 정도로 그친다면 다행일지 모른다. 역시 시각장애인 A씨는 지난 4·11 국회의원 선거에서 겪은 내용을 시각장애인들의 통신 공간인 넓은마을(web.kbuwel.or.kr)의 자유게시판을 통해 이야기했다.

▲ 장애인을 위한 통신 공간 '넓은 마을'     ©JPNews

 

A씨는 지난 4월 12일자로 게시된 자신의 글에서 "이번 선거에서 명부에 서명을 대신해 도장을 사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서명 문제가 단순한 일상 생활의 불편이 아니라 참정권이라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당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A씨는 같은 게시글에서 "오늘 은행을 방문해 보니 통장을 만들 때 서류작성도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해 직원이 대리 작성할 수 없으니 저에게 전화번호와 주소 등도 적도록 했다"면서 "제가 전맹이기 때문에 글씨를 잘 못쓴다. 그래서, 이런 요구를 받으면 매번 하는 일임에도 부끄럽고 때로는 모욕감도 느낀다. 잘 적어도 부끄럽고 걱정되는 판에 나부터가 이상하게 쓴 거 같은데...수치스럽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며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시각장애인들의 일상생활 내 서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 관악구에 소재한 실로암 시각장애인복지관의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나만의 서명 만들기'란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권수진 사회복지사는 "처음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같은 센터의 시각장애인 직원으로부터 제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생활을 경험했던 그 직원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서명 문화가 정착된 미국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이 서명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 사업을 제안했고 작년 하반기부터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서명 가이드'란 도구를 제작해 시각장애인들에게 배포하고 있으며, 서명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서명 가이드란 쉽게 말하면 카드크기의 도구 안에 서명할 수 있는 네모난 구멍을 만든 도구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서명해야 할 때, 이를 제시하면 주위에서 서명이 필요한 위치에 서명 가이드를 맞추어 주면 쉽게 서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죠. 서명 만들기 프로그램의 교육 내용은 한글과 알파벳, 나의 이름 한자 모양 익히기, 쓰기 연습, 나만의 멋진 서명 완성 등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라고 교육 과정을 소개했다.

서명이라는 절차는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절차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간단하고 단순한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일반 문자를 모른다는 이유 때문에 또는 초등학생 같은 삐뚤빼뚤한 글씨 때문에 주저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아니 그런 서명 자체가 불가능한 사람도 있다. 개인정보보호가 강화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작은 절차에도 주저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니 불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별도의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는 방법으로, 그러면서도 장애인이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 편집자 주: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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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4/21 [16:13]  최종편집: ⓒ jpnews_co_kr
 


좋은 기사이긴 한데,,, ㄴㅇㄹㄴㅇㄹ 12/04/23 [22:33] 수정 삭제
  이게 왜 제이피 뉴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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