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을 냈다하면 100만 장이 팔리는, 일본 최고 인기 아이돌 AKB48에 대한 혹사 논란이 일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AKB48의 운영회사가 악덕 기업이라며 원성이 자자하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한류 아이돌의 가혹한 스케줄 표가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일본도 만만치가 않은 듯하다.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AKB48은 두말 할 필요 없는 일본 내 독보적 아이돌이다. 전세계적 음반 시장의 침체로 일본에서도 싱글 판매량이 20만 장도 채 넘기기 쉽지 않은 요즘이지만, AKB48은 6작품 연속 100만 장 이상을 팔고 있다. 그야말로 대세 중의 대세다.
▲ 연습생까지 총출동한 AKB48. '제62회 홍백가합전' 리허설 ©JPNews/사진:호소가이 사치에 | |
예능 프로그램, CF 및 각종 광고, 잡지 표지 모델, 기업 행사장 게스트, 성우 등 정말 어딜가나 'AKB'일 정도로 연예계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물론 멤버가 연습생(2군) 포함해 100여 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멤버가 100명이나 되니 스케줄이 분배가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역시 일은 인기 멤버들에게 몰리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몇몇 인기 멤버의 스케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한다. 그 부작용이 최근 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 한달 사이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스케줄에서 이탈하는 멤버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가장 최근에 건강 이상을 호소한 AKB48의 멤버는 미야자와 사에(21,宮澤佐江). 2012년 4월 16일 저녁, AKB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날 공연을 쉬기로 발표, 미야자와 본인의 블로그를 통해서도 "공연을 바로 앞에 두고 이렇게 알리게 돼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팬들에게 사과했다. 그녀는 14, 15일 미야기 현 센다이 시에서 열린 야외 악수회 뒤에 "춥다. 몸이 아프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이날은 구름이 잔뜩 끼어 바깥 기온이 11도 안팎이었다.
그녀 뿐만이 아니다.
AKB48과 SKE48의 스케줄을 동시에 소화하기로 결정된 SKE48의 인기 멤버 마쓰이 주리나(15, 松井珠理奈)가 빈혈과 과로로 이달 4일 병원에 입원했다. 12일에 퇴원해 무대 위로 오를 수 있게 됐지만, 언제 또 재발할지 모른다.
AKB48 인기 투표에서 꾸준히 10위권 안에서 맴도는 인기 멤버 이타노 토모미(20,板野友美)도 발열 때문에 이달 7~9일의 기자회견과 악수회를 차례로 쉬었다. 편도선이 부어 식사하는 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와타나베 마유(18, 渡辺 麻友)도 병원에서 급성 위장염과 인두염'으로 진단 받아 11일과 12일 열린 전국 투어 공연에 참가하지 못했다.
이 같은 AKB멤버들의 건강이상은 AKB48 폭발적 인기를 끌기 시작한 2010년부터 점점 그 횟수가 늘어갔다. 특히 이번 4월 들어서는 인기 멤버가 차례로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위에 언급한 내용도 모두 이달 들어 일어난 건강이상 사례다.
모두 과로가 원인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빠듯한 방송 스케줄 외에도 연습과 콘서트, 거기에 '만나러 가는 아이돌'의 컨셉을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악수회도 개최해야 한다. 이제는 전국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AKB48이기 때문에 악수회에 만 명 이상 참가하는 것은 기본이다. 최소 수천 명과 악수해야 하는 매우 고된 일이다.
AKB48의 팬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AKB48'이 혹사 당하고 있는 데 대해 운영 회사인 'AKS'와 프로듀서인 아키모토 야스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졸업(탈퇴)을 선언한 AKB48최고의 인기 멤버 마에다 아쓰코도 너무도 가혹한 생활에 지쳐 졸업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에서도 동방신기, 소녀시대, 티아라 등 한류 아이돌 그룹의 살인적인 스케줄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들은 잘 시간마저 쪼갤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도 그 스케줄을 잘 소화해내고 있었지만, 가끔 '링거 투혼', '부상 투혼'을 보여주곤 한다. 그런 기사가 나올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이가 적지 않다.
혹자는, 한류 아이돌이 링거를 맞아가며 스케줄을 소화하는 데 비해 AKB48의 멤버는 스케줄에 불참하는 등 프로의식이 희박하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태반이 미성년자인데다, 아픈데도 링거를 맞아가면서까지 당연하게 스케줄을 처리하는 모습이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의 건강을 해칠 정도로 혹사시키는 것. 과연 '스타는 원래 바빠', '불러주는 사람이 있을 때 고마워해'란 말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 AKB48 하루 언론 매체 스케줄표. 물론 이것으로 스케줄이 끝은 아니다. 춤, 노래 연습과 악수회, 콘서트 등 기타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JPNew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