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험생들의 꿈이자 국립대학의 최고봉인 도쿄대. 입학 자체만으로 성공을 보장받는다는 인식이 확립될 만큼 도쿄대는 일본에서 성공의 등용문으로 간주해 왔다.

그런데 최근 도쿄대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도쿄대의 인기가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유가 재미있다. 1877년 건립돼 135년의 전통과 역사가 깃든 교정이 무겁고 칙칙해 여성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쿄대의 멋드러진 교정에 찬사를 보냈던 사람이라면 이 같은 해석에 터무니없다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도쿄대 합격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6.9%라는 사실. 일반적으로 합격이 어렵다고 알려진 일본의 대학에는 여성의 비율이 낮은 경향이 있지만, 같은 국공립대의 경우를 살펴봐도 (교토대학의 23%, 오사카대학의 34%, 나고야대학 31% 등) 도쿄대가 유독 낮은 것은 분명하다.

도쿄대가 여성에게 인기가 없는 이유가 외관상의 이유인지 확실치 않지만, 3년 연속 입학 지원자 수 톱과 30%를 넘는 여학생 비율을 자랑하는 메이지 대학의 외관을 살피게 되면 도쿄대와는 정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쿄대학 © JPNews

물론 메이지 대학 역시 92년의 전통을 가진 명문학교. 특히 13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최고의 법학부를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도쿄대 올해 지원자 수가 겨우 1만 3,215명에 그친 것을 생각했을 때 메이지 대학(11만 명)의 인기는 놀라울 따름이다.

두 대학 사이의 인기 차이가 단순히 외관에 의해 기인한 것일까? 실제로 두 대학을 찾아가 확인해 보았다.

일본의 유력 주간지 '선데이 마이니치'는 도쿄대가 여성에게 인기 없는 이유로 도쿄대의 고색창연한 외관을 지목했다. "도쿄대의 외관은 좋게 보면 풍미와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멋스러움을 가지고 있지만, 내부 역시 고색창연하다는 것이 문제"라며 요즘 여성들이 선호하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인터뷰를 인용해 보도했다.

직접 찾아가 본 도쿄대는 넓은 교정과 푸른 녹음으로 가득했다. 건물 벽에 낀 이끼조차도 작품의 하나인 것처럼 정연함이 대학 건물들 사이에 감돌았다.
 
그러나 의학부에 재적하고 있는 여학생은 "의학부 건물의 경우 멋진 외관을 가졌지만, 내부는 낡았고 어둡다. 시험이라도 있으면 늦게까지 공부해야 하는데 장소도 마땅치 않아 근처의 신식 건물로 이동해 공부한다. 의사 가운을 갈아입을 장소도 없다. 조금은 여자를 위한 시설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낡은 내부 공간의 불편함과 불만을 내비쳤다.
 

▲도쿄대학  도서관     © JPNews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시가키 양은 도쿄대에 여자가 적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남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도쿄대에서는 평범한 여자라도 인기가 있다고 해야 할까 확실히 바쁘다. 여기저기 불려다니기 때문에 남자친구를 만들 기회도 많다. 도쿄대에 여자가 적은 이유가 교정의 외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 들었지만, 아직도 전체적으로 화장실이나 강의실 등에 들어서면 낡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확실히 넓은 교정에 아름다운 녹음을 가지고 있는 학교이기는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대학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요즘 대학 스타일이란 고층빌딩을 말한다. 도쿄의 높은 땅값 때문에 교정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도심 빌딩 숲에 자리 잡고 있는 대학교가 많다. 특히 최근에 설립되거나 증축된 전문대나 단과대학이 이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고 수백 미터짜리 고층빌딩을 같이 공유하는 케이스도 존재한다.

같은 도쿄에 있는 메이지 대학 스루가다이(駿河台) 캠퍼스가 바로 요즘 대학 스타일이다. 먼저 이 대학에는 대학의 이정표라고 할 수 있는 교문이 없다.

메이지 대학은 '리버티 타워'와 '아카데미 커먼'이라는 현대식 고층 대학 건물을 중심으로 교정이 펼쳐져 있다. 교정이라고는 하지만 학교와 거리를 구분하는 담이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 건물들과 도로가 혼재돼 있어 얼핏 보면 대학교라는 것을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도쿄대학과 달리 고층빌딩 안에 주요 학과나 강의실이 몰려있다. 초현대식 건물답게 깨끗했다. 로비의 넓은 공간에는 카페가 자리 잡고 있고 대형 홀에서는 한창 유학 세미나가 진행 중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층 강의실이나 연구실로 이동할 수 있고 휴식 공간도 층마다 깔끔히 마련돼 있다.
 

▲메이지 대학 스루가다이 캠퍼스    © JPNews

이 학교에 1학년에 재학 중인 이나세 양은 "화장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건물 자체가 깨끗하고 현대적 스타일이라 편리하다. 여자 화장실도 많고 화장을 고칠 수 있는 장소도 만들어져 있다. 여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여자에 친절한 대학이다"라고 학교를 소개했다.

메이지 대학의 입학 담당 관계자는 "스루가다이 캠퍼스에 건립된 건물들은 메이지 대학 설립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돼 건설됐다. 여성 지원자만을 노린 콘셉트는 아니었지만, 대학설명회 등에서 반응이 좋았고 지원자 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몇 년간 여고생이 가고 싶은 대학 랭킹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현대적인 외관의 영향도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불과 전철로 10분 떨어진 메이지 대학과 도쿄대이지만 그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그러나 단지 외관상의 이유만으로 대학을 선택했다고 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일본의 입시 전문가들은 도쿄대가 여성에 인기가 없다고 보기보다는 여학생들을 위한 입시정책에 소극적 자세가 낮은 여성 비율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도쿄대는 여학생 비율 목표를 20%로 잡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쿄대의 입학 전형에는 센터시험(일본의 대입 시험) 이과 계열 점수가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문과 계통에 여학생이 많기 때문에 이과 과목을 공부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메이지 대학 스루가다이 캠퍼스         © JPNews

도쿄대 경제학부 금융학과 재학 중인 야마시타 가쓰루 씨는 부모들의 인식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딸이 도쿄대에 갈 수 있는 실력이면 굳지 멀리 있는 도쿄대보다 지역의 중심 대학에 보내고 싶어한다. 그 배경에는 딸을 멀리 타지에 보내지 않고 싶은 애틋한 부모의 마음도 있지만, 여자의 경우 취업보다 결혼이 성공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부모에게 있는 것 같다. 고학력의 여자는 결혼하기 어렵다는 속설 같은 것을 믿는다고 할까. 일본의 부모들은 딸이 적당한 학교에 들어가 제때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경험하다 제 짝을 만나 결혼하는 것이 여자의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도쿄대의 지원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또한, 여학생의 재수를 기피하는 영향도 도쿄대에 여학생이 적은 하나의 요인으로 꼽았다.
 
"아들과 달리 딸이 수험에 실패하면 재수를 권하지 않는다. 아들의 경우라면 1년의 시간을 투자라고 보는 반면 딸의 경우는 1년을 낭비라고 보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남들보다 사회생활도 결혼도 1년이 뒤처지기 때문에 레벨에 맞춰 학교에 가기를 바라고 수험생인 여학생들도 긍정하는 편"이라며 여자의 재수와 관련해 인상적인 견해를 들려주었다.

여성의 성공 기준을 결혼에서 찾은 일본인들의 인식과 여성의 재수에 관대하지 못한 사회 분위기. 야마시타 씨를 비롯한 많은 학생들은 도쿄대에 여성이 적은 이유를 '도쿄대의 고색창연함'보다도 여성에 대한 무겁고 칙칙한 사회적 속박에서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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